반도체 아성 넘보는 BBIG… 시총 2위 경쟁 후끈

강유현 기자

입력 2020-09-08 03:00 수정 2020-09-08 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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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한국경제 풍향계 ‘시총 2위’ 각축



국내 증시의 시가총액 2위 자리를 두고 신구 세력 간 쟁탈전이 뜨거워지고 있다. 3년 넘게 2위를 지키던 SK하이닉스를 네이버, 삼성바이오로직스, LG화학이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2000년대 들어 시총 2위를 누가 차지하느냐는 곧 한국 경제의 현재와 미래를 보여주는 바로미터였다. 통신, 철강, 자동차, 반도체 기업 순으로 2위를 차지하며 당시 산업 지형을 가늠케 했던 것.

지금도 다르지 않다. 수년째 한국 수출의 견인차 역할을 하는 반도체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신성장동력으로 꼽히는 BBIG(바이오 배터리 인터넷 게임)의 대결이다. 과거와 다른 건 현재의 2위 후보군에겐 실적으로 실력을 증명해야 하는 숙제가 남아 있다는 점이다.


○ 시총 2위는 한국 경제의 바로미터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2017년 3월 27일부터 코스피 시총 2위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지난달 들어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 8월 20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SK하이닉스를 제치고 시총 2위에 올랐다. SK하이닉스가 다음 날 곧바로 탈환했지만 불안한 2위다. 현재 시총 2∼5위는 SK하이닉스, 네이버, 삼성바이오로직스, LG화학 순. 지난달 25일 이후 7일까지 이들 4개 기업은 모두 50조 원대 시총을 유지하고 있다. 언제든 순위가 뒤집어질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실제로 이달 2일엔 3위인 네이버와 시총 차이가 3466억 원으로 좁혀지기도 했다.

2000년 이후 시총 2위의 변화는 한국 경제의 흐름을 반영했다. 2000∼2004년 ‘1인 1휴대전화 시대’가 열리며 SK텔레콤이 2위를 수성했다. 2000년대 중반엔 은행권 구조조정이 마무리되면서 이익이 개선된 KB국민은행이 2위에 올랐다. 2007년부터는 포스코의 시대였다. 중국에 대규모 일관제철소를 건설한 데 이어 조선업 호황이 겹쳤다. 2011년부터는 중국과 북미 등 해외 실적이 급증한 현대자동차가 2위에 안착했다. 2017년에는 글로벌 정보기술(IT) 업체들의 서버 증설 붐에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찾아오며 SK하이닉스가 2위에 올랐다.


○ 반도체 대 BBIG 대결… 실적보다 앞선 주가

현재 시총 2위 쟁탈전에선 구산업과 신산업의 대결이 펼쳐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D램 등 메모리반도체(기억, 저장 기능)에 주력한다. 하지만 글로벌 반도체업계는 4차 산업혁명에 필수적인 시스템반도체(논리, 연산 기능)를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30년 시스템반도체 1위’를 목표로 내걸었지만 SK하이닉스에선 눈에 띄는 움직임이 없다.

반면 2위 후보군은 신산업인 BBIG 기업들이다. 네이버는 포털, 메신저, 웹툰 등에 이어 유통, 금융에서도 세력을 넓히고 있다. LG화학은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에서 두각을 보인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위탁 생산뿐 아니라 위탁 개발로도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시총 2위의 싸움이 과거와 다른 점은 후보군들의 실적이 아직은 부족하다는 것이다. 과거 포스코, 현대차, SK하이닉스는 영업이익과 순이익에서 기존 2위를 앞선 뒤 시총 2위에 올랐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1∼6월) 실적을 놓고 보면 네이버(4521억 원) LG화학(7775억 원) 삼성바이오로직스(1437억 원)의 영업이익은 SK하이닉스(2조7470억 원)에 크게 못 미친다.

주가수익비율(PER·주당 가격을 주당 순이익으로 나눈 값)로 따지면 2017년부터 2위에 오른 SK하이닉스는 7일 기준 26.64배이지만 네이버는 78.51배, LG화학은 176.25배,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53.02배다. 주당순이익에 비해 주가가 높다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꿈(Dream)을 반영했다’는 의미로 ‘PDR(주가꿈비율)’를 적용해야 한다는 뒷얘기도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과거엔 실적이 확인된 뒤 순위 변동이 이뤄졌지만 최근에는 산업 구조 자체가 변화를 겪으면서 미래 전망이 미리 주가에 반영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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