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장 20m 버디 ‘람보 포효’… 세계 1위는 넋이 나갔다

김정훈 기자

입력 2020-09-01 03:00 수정 2020-09-0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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욘 람, PGA PO 2차전 BMW 우승
18번홀 13m 버디 존슨과 동타 뒤 같은홀 기적의 퍼트로 20억원 차지
전날 1벌타 실수 아쉬움도 날려
임성재 최종전 진출… 우즈는 탈락


욘 람(26·스페인)이 31일 미국 일리노이주 올림피아필즈CC(파70)에서 끝난 PGA투어 페덱스컵 플레이오프 2차전 BMW챔피언십 연장 첫 번째 홀에서 우승을 결정짓는 20m 버디 퍼팅을 성공시킨 뒤 주먹을 불끈 쥐며 환호하고 있다. 람은 오르막과 내리막 더블 브레이크가 있는 롱 퍼팅으로 극적인 우승을 차지했다. 올림피아필즈=AP 뉴시스
1차 연장전이 진행된 18번홀(파4). 오른쪽 러프에서 두 번째 샷을 한 욘 람(26·스페인)의 공은 홀컵 왼쪽 20m가량 떨어진 곳에 자리했다. 홀컵에서 10m가량 떨어진 곳에 공을 안착시킨 더스틴 존슨(36·미국)과 비교해 봤을 때 파만 해도 만족할 만한 불리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행운의 여신이 미소를 지은 쪽은 람이었다.

람은 홀컵 왼쪽을 향해 공을 밀듯이 툭 치며 퍼트를 했고, 왼쪽을 향해 굴러가던 공은 그린 경사를 만나 홀컵 쪽으로 90도 가까이 꺾이더니 그대로 홀컵에 빨려 들어갔다. 다음 퍼팅을 위해 걸어가던 람은 공이 사라지자 허공을 향해 서너 차례 주먹을 크게 휘두르며 포효했다. 그린에서 퍼팅을 준비 중이던 존슨은 믿기지 않는 듯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세계랭킹 2위 람은 31일 미국 일리노이주 올림피아필즈CC(파70)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페덱스컵 플레이오프(PO) 2차전 BMW챔피언십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6개를 낚으며 6언더파 64타를 적어냈다. 최종 합계 4언더파 276타로 세계랭킹 1위 존슨과 연장전에 돌입한 그는 기적 같은 퍼트를 앞세워 우승상금 171만 달러(약 20억 원)의 주인공이 됐다.

PGA투어 플레이오프 2차전 BMW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욘 람(왼쪽)이 부인 켈리 케이힐 씨와 함께 우승 트로피를 들고 밝게 웃고 있다. 올림피아필즈=AP 뉴시스
람은 “오르막과 내리막 더블 브레이크가 있는 20m 거리에서 버디를 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괜찮은 파 퍼트 거리를 남겨 연장전을 계속 이어갈 수 있길 바라고 있었다”며 “그런데 공이 구르는 궤적이 정말 좋아 보였고 믿을 수 없는 버디를 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지난주 PO 1차전에서 우승한 존슨 역시 정규홀 최종 18번홀에서 극적인 버디 퍼팅을 선보였다. 1타 차 2위였던 존슨은 이 홀에서 약 13m 거리의 버디 퍼팅을 성공시키며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갔다. 전날 3라운드 5번홀 그린에서 마크를 하지 않고 공을 먼저 집어 드는 바람에 1벌타를 받은 람으로서는 하루 전의 실수가 뼈아프게 느껴질 상황이었다. 람은 3라운드를 마친 뒤 “1벌타가 우승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었다.

하지만 람은 연장 첫 번째 홀에서 골프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버디 퍼트로 어이없는 실수를 만회하며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존슨은 “내가 믿기 힘든 퍼트를 해 웃음이 났는데 람은 나보다 더한 퍼트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두 선수는 3일(현지 시간) 미국 애틀랜타 이스트레이크GC에서 시작되는 PO 최종전 투어 챔피언십에서 리턴매치를 치른다.

지난해 PGA투어 신인왕 임성재(22)는 2년 연속으로 페덱스컵 포인트 상위 30명만 출전하는 투어 챔피언십에 진출했다. 이번 대회를 12오버파 56위로 마친 임성재는 페덱스컵 랭킹 9위로 최종 무대에 올랐다.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는 나흘 내내 오버파를 기록하며 최종 합계 11오버파로 공동 51위에 자리했다. 페덱스컵 순위 63위가 된 우즈는 투어챔피언십에 나서지 못한 채 2019∼2020시즌을 마감했다.

김정훈 기자 h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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