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병원 찾아 파업 참가자 실사… 일부 전임의 사직서 맞불

전주영 기자 , 김소민 기자

입력 2020-08-27 03:00 수정 2020-08-27 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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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강 치닫는 정부-의협

시위하는 전임의… 휠체어 탄 환자 개원의 중심의 대한의사협회가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안 등에 반대해 26일부터 사흘간의 집단휴진(파업)에 들어갔다. 이날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로비 앞에서 정부 의료정책을 비판하는 시위를 벌이던 한 전임의 앞을 휠체어를 탄 환자가 지나가고 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개원의 중심의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안 등에 반대해 사흘간의 집단휴진(파업)을 시작한 26일 오후 2시. 공정거래위원회 조사관 6명이 서울 용산구에 있는 의협 임시회관에 들이닥쳤다. 이날 오전 보건복지부가 의협을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신고할 수 있다고 경고한 지 6시간 만이었다. 현행법은 사업자단체가 단체 구성원인 사업자들의 활동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는데 의협이 이를 어겼다는 것이다. 의협이 회원인 동네 병원 의사들의 진료행위를 부당하게 막았다고 보는 것이다.

의료계가 2차 총파업에 들어가자 정부는 파업 참여 전공의(인턴, 레지던트)와 전임의(펠로)에게 즉각 업무개시 명령을 내리는 등 강경 대응하고 나섰다. 의협은 부당한 공권력 행사라며 반발하고 맞섰다. 최대집 의협 회장은 “감옥은 내가 갈 테니 후배 의사들은 소신을 굽히지 말고 끝까지 투쟁해 달라”며 “정부가 무리한 행정조치를 한다면 무기한 총파업으로 강력히 저항하겠다”고 밝혔다. 한 대형병원 전임의들은 정부의 부당한 압박에 대항하겠다며 전원 사직서 제출을 결의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국으로 확산하는 상황에서 정부와 의료계가 충돌하는 모습을 보이자 환자들은 불안해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환자들의 생명을 볼모로 정부를 압박하는 의사들의 집단행동은 어떤 경우에도 정당화될 수 없다”며 “코로나19 2차 대유행 상황에서 의사들이 치료를 거부하는 것은 직무유기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이 단체는 “소통 부족으로 의협의 총파업 사태를 초래한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며 정부를 향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 정부는 “원칙대로 강력 대처”, 전임의는 사직 결의

공정위 조사관들이 의협 회관에 들이닥친 1시간 뒤인 26일 오후 3시경. 서울 구로구 고려대구로병원에는 복지부 직원들이 찾아갔다. 복지부는 앞서 오전 8시를 기해 수도권 수련병원에 근무하는 전공의와 전임의를 대상으로 즉시 환자 진료 업무에 복귀하라는 포괄적인 업무개시 명령을 내렸다. 이런 명령 후 전공의와 전임의들이 응급실이나 중환자실 등에서 실제로 근무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병원을 찾은 것이다. 복지부는 이 병원을 포함해 수도권 지역 20여 개 병원을 찾아 전공의 등의 근무 상황을 확인했다. 복지부 직원들은 응급실, 중환자실의 근무계획표와 실제 근무자를 대조한 뒤 부재 중인 전공의, 전임의에게 업무개시 명령을 내렸다. 복지부는 응급실과 중환자실 근무 상황을 먼저 확인하고 수술실, 분만실, 투석실 등으로 조사 범위를 넓힐 방침이다. 수도권 외 지역 병원도 조사한다. 또 개원의에 대해서도 조사한다. 복지부는 채증작업 등을 거쳐 업무개시 명령을 따르지 않는 의료기관에 대해 업무정지(15일) 처분을 내릴 방침이다. 정부는 또 26일 오후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의료계 불법행위에 대한 앞으로의 조치 계획 등을 점검했다. 회의엔 법무부, 복지부, 행안부, 교육부 장관 등도 참석했다.

정부가 강경한 대응을 하고 나서자 의협은 “공권력 남용으로 의료계를 위협하고 있다”며 반발하면서 “앞으로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가겠다”고 맞섰다. 이날 서울아산병원의 전임의들은 전원이 사직서 제출을 결의했다. 이들은 성명서를 내고 “각 병원에서는 복지부의 파업 현황 조사 및 범법자 색출을 위한 현장조사가 이뤄지고 있다”며 “받아들일 수 없는 정책과 비민주적 추진에 대한 반대 의견에 힘을 보태고 후배 의사들 동료들과의 연대를 위해 사직서를 제출한다”고 밝혔다.


○ 사태 책임 서로 미루고 ‘합의문’ 두고도 엇갈린 주장

의협은 이번 파업 사태의 책임을 정부에 돌렸다. 정부가 의사들과의 소통을 거부하면서 정책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의협은 엄중한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된 뒤 원점에서 정책을 다시 검토하자는 의료계 의견을 정부가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코로나19 상황이 진정되면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어떤 전제조건도 없이 의료계와 논의하겠다고 약속했는데도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정부와 의료계는 이달 들어서만 5차례의 간담회를 갖는 등 여러 차례 머리를 맞댔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양측은 정부가 25일 의협에 전달한 문안을 두고도 해석이 갈렸다. 정부는 서로 동의해 마련한 합의문이라고 했지만 의협은 논의 내용을 문서로 정리한 수준이라고 했다. 앞서 정부는 25일 ‘의정협의체를 구성한 뒤 협의체 논의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의료계가 반대하는 정책을 추진하지 않는다’는 내용 등이 담긴 문안을 의협에 전달했었다. 하지만 이 문안을 대전협이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하면서 더 이상 논의가 진행되지 않았다.

전주영 aimhigh@donga.com·김소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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