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 메디컬 현장]암환자 한명을 5명 이상이 진료… 맞춤형 치료로 생존율 높인다

이진한의학전문기자·의사

입력 2020-08-12 03:00 수정 2020-08-12 0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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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차병원 다학제 통합진료센터
평균 5개 진료과 교수 7명 참여
맞춤형 치료법 다각도로 고민
다학제 진료 월 100건 이상 실시
꼼꼼한 설명으로 환자 만족도 높아


암 환자를 앞에 두고 여러과 전문의가 모인 다학제진료팀이 환자의 치료 방침에 대해 서로가 의견을 나누고 있다. 이때 환자는 본인 치료에 대해 궁금한 사항을 바로 질문하면서 해결하고 있다. 분당차병원 제공
지난달 23일 오후 분당차병원 암센터에 있는 다학제 통합진료센터를 찾았다. 이날 소화기내과, 혈액종양내과, 외과, 영상의학과 등 여러 진료과 의료진 10여 명이 모인 가운데 담도암 진단을 받은 환자 송모 씨(54)와 함께 치료 방법에 대해 논의하고 있었다.

다학제 진료는 한 명의 환자를 위해 최소 5명 이상의 의사가 한자리에 모여 진료하며 주치의를 중심으로 어떤 치료가 가장 우선적으로 필요한지를 정하고 치료 순서에 따라서 진료하며 환자 상태를 살피는 것이다. 진료비는 환자 부담 5%로 암환자 일반 진료비와 거의 비슷하다.



가족도 함께 참여해 궁금증 해결

이날 다학제 진료팀은 담도 침범 범위가 넓고 담도 주변의 임파선 전이 소견이 보여 수술 후 재발률을 줄이기 위한 항암치료를 먼저 한 다음 경과에 따라 수술하기로 결정했다. 송 씨는 “암 진단 뒤 궁금한 것도 많고 더 자세한 설명을 듣고 싶은데 다른 병원에선 주치의가 바빠서 그런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면서 “이곳에선 소화기내과. 영상의학과 등 각 과의 교수가 직접 상세히 설명해줬을 뿐 아니라 저희 가족도 함께 들어가 궁금한 것을 다 물어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송 씨는 이날 40여 분간 다학제 진료를 받았다. 그는 이번이 두 번째 다학제 진료였다. 이날 수술방법과 날짜까지 모두 결정됐다. 진료가 끝난 뒤엔 고광현 암 다학제 진료위원장(소화기내과 교수)이 환자를 안으면서 “오늘도 힘내줘서 고맙습니다”라는 말로 응원했다.

다학제 통합진료 5년, 환자 맞춤형 치료 선도

차의과대 분당차병원 암센터는 다학제 진료 시작 5년 만에 월 100건 이상의 진료를 해 국내 암 다학제 진료를 선도하고 있다. 고 원장은 “예전에는 암 치료가 환자의 상태와 관계없이 수술 뒤 항암 치료를 하는 것이 보편적이었고 일률적인 방법이었다면 요즘은 환자 상태에 따라 치료 방법이 다양해지고 있다”며 “다학제 진료는 여러 의사들이 모여 의논하고 고민해서 환자에게 가장 적절한 치료 방법을 결정하기 때문에 생존율도 높아지고 어려운 암 치료도 자신 있게 진행할 수 있다”고 했다. 최성훈 외과 교수는 “환자 생존율이 높아지다 보니 환자뿐 아니라 의사들 사이에서도 만족도가 높은 진료 방법”이라고 말했다.

다학제 진료는 외래진료가 끝나는 오후 5시 이후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많은 의사들이 함께 모일 수 있는 시간대를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전홍재 암센터장(혈액종양내과)은 “환자 한 명당 평균 30분 이상의 진료가 기본으로 진행되는 다학제 진료는 시간이 많이 들고 힘들지만 환자들이 의료진을 믿고 쾌차하는 모습을 보면 보람을 느껴 다양한 암 분야에 다학제 진료를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5개 진료과 의료진이 한자리에서 췌담도암 맞춤치료


분당차병원 췌담도암 다학제팀은 발견이 어렵고 난치성으로 알려진 췌담도암에 다학제 진료를 적용해 500명 이상을 치료했다. 이는 국내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많은 수치다. 췌담도암 다학제 진료는 소화기내과(고광현, 권창일 교수), 혈액종양내과(전홍재, 강버들 교수), 외과(최성훈 교수), 방사선종양학과(신현수 교수, 임정호 교수), 영상의학과(김대중 교수) 등 5개 과 전문의로 구성된 진료팀이 한자리에 모여 수술부터 면역항암치료, 신약치료까지 환자를 위한 최상의 치료법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는 재발암이나 전이암 같은 중증암의 경우에는 의사 한 명이 전체적인 치료 계획에 대한 판단을 내리기 쉽지 않아 여러 분야의 암 전문의가 논의해 최적의 치료계획을 세우기 위해서다.

분당차병원은 2016년 췌담도암 다학제 진료를 시작으로 대장암, 부인암, 두경부암, 유방암, 간암, 폐암 등 암센터뿐 아니라 기억력, 인지기능저하의 기억력센터와 난임센터에도 다학제 진료를 확대 시행하고 있다. 한 명의 환자를 진료하는 데 평균 5개 진료과 7명의 교수들이 참여해 평균 진료시간이 30분으로 환자 만족도 조사에서 100% 만족도를 보이며 재발암이나 전이암 등 중증 및 희귀, 난치암의 치료 성공률을 높였다.

이진한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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