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부문 노동이사제 도입땐 민간에도 압박 커질듯

세종=구특교 기자 , 세종=남건우 기자

입력 2020-08-07 03:00 수정 2020-08-07 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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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사장, 재추진 방침 밝혀
文정부 100대 국정과제중 하나… 巨與 밀어붙이면 급물살 탈듯
기업 투명성 강화 긍정효과 있지만… 노조의 과도한 경영권 침해 우려도


김종갑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2년 만에 노동이사제 재추진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공공 부문 노동이사제 도입이 속도를 내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제도 시행의 근거가 되는 관련법 개정에 앞서 정부와 공공기관 노조 측은 노동이사제 도입에 상당 부분 합의를 끝낸 상황이다.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산하 공공기관위원회는 6일 “늦어도 10월 전까지 정부 대표와 공공기관 노조 대표 등이 노동이사제 도입과 관련한 합의를 마무리하고 국회에 관련법 개정을 건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노동이사제는 지난 대선 때 문재인 대통령 후보의 공약이었다. 현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로 선정돼 공공기관부터 도입해 민간 기업으로 확산하는 것으로 돼 있다. 20대 국회에서는 야당의 반대로 제도 도입의 근거가 되는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 개정이 무산됐지만 이번 21대 국회에서는 여당이 176석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법 개정이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관련 상임위원장과 법사위원장도 모두 여당이 맡고 있다. 최근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노동이사제 도입을 위한 공운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현재 법 개정과 상관없이 조례 제정만으로 제도 도입이 가능한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이미 노동이사제를 시행하고 있다. 2016년 9월 서울시가 산하 공공기관에 노동이사제 도입 조례를 제정한 것을 비롯해 광주(光州)시, 경기도 등이 동참했다.

하지만 정부 산하 공공기관(340곳)은 노동이사제를 도입한 곳이 없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한국수자원공사, 도로교통공단 등이 노동이사제보다 강도가 낮은 ‘근로자 이사회 참관제’를 우선 시행하고 있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국내 최대 공기업인 한전이 노동이사제 도입을 재추진하면 다른 공기업들도 순차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공공 부문 노동이사제가 법제화될 경우 민간 기업들에 대해서도 제도 도입 압박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민노총, 한국노총 등 노동계도 꾸준히 노동이사제 도입을 주장해 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노동이사제가 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다양한 이해관계자 의견을 반영한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노조의 과도한 경영권 침해와 의사 결정 지연 등 부작용이 생길 수 있는 만큼 보다 신중하게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더욱이 공공기관의 방만 경영이 여전한 상황에서 노조에 더 큰 힘을 실어줄 경우 공기업 개혁이 물 건너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노동이사제를 일찍이 도입한 독일 등 유럽은 노사 간 신뢰가 깊어 대화와 협의를 통한 노동이사제가 효과적으로 작동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노사 갈등이 지나치게 커 기업의 의사 결정이 막혀 버리는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고 했다.

세종=구특교 kootg@donga.com·남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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