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작용 없는 ‘역분화줄기세포’, 난치성 질환 극복의 희망

황효진 기자

입력 2020-07-28 03:00 수정 2020-07-2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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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에이치씨
중간엽줄기세포서 얻은 nEPS…신경-간 등 인체 세포로 분화
증식 안되고 면역거부반응 없어…자가-타가 이식 가능하고 안전
난치질환 세포치료제 개발 박차





인체는 신경세포, 피부세포, 근육 세포 등 약 210가지 종류의 서로 다른 세포로 구성된다. 우리 몸의 각각의 세포는 수명이 있어 끊임없이 죽고 새로운 세포가 이를 대신한다. 줄기세포는 이러한 인체를 구성하는 세포들의 기원이 되는 것으로 우리 몸에 소량으로 존재하면서 생명활동에 필요한 세포 재생의 기원이 된다. 줄기세포에 의한 세포 재생은 단순히 기존 세포의 대체뿐만 아니라 단백질 항상성의 유지, 미토콘드리아의 기능 복구, 유전적 안전성, 텔로미어의 복구 등 다양한 기능 회복을 동반한다.

이러한 이유에서 최근 각광받는 줄기세포 치료는 의학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주체로 떠오르고 있다. 일례로 수많은 전임상 및 임상 결과에서 알츠하이머, 파킨슨병, 당뇨병 등 다양한 난치 질환 치료의 성공을 보여주고 있으며 최근 유행하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에도 활용되고 있다. 또 줄기세포를 이식한 환자들에게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단백질 양의 증가, 항산화 효과, 미토콘드리아의 복구, 조혈 작용의 증가 등의 항노화 효과가 관찰되면서 줄기세포가 향후 항노화 치료의 주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성체줄기세포는 우리 몸의 다양한 조직 및 장기에 존재하면서 신체가 손상됐을 때 재생작용을 하는 세포다. 성체줄기세포는 특정 세포로만 분화되기 때문에 그 활용에 제한이 있고 종류에 따라 획득이 쉽지 않다는 단점이 있으나 안전한 세포이기 때문에 다양한 전임상 및 임상 시험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다. 특히 성체줄기세포 중 하나인 중간엽줄기세포는 획득 방법의 용이성, 안전성 등에서 이미 많이 입증돼 현재 미국, 일본 등을 포함한 국내외에서 관절염, 뇌졸중, 파킨슨병, 당뇨병, 자가면역질환 등 다양한 난치성 질환 치료에 활용해 유의미한 결과를 얻고 있다.

비비에이치씨(대표이사 오민선)의 줄기세포 치료연구원(bBHC Stem cell Treatment & Research Institute·STRI)은 ‘97.7 B&H 클리닉’과 연구 협력해 탯줄 유래 중간엽 줄기세포를 활용해 자가면역질환으로 인한 전신탈모, 뇌졸중, 파킨슨병 같은 신경계 질환, 뇌손상, 안면마비, 척추 손상 등 다양한 난치질환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자가면역질환에 의한 전신성 탈모증으로 고생하던 한 여성은 97.7 B&H 클리닉에서 줄기세포 시술을 받은 후 머리카락이 다시 나기 시작했다. 이 여성은 “병원을 10여 년간 찾아다니며 시판 탈모제와 모발이식 등 갖은 방법을 써 봐도 효과를 보지 못했는데 97.7 B&H 클리닉에서 중간엽줄기세포 시술을 받은 후 여자로서 새로운 꿈을 꿀 수 있게 됐다”며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시도해본 줄기세포 치료는 그 자체로 신세계였다”고 말했다.

또 파킨슨 질환으로 수년간 약을 복용하던 50대 여성은 걷기도 힘든 상태였다. 그녀 역시 STRI와 연구 협력 중인 97.7 B&H클리닉에서 “중간엽줄기세포 시술을 받은 후 새롭게 태어난 심정”이라며 꾸준한 운동은 물론이고 일상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만능줄기세포는 수정란에서 유래한 배아조직 중 배반포에서 얻어지는 줄기세포인 배아줄기세포와 성인의 피부나 혈액 등 이미 분화가 완료된 성체의 세포를 특정 방법을 이용해 미분화 상태의 세포로 되돌린 역분화 줄기세포가 있으며 대표적으로 2006년 개발된 유도만능줄기세포가 있다. 이들 만능줄기세포는 인체를 구성하는 모든 세포로 분화 가능하기 때문에 활용 가치는 높지만 공통적으로 생체 내에서 암의 형성, 면역 거부 반응 등 세포치료제로 활용하기에는 안전성에 관한 문제가 있다. 많은 연구자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이를 극복하고자 했으나 대부분의 방법은 미봉책에 불과했다. 이런 가운데 기존의 문제점을 극복한 새로운 개념의 역분화줄기세포인 nEPS(newly ElicitedPluripotent Stem Cells without side effects by natural compound)가 개발됐다.

새로운 역분화줄기세포의 탄생 nEPS

STRI는 천연물에서 추출한 저분자 물질(STC-F002)을 사람의 탯줄, 지방, 골수 등에서 분리한 중간엽줄기세포에 처리해 nEPS를 유도했다. nEPS는 유도만능줄기세포와 마찬가지로 인체를 구성하는 모든 세포로 분화될 수 있다. STRI에서는 nEPS가 신경세포, 췌장베타세포, 간세포, 연골, 골아세포, 조혈모세포, 신장세포 등으로 분화되는 것을 확인했으며 이와 관련해 전 세계 152개국에 309개의 특허를 등록했다.

nEPS는 유도만능줄기세포와 달리 증식이 되지 않아 생체 내에서 종양이 형성되지 않기 때문에 안전하다. 부작용을 극복한 만능 줄기세포인 것이다.

nEPS는 증식되지 않지만 nEPS에서 분화된 세포는 정상적으로 증식하고 중간엽줄기세포에서 전환율이 80∼90% 정도이기 때문에 nEPS의 획득이 어렵지 않다. 또 nEPS는 면역 거부 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HLA 항원이 거의 발현되지 않고 nEPS에서 유래된 특정 세포 역시 HLA 항원의 발현이 매우 낮아 자가 이식은 물론이고 타가 이식도 가능하다. 이러한 이유에서 nEPS는 세포치료제로서 그 활용 가치가 매우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미 nEPS는 해외 다양한 콘퍼런스에서 발표됐고 이에 많은 학자들과 다국적 제약사 사업 개발팀에서 관심을 보여 STRI는 다양한 연구 협력을 진행 중이다.

nEPS를 활용한 다양한 연구 개발

STRI는 국내외 유수의 대학을 비롯해 해외 연구기관은 물론이고 다국적 제약사와 nEPS를 활용한 다양한 연구 협력을 통해 난치 질환에 대한 세포치료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인위적으로 간암을 유도한 생쥐에 nEPS를 주입한 결과 100% 암이 유도된 대조군과 달리 nEPS를 주입한 군에서는 단 한 마리에서도 암이 발견되지 않았다. 이러한 결과는 nEPS가 간으로 이동해 방출하는 miRNA의 종류와 관련돼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실제로 nEPS의 miRNA 분석 결과 간암을 억제하는 miRNA의 발현량이 높음을 확인했다.

현대사회에서는 노화도 질병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줄기세포를 이용한 항노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STRI는 대조군 생쥐와 nEPS를 주입한 생쥐의 텔로미어 길이를 비교한 결과 nEPS를 주입한 생쥐의 텔로미어 길이가 길어진 것을 확인했는데 이를 사람의 나이로 환산 시 약 140세까지 생존하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이는 nEPS 주입 시 단순히 노화를 억제하는 수준의 안티에이징을 넘어서 다시 젊어지는 다운에이징이 일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nEPS를 연구용 생쥐에게 정맥 주사로 주입하면 뇌를 비롯한 몸 전체로 이동하며 중뇌에도 위치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파킨슨 모델 생쥐에게 정맥 주사로 주입했을 때 nEPS가 중뇌 흑질 부위로 이동해 생착한 것을 확인했다. 이는 nEPS가 호밍효과를 가지고 있으며 혈관-뇌 장벽을 넘어서 뇌로 이동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STRI는 많은 난치 질환을 nEPS에서 분화된 세포가 아닌 nEPS 자체를 이식함으로써 치료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nEPS가 기존의 역분화줄기세포와 달리 안전하기 때문에 사용할 수 있는 전략이며 이러한 전략은 바이오·제약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으로 기대한다.

올바른 정신으로 세포 치료제를 만들어

이계호 회장은 “올바른 정신으로 세포치료제를 만들어 인류에 공헌한다”라는 이념으로 STRI를 설립했다. 이미 nEPS를 활용해 인간의 조직과 장기를 만들어 가고 있는 STRI는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가고 있다.

2013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계호 회장은 “회사는 개인의 것이 아니라 국가, 더 나아가 인류, 미래의 소유라는 마음으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불철주야 일하고 있다”고 했고 2020년 새로운 생명공학기술(BT) 산업을 만들어 가고 있다.

이계호 회장은 “문명과 문화가 급변하는 시대로 달라지고 있으며 새로운 개념의 IT와 BT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면서 “인류의 난제인 난치 질환에 대한 극복을 nEPS와 함께 겸손한 마음으로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nEPS가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의 새로운 BT 산업의 장을 열 것으로 기대된다”며 “세포치료제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nEPS 기술을 다국적 제약사에 수출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nEPS, 세계 BT 산업의 장을 열다

현재 일본과 미국 텍사스주 등 일부 국가에서는 자가세포 배양을 허용하고 인체 대상 세포 치료가 즉시 가능하다. 유럽 국가들도 응급 상황이나 희귀병 치료 목적 등 경우에 따라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현 규정은 물론이고 8월부터 시행될 첨단 재생의료 및 첨단 바이오의약품의 안전, 지원에 관한 법률(첨단법)에서도 제약 사항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만약 첨단법에서 그 규제가 완화될 경우 바이오산업이 국가 기간산업으로 발전하고 의료 관광이 활성화됨에 따라 대규모의 고용 창출 및 외화 유입 증가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황효진 기자 herald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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