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뷰]껌 씹으며 회의하니 아이디어가 샘솟네∼

동아일보

입력 2020-07-25 03:00 수정 2020-07-25 0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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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 ‘껌 씹는 문화’ 장려
저작 활동, 두뇌 활성화에 도움… 인지력-집중력 높이고 졸음 쫓아
긴장완화, 스트레스 해소 효과도


최근 롯데그룹에서는 껌이 이슈다. 사내 회의실에서도 껌을 발견할 수 있고 회의나 미팅 중에 껌을 씹는 문화를 장려하기도 한다.

○ ‘껌 씹는 회의 문화’ 확대
이달 14일 롯데그룹 계열사 대표이사 및 경영진이 모두 참석한 가운데 6개월에 한 번 진행되는 중요 회의인 ‘VCM(Value Creation Meeting)’ 회의실에 자일리톨 껌이 등장했다. 앞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수뇌부들이 한자리에 모인 주간회의에서 껌을 씹으며 회의를 주재한 데 이어, 모든 그룹사 대표이사가 모인 회의실에 껌이 등장한 것이다.

특히 롯데제과에서는 평소 근무시간은 물론이고 대표이사 주재 회의 시에도 껌을 씹는 것이 일반화돼 있다. 껌을 만드는 회사라서 그렇기도 하지만 껌을 씹는 저작 운동을 통해 집중력을 높이고 스트레스를 낮추기 위해서다. 껌을 씹으면 뇌가 활성화되어 인지력과 집중력이 높아지고 졸음 방지 효과 등이 있는 것으로 해외 각종 연구 결과를 통해 밝혀진 바 있다.

껌을 씹으면서 회의를 하는 이 같은 문화는 최근 계열사로 확산되고 있는 근무복장 자율화, 원격근무 의무화 등 유연한 기업문화 행보와 같이 직원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또 회의뿐 아니라 평소 업무 중에도 껌을 씹는 행위가 실제 업무 효율성 향상에 도움이 된다며 껌을 씹는 문화를 반기는 직원들이 늘어나고 있다. 껌을 씹는 저작 운동을 통해 대다수 사람이 경험한 긴장감 완화, 졸음 방지 효과 등이 업무에 보다 편하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준다는 의견이다.

프로스포츠 선수들에게도 ‘맞춤형 껌’ 제공
롯데중앙연구소와 롯데제과는 최근 여자 프로골프 롯데 골프단 선수들과 프로야구 롯데자이언츠 선수들에게 맞춤형 껌을 제공했다. 롯데제과 제공
롯데중앙연구소와 롯데제과는 최근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선수들과 여자 프로골프 롯데 골프단 선수들에게 맞춤형 껌을 제공했다. 껌을 통해 선수들의 근력 강화 및 집중력 향상, 스트레스 감소 등 운동 능력 향상을 돕기 위한 취지다.

이를 위해 롯데중앙연구소 연구진은 지난해 11월부터 롯데 자이언츠 선수 개개인의 껌에 대한 선호도를 조사하여 물성의 강도, 맛, 크기 등에 대한 세부적인 정보를 파악한 후 각 선수에게 맞는 껌을 직접 하나하나 제작했다. 이를 통해 4월과 6월 두 차례에 걸쳐 롯데 자이언츠에 선수 14명의 맞춤형 껌과 선수단 전용 껌을 특수 제작해 제공했다. 향후 껌 제작을 의뢰하는 선수들에게도 맞춤형 껌을 제공할 계획이고, 다른 선수들에게는 범용적으로 자이언츠 선수들이 선호하는 껌을 별도 제작하여 지속적으로 제공할 예정이다.

롯데중앙연구소 관계자는 “경기 중 긴장감 완화, 집중력 향상 등을 위해 껌을 씹는 야구 선수가 많아 올 시즌 경기력 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껌을 즐겨 씹는 선수들에게 맞춤 껌을 제공하고 싶었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롯데골프단 맞춤껌 인스타캡처(최혜진 프로)
한편 5월 초 롯데 골프단 소속 여자 프로골프 선수 6명에게도 선수별 기호를 반영한 맞춤형 껌을 제공했고, 이달 말 추가 물량을 제공할 계획이다.


껌의 역사
추잉 껌은 기원전 300년경 멕시코의 마야족이 사포딜라 나무의 수액을 채취해 끓여서 만든 치클을 씹었던 것이 기원이다. 현대인들이 즐겨 씹는 껌의 모티브라고 할 수 있는 치클을 가공한 사람은 19세기 미국의 토머스 애덤스이며, 존 콜건은 치클에 향료를 넣어 향긋한 껌을 만들었다. 세계적인 껌 회사 리글리를 설립한 영국의 윌리엄 리글리는 빵의 주원료인 베이킹파우더를 판매하면서 덤으로 추잉 껌을 제공하는 판촉을 전개해 오늘날과 같은 세계적인 껌 회사로 키웠다.

우리나라에서 껌이 대중에게 소개된 시기는 6·25전쟁 직후로, 미군들에 의해서 알려진 것으로 보인다. 껌 생산은 1945년 해태제과가 가장 먼저 했고, 그다음이 동양제과였다. 현재 껌 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한 롯데제과는 1967년에 생산을 시작했다.

이후 롯데제과는 1972년 세계적인 품질의 ‘쥬시후레시’ ‘스피아민트’ ‘후레시민트’ 등을 개발하면서 세계적인 껌 회사로 성장했다. 우리나라 껌 시장 규모는 2000억 원 정도로, 글로벌 껌 시장 규모인 약 24조 원에 비해 아직 미약한 수준이다. 그만큼 아직 더 발전할 부분이 많다는 것이다.

현재 껌 시장은 수년째 정체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특화된 제품 개발과 껌이 주는 유용성에 대한 인식이 퍼진다면 블루오션으로 성장할 수 있다. 현재까지 롯데제과가 선보인 기능성 껌만 해도 충치나 졸음 예방, 스트레스 해소, 두뇌 활성화, 소화에 도움을 주는 껌, 비타민 충전 껌, 치아에 붙지 않아 의치에 도움을 주는 껌 등 다양하다.

다양한 기능 껌을 선보이며 시장을 공략하고 있지만 시장 정착에 성공한 제품은 자일리톨 껌이다. 롯데 자일리톨 껌은 2000억 원 규모의 껌 시장에서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인기가 좋아 국민 껌이라는 칭호까지 얻을 정도다.

껌 씹기의 순기능
롯데중앙연구소는 2019년 12월부터 2020년 2월까지 약 석 달간 서울대 스포츠과학연구소와 ‘껌 저작이 운동 효율 향상 및 에너지 소비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공동 연구를 실시한 바 있다.

이 실험을 수행한 서울대학교 체육교육과 송욱 교수에 의하면, 실험의 결과로 껌을 씹을 때와 씹지 않을 때의 운동 효율성을 파악하기 위해 운동 거리, 산소 소비량, 에너지 소비량을 측정한 결과 세 가지 항목에서 모두 저작 운동이 발생할 때 운동성과 효율성이 증가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 껌을 씹으면서 진행한 사이클링 운동 연구에서는 저작 운동을 하며 사이클링을 하면 근육의 활성도 또한 증가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현재 본 실험 결과에 대한 내용을 논문을 통해 국제 저널에 등재하려고 준비 중에 있다.

에너지 소비 및 운동 능력 향상 외에도 기존의 여러 논문과 연구 결과에 따르면 껌 씹기는 턱 운동을 통해 뇌로 가는 혈류량을 늘려 기억력과 집중력을 관장하는 뇌 부위를 활성화한다고 밝혀졌다. 껌 씹기가 포만감을 줘 음식물을 덜 섭취하게 되므로 다이어트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소화액 분비를 촉진해 소화 작용에도 도움을 준다. 운동 전 껌을 씹으면 골격근 활성화 및 에너지 소모를 위해 적절한 근육 상태를 유지하는 데도 상당한 도움을 준다고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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