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티머스 펀드 시작부터 ‘사기’였다… 공기관 매출채권 투자 한건도 없어

김형민 기자

입력 2020-07-24 03:00 수정 2020-07-2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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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중간검사 결과 발표

‘안전한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한다’던 옵티머스자산운용의 제안은 처음부터 사기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공공기관 매출채권 투자는 실제로 단 한 건도 없었다. 펀드 자금 대부분은 대부업체 등 비상장기업 사모사채에 투자됐다. 대표이사는 투자금 일부를 빼돌려 주식 투자 등에 사용했다.

23일 금융감독원의 옵티머스 사태 중간 검사 결과에 따르면 옵티머스는 처음부터 펀드 자금을 부동산 및 개발 사업 등에 투자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투자제안서에는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한다고 기재하는 등 사기 행각을 벌였다.

이들이 모집한 펀드 자금은 총 5235억 원이다. 이 중 98%인 5109억 원은 씨피엔에스(2052억 원), 아트리파라다이스(2031억 원), 대부디케이(279억 원), 라피크(402억 원) 등 옵티머스 2대 주주 이동열 씨(46·수감 중)의 개인회사 사모사채를 사들이는 데 쓰였다. 4곳에 흘러들어간 펀드 자금은 다시 부동산 개발, 상장주식 매입 등 위험자산에 투자됐다.

김재현 옵티머스 대표(50·수감 중)는 펀드 자금 수백억 원을 개인 계좌로 빼돌렸다. 펀드 자금을 여러 차례 이체하는 등 일종의 ‘돈세탁’을 한 뒤 주식 투자, 선물옵션 매매에 이용했고 횡령한 돈은 대부분 탕진한 상태다.

펀드 자금 대부분은 회수가 불가능한 것으로 전망된다. 금감원이 현재 회계법인을 통해 회수 가능 자산을 실사 중인데, 빼돌린 5109억 원 중 약 2000억 원은 행방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다. 나머지 약 3000억 원은 60여 곳의 투자처로 흘러간 것으로 보이지만 이마저도 구속된 옵티머스 임원들이 제시한 자료를 근거로 하고 있어 신뢰성이 낮다. 김동회 금감원 부원장보는 “불투명한 자산이 다수여서 회수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추정된다”라며 “정확한 회수 가능 자산 규모는 9월쯤 드러날 것”이라고 했다.

금감원은 옵티머스 펀드를 가장 많이 판 NH투자증권(4327억 원)에 대해선 현장검사를 진행 중이다. 불완전 판매 여부 및 상품 선정 과정에서의 적정성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사무관리회사인 한국예탁결제원과 수탁회사인 하나은행에 대해선 현장검사를 종료했고 법규 위반 여부는 내부 검토를 거쳐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투자자 배상 단계인 금감원의 분쟁조정은 판매사 등 관련 검사가 종결되고 손실이 확정돼야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는 판매사가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한다고 소개했던 만큼 투자금 전액을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철웅 금감원 분쟁조정2국장은 “판매사가 어느 정도 책임져야 하는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했다.

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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