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옵티머스 사모사채 발행에 성지건설이 곳간 역할”

황성호 기자 , 위은지 기자 , 신동진 기자

입력 2020-07-17 03:00 수정 2020-07-19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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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24억 약속어음 담보제공… 다음해 전환사채관련 수상한 거래
검찰, 육사출신 연결고리 주목


공공기관 매출 채권 투자 사기로 대규모 환매 중단 사태가 발생한 사모펀드 운용사 옵티머스자산운용(옵티머스)이 지난해 10월 ‘성지건설 무자본 인수한병(M&A) 의혹 사건’에 깊숙이 연루돼 검찰이 양측 간 자금 흐름을 분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옵티머스의 사모사채 발행에 성지건설 어음이 담보로 동원되는 등 옵티머스의 ‘곳간’ 역할을 한 단서를 잡고 수사 중이다.

16일 미래통합당 조해진 의원실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성지건설 이모 대표, 대주주인 MGB파트너스 박모 대표의 자본시장법 위반 공소장에는 옵티머스가 총 11차례 등장하는 등 복잡한 자금 거래 명세가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서울남부지검이 지난해 10월 이 대표 등 3명을 기소한 사건에 이미 옵티머스 사태의 단서가 숨어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공소장에 따르면 박 대표 등은 2017년 옵티머스가 두 차례에 걸쳐 110억 원 상당의 사모사채를 발행할 때 총 124억 원 상당의 성지건설 약속어음을 담보로 제공했다. 박 대표 등이 옵티머스에 124억 원의 이익을 얻게 하고, 성지건설에 손해를 입힌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를 적용했다. MGB파트너스 공동 대표인 이동열 씨(45)는 최근 옵티머스 사건과 관련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돼 수사를 받고 있다.

2018년 1월 박 대표 등이 MGB파트너스 명의로 전환사채를 인수해 성지건설 지분을 높일 때도 옵티머스가 등장했다. 자금 조달책 유모 씨가 소유한 페이퍼컴퍼니 3곳에 옵티머스 자금이 150억 원 들어간 후 전환사채 매입에 쓰인 뒤, 성지건설이 다시 옵티머스 펀드에 같은 돈을 납입한 것. 검찰은 공소장에서 “자기자본 없이 지분을 높인 ‘자금 돌리기 방식’”이라고 했다.

성지건설과 옵티머스의 약속어음을 공증한 곳도 옵티머스의 고문단으로 이름을 올린 양호 전 나라은행장이 근무했던 A법무법인으로 파악됐다. 여권 실세 친분 의혹과 함께 옵티머스 사태의 핵심으로 지목된 이혁진 전 옵티머스 대표 측은 “김재현 옵티머스 대표(50·구속)가 양 전 행장을 옵티머스에 끌어들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양 전 행장은 “해당 법무법인엔 2015년 이전에 15일간만 고문으로 있었다”며 공증 과정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말했다.

검찰은 옵티머스와 성지건설의 수상한 연결고리로 박 대표 측 자금 조달 역할을 맡았던 유 씨를 주목하고 있다. 유 씨는 육군사관학교 출신으로 국방부 과장을 거치고 금융투자(IB)업계에서 일했다. 유 씨는 옵티머스 펀드 환매 사태의 핵심으로 지목된 정모 씨가 대표로 있는 골든코어의 사내이사로 등재되기도 했다.

옵티머스 사태를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조사1부(부장검사 오현철)는 옵티머스가 성지건설을 통해 초기 펀드부터 투자자들의 자금을 빼돌려온 것은 아닌지 확인하고 있다. 옵티머스 관계자들이 은닉한 자금 추적에도 일부 성과가 나오고 있다.

황성호 hsh0330@donga.com·위은지·신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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