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다음날 찾아온 김주형, 부족한 점 잔뜩 늘어놔”

김정훈 기자

입력 2020-07-16 03:00:00 수정 2020-07-16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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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GA ‘18세 대세’ 지도 이시우 프로

이번 시즌 국내 남녀 프로골프투어에서 최강자로 떠오른 김주형(앞)과 박현경(오른쪽)은 모두 이시우 코치(뒤)에게 지도를 받으며 친한 선후배 사이로 지내고 있다. 이 코치는 “김주형은 열여덟 살답지 않은 강한 정신력으로 우승을 가져왔고, 박현경은 마음을 차분히 내려놓으면서 좋은 성적을 거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시우 코치 제공
‘휙, 휙.’

올해 2월 미국 샌디에이고의 한 골프연습장. 아직 해가 뜨지도 않은 고요한 새벽에 골프 스윙 소리가 적막을 깼다. 주인공은 ‘한국 골프의 신성’ 김주형(18)이다. 일요일이라 함께 전지훈련을 갔던 다른 선수들은 단잠에 빠져 있었지만 그는 굵은 땀방울을 쏟았다. 그로부터 몇 달 후 김주형은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를 뒤흔들고 있다. 시즌 개막 후 2개 대회에서 준우승과 우승을 차지하며 최연소 프로 챔피언이라는 새 골프 역사도 썼다.

당시 김주형의 곁에는 지난해 10월부터 사제 관계를 맺은 이시우 코치(39)가 있었다. 이 코치는 “주형이는 처음 봤을 때부터 어린 나이에도 공을 정말 잘 쳤다. 그런데 공을 맞히는 능력이 탁월해서 스코어가 잘 나고 있을 뿐 스윙은 미완성 단계였다”고 말했다. 스윙 교정을 권하고 싶었지만 자칫 혼란이 와 슬럼프에 빠질 수 있었다는 게 이 코치의 설명. 그래도 김주형은 모험을 마다하지 않았다. 이 코치는 “비밀이라 공개하기는 힘들지만 스윙 교정의 효과를 톡톡히 봤다”며 웃었다.

김주형의 용품계약사인 타이틀리스트에 따르면 그의 가장 큰 고민은 탄도였다. 티샷할 때 공 끝이 항상 위로 솟구쳤던 그는 드라이버와 3번 우드의 로프트 각도를 각각 8.5도와 13.5도로 낮춰 자신이 원하는 드로 구질을 구사하는 데 도움을 봤다고 한다. 타이틀리스트 관계자는 “김주형은 그 나이 또래와 달리 클럽 피팅할 때 샷에 대한 정확한 피드백과 코멘트를 주는 섬세함이 있어 놀랐다”고 전했다.

김주형은 국내에서도 해외 전지훈련 때처럼 자신이 부족하다고 느끼면 쉬는 날을 가리지 않고 훈련을 했다. 이 코치는 “첫 우승을 차지한 군산CC오픈이 끝난 뒤 다음 날 바로 찾아와 ‘이 부분을 실수했고, 이런 부분을 보완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하더라”며 “아시안투어에서 이미 우승을 해서 그런지 국내 무대에서는 좀 더 완벽한 승리를 하고 싶어 하더라”고 했다. 그는 또 “김주형이 16일부터 충남 태안 솔라고CC(파72)에서 열리는 ‘KPGA 오픈 with 솔라고CC’에서 최연소 2개 대회 연속 우승 타이틀에 도전하는데 좋은 결과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시즌 국내 남자투어에 김주형이 있다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선 박현경(20)이 선두주자로 나섰다. 김주형이 우승한 다음 날 박현경이 부산오픈에서 정상에 오르면서 시즌 처음으로 KLPGA투어 2승 달성자가 됐다. 박현경 역시 이시우 코치와 지난해 10월부터 인연을 맺고 있다. 나란히 소속 투어에서 상금 선두에 이름을 올린 김주형과 박현경은 세계 랭킹 1위 고진영 등과 미국 전지훈련을 같이 다녀오기도 했다.

아마추어 시절 유망주로 주목받은 박현경은 KLPGA투어 신인이던 지난해 무관에 그쳐 아쉬움이 컸다. 투어 2년 차를 맞아 마음을 비웠던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이 코치는 “현경이에게 가장 많이 주문한 것이 ‘우승을 해야 한다는 강박보다는 가지고 있는 기량을 최대한 펼치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라고 했다”며 “실제로 올해 개막전에서부터 본인이 우승에 대한 부담을 내려놓고 골프를 즐기는 모습이 보였다”고 했다.

이 코치는 “시즌이 중반을 향하면서 박현경이 전지훈련 때 늘렸던 비거리가 조금씩 떨어지는 것 같아 아쉽다”며 “대회가 계속 열리는 장기 레이스에서 재충전할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김정훈 기자 h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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