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떨어질텐데…” 청년들 취업의 꿈 접었다
송혜미 기자
입력 2020-06-25 03:00 수정 2020-06-25 03:00
청년 10명중 1명 ‘슬픈 구직포기’
코로나로 채용시장 더 막히자 ‘非구직 니트족’ 127만명 달할듯
청년수당 받으며 근근이 생활
결혼감소 등 악영향… 대책 시급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일하지 않고 구직활동도 하지 않는 이른바 ‘비(非)구직 니트족’이 늘고 있다. 이들의 규모가 연말까지 127만 명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지난해보다 14.7% 늘어난 규모로, 청년 10명 중 1명은 구직을 아예 포기하는 셈이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엔 청년들이 일을 구하지 못해도 꾸준히 구직활동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청년들이 구직 희망조차 갖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는 길어진 취업 준비 기간에 몸도 마음도 모두 지쳤다고 했다. 그는 “채용공고가 뜨면 어차피 떨어질 텐데 뭐 하러 원서를 쓰는지 모르겠단 생각만 든다. 일상에서도 아무런 의욕이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서 “퇴직 공무원인 부모님 연금에 기대 사는 게 죄송해 월세라도 줄이려 낙향하기로 결정했다. 좋은 직장에 다니는 대학 동기들을 보면 열등감에 사로잡혀 숨고 싶은 마음뿐”이라고 털어놓았다. 강 씨는 당분간 구직 활동을 중단한 뒤 연말에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해볼 계획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청년 취업문이 좁아지며 강 씨처럼 구직 의욕을 상실한 미취업자인 이른바 ‘비(非)구직 니트(NEET)족’이 늘고 있다. 올해 청년(15∼34세) 10명 중 1명이 니트족이 될 것이라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니트족이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청년을 의미한다. 구체적으로는 일하지 않고, 학교나 학원에 다니지 않으며, 가사·육아를 하지도 않는 15∼34세를 말한다. 이 중에서도 비구직 니트족은 구직 활동을 전혀 하지 않는 경우다.
남재량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4일 보건복지부가 주최한 ‘저출산의 인문학적 통찰 콜로키움’에서 올해 말까지 비구직 니트족이 127만3000명에 달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지난해(111만6000명)보다 15만7000명(14.7%) 늘어난 규모다. 매년 5만 명 안팎으로 증가한 최근 추세를 감안했을 때 올해 예상 증가폭은 유난히 급격한 셈이다.
이에 따라 비구직 니트족이 전체 청년 인구(1223만8000명) 중 차지하는 비율도 10.4%로 전망됐다. 2000년만 해도 이 비율은 3.0%에 그쳤지만 2010년 7.2%, 2015년 7.4%, 2018년 8.5%, 지난해 9.0%로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해까지 취업준비생이던 고모 씨(28·여)도 코로나19 확산 이후 구직을 포기해 비구직 니트족이 됐다. 대학 졸업 후 약 4년간 취업을 준비한 고 씨는 “지난해 겨울 한 대기업 면접에서 떨어진 뒤 실의에 빠져 지금은 채용공고를 들여다보지도 않고 있다”고 했다. 그는 “활동적으로 지내기 위해 용돈도 벌 겸 간간이 아르바이트도 했는데, 이제는 그럴 힘조차 없다”고 말했다. 고 씨는 현재 서울시로부터 청년수당을 받으며 생활하고 있다.
남 연구위원은 비구직 니트족의 증가가 저출산과도 직결된다고 분석했다. 비구직 니트족의 6∼9년 후 취업 가능성은 일반 구직자보다 6∼24%포인트 낮다는 것. 임금도 비구직 니트족이 일반 구직자보다 3.5∼12.3%포인트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10년 후 결혼 비율도 비구직 니트족이 10%포인트가량 낮았다.
비구직 니트족 증가가 청년 개인의 삶에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사회 전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만큼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년실업 장기화에 코로나19까지 겹쳐 청년들이 구직 활동 자체를 포기해버리는 것을 심각한 사회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는 진단이다.
송혜미 기자 1am@donga.com
코로나로 채용시장 더 막히자 ‘非구직 니트족’ 127만명 달할듯
청년수당 받으며 근근이 생활
결혼감소 등 악영향… 대책 시급
3년 전 서울 소재 4년제 대학을 졸업한 강모 씨(32)는 지난달 서울 생활을 접고 고향으로 내려갔다. 졸업 뒤에도 서울에 머물며 대기업 취업 준비에 전념했지만 한 번도 최종면접의 문턱을 밟아보지 못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취업이 더 어려워지자 강 씨는 결국 구직을 포기했다.
그는 길어진 취업 준비 기간에 몸도 마음도 모두 지쳤다고 했다. 그는 “채용공고가 뜨면 어차피 떨어질 텐데 뭐 하러 원서를 쓰는지 모르겠단 생각만 든다. 일상에서도 아무런 의욕이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서 “퇴직 공무원인 부모님 연금에 기대 사는 게 죄송해 월세라도 줄이려 낙향하기로 결정했다. 좋은 직장에 다니는 대학 동기들을 보면 열등감에 사로잡혀 숨고 싶은 마음뿐”이라고 털어놓았다. 강 씨는 당분간 구직 활동을 중단한 뒤 연말에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해볼 계획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청년 취업문이 좁아지며 강 씨처럼 구직 의욕을 상실한 미취업자인 이른바 ‘비(非)구직 니트(NEET)족’이 늘고 있다. 올해 청년(15∼34세) 10명 중 1명이 니트족이 될 것이라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니트족이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청년을 의미한다. 구체적으로는 일하지 않고, 학교나 학원에 다니지 않으며, 가사·육아를 하지도 않는 15∼34세를 말한다. 이 중에서도 비구직 니트족은 구직 활동을 전혀 하지 않는 경우다.
남재량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4일 보건복지부가 주최한 ‘저출산의 인문학적 통찰 콜로키움’에서 올해 말까지 비구직 니트족이 127만3000명에 달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지난해(111만6000명)보다 15만7000명(14.7%) 늘어난 규모다. 매년 5만 명 안팎으로 증가한 최근 추세를 감안했을 때 올해 예상 증가폭은 유난히 급격한 셈이다.
이에 따라 비구직 니트족이 전체 청년 인구(1223만8000명) 중 차지하는 비율도 10.4%로 전망됐다. 2000년만 해도 이 비율은 3.0%에 그쳤지만 2010년 7.2%, 2015년 7.4%, 2018년 8.5%, 지난해 9.0%로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해까지 취업준비생이던 고모 씨(28·여)도 코로나19 확산 이후 구직을 포기해 비구직 니트족이 됐다. 대학 졸업 후 약 4년간 취업을 준비한 고 씨는 “지난해 겨울 한 대기업 면접에서 떨어진 뒤 실의에 빠져 지금은 채용공고를 들여다보지도 않고 있다”고 했다. 그는 “활동적으로 지내기 위해 용돈도 벌 겸 간간이 아르바이트도 했는데, 이제는 그럴 힘조차 없다”고 말했다. 고 씨는 현재 서울시로부터 청년수당을 받으며 생활하고 있다.
남 연구위원은 비구직 니트족의 증가가 저출산과도 직결된다고 분석했다. 비구직 니트족의 6∼9년 후 취업 가능성은 일반 구직자보다 6∼24%포인트 낮다는 것. 임금도 비구직 니트족이 일반 구직자보다 3.5∼12.3%포인트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10년 후 결혼 비율도 비구직 니트족이 10%포인트가량 낮았다.
비구직 니트족 증가가 청년 개인의 삶에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사회 전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만큼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년실업 장기화에 코로나19까지 겹쳐 청년들이 구직 활동 자체를 포기해버리는 것을 심각한 사회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는 진단이다.
송혜미 기자 1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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