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소비자 고의 없으면 금융사가 배상 책임져야”

장윤정 기자 , 김자현 기자

입력 2020-06-25 03:00 수정 2020-06-2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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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과기부, 척결 종합 방안
1∼4월 메신저 피싱 피해액 128억… 전년 동기대비 52% 넘게 증가
이상거래 탐지 시스템 구축 의무화, 대포폰 차단위해 선불폰 확인 강화


24일 오전 서울 중구 신한은행 본점에서 열린 ‘금융 및 통신을 통한 보이스피싱 피해 예방 서비스 시연회’에서 은성수 금융위원장(오른쪽에서 두 번째),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오른쪽에서 세 번째) 등이 관계자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금융위원회 제공
“엄마, 지금 뭐해?” “많이 바빠? 바쁜 거 아니면 톡해줘.”

가족 또는 지인을 사칭해 송금을 요구하는 ‘메신저 피싱’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24일 방송통신위원회, 경찰청,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유관기관에 따르면 1∼4월 메신저 피싱 피해액은 약 128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2% 이상 증가했다. 사기범들은 보통 액정 파손, 공인인증서 오류 등으로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없어 PC로 메시지(카톡 등)를 보낸다고 하면서 지인들에게 접근한다. 그 후 긴급한 송금, 빌린 돈 상환, 대출금 상환, 친구 사정 등의 이유를 대며 “지금 당장 급히 돈이 필요하다”면서 다급한 상황을 연출해 거액의 송금을 요구한다.

이처럼 보이스피싱 피해가 끊이질 않자 금융위원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관계 부처는 24일 ‘보이스피싱 척결 종합방안’을 내놓았다. 앞으로 보이스피싱 피해가 발생할 경우 원칙적으로 금융회사가 배상 책임을 지게 된다. 또 간편결제 업체 등을 포함한 일정 규모 이상의 금융회사는 의무적으로 이상 금융거래를 탐지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보이스피싱 차단에 나서야 한다.

이번 방안의 핵심은 금융회사의 배상 책임을 강화한 것이다. 지금은 해킹 등 금융사고가 발생하면 금융회사가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하지만 보이스피싱과 관련해서는 금융회사의 배상책임 여부가 불분명하다. 이에 따라 정부는 금융소비자의 고의 및 중과실이 없는 한 금융회사가 원칙적으로 배상책임을 지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할 계획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용자의 도덕적 해이, 손해의 공평한 분담 원칙 등도 고려해 금융회사 등과 이용자 간에 피해액이 합리적으로 분담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현재 관련 연구용역이 진행 중”이라고 했다.

금융사의 보이스피싱 예방 의무도 강화한다. 일정 규모 이상의 금융사는 의무적으로 이상금융거래탐지시스템(FDS)을 구축해야 한다. 보이스피싱에 악용될 대포폰 구매를 차단하기 위해 선불 휴대전화와 외국인 명의 전화에 대한 관리감독도 강화한다. 이를 위해 휴대전화 대상 본인 확인 전수조사 주기를 올해 하반기부터 6개월에서 4개월로 단축한다. 조사 횟수가 연 2회에서 3회로 늘어나는 셈이다.

한편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24일 서울 중구 신한은행 본점에서 열린 보이스피싱 척결방안 관련 행사에 참석해 “저에게도 은성수 금융위원장 이름으로 전화가 왔었다”고 밝혔다. 보이스피싱 사기범이 은 위원장에게 ‘은성수’ 이름을 사칭해 범죄를 저지르려 했다며 경험담을 소개한 것이다. 은 위원장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긴급재난 문자처럼 보이스피싱·불법사금융 경고 문자를 지속적으로 발송할 수 있도록 행정안전부 등 관계부처와 협의해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윤정 yunjung@donga.com·김자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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