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골칫거리 소각장, 거대한 온실-워터파크 등 지역명소로 만든다

강은지 기자

입력 2020-06-09 03:00 수정 2020-06-09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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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친화형 복합폐기물처리시설
환경부 ‘디자인 공모전’ 결과 발표


환경부가 진행한 주민친화형 복합폐기물시설 설치를 위한 디자인 공모전에서 대상작으로 선정된 ‘광명 문화 온실’. 쓰레기를 태워 나오는 폐열에너지와 재활용품을 활용한 유리 온실을 구상했다. 환경부 제공
투명한 유리로 둘러싸인 거대한 온실, 수영장과 축구장이 마련된 생태체육공원, 숲이 어우러진 캠핑장, 영화관과 쇼핑몰, 친환경 작물을 활용한 음식점과 온수 워터파크, 주말농장…. 시민들이 여가를 즐길 수 있어 선호하는 대표적인 시설이다. 향후 폐기물처리시설이 선보일 미래 모습이기도 하다.

환경부는 4일 ‘주민친화형 복합폐기물처리시설 디자인 공모전’ 결과를 발표했다. 3월 27일 공고가 나간 뒤 작품 42점이 접수됐다. 환경부, 한국환경공단, 건축 및 디자인 등 각 분야 전문가로 이뤄진 심사위원단의 논의를 거쳐 대상 1점, 금상 2점, 은상 3점, 입선 10점 등 16점을 선정했다.

○ 이미지를 바꿔라
이번 공모전은 ‘감추고 싶던 곳에서 보여주고 싶은 곳으로!’란 슬로건에서 알 수 있듯 대표적 님비시설인 폐기물처리시설을 주민들이 선호하는 시설로 바꾸겠다는 취지로 마련됐다. 공공기관이 소각장·폐기물처리시설의 디자인을 공모한 건 처음이다.

지붕에 스키장을 조성해 지역 명물로 거듭난 덴마크의 열병합발전소 ‘아마게르 바케’.
대상작은 소각장에서 나온 폐열에너지를 활용해 온실을 만드는 아이디어를 구현한 ‘광명 문화 온실’이 선정됐다. 다양한 재활용품으로 온실을 조성하고,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화면이 곳곳에 설치돼 온실 내 식물들을 소개한다는 아이디어가 포함됐다. 심사위원들은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시설이라는 점, 폐기물처리시설을 지하화하고 그 위에 건축학적 디자인이 뛰어난 시설을 만들어 지역의 명물이 될 수 있다는 점, 폐열을 재활용하겠다는 점이 좋았다”고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공모전까지 진행해 폐기물처리시설의 이미지 전환을 추진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만들기가 너무 힘들어서다. 폐기물처리시설은 꼭 필요한 시설이지만 신증설은 더디다. 오염 물질과 악취 배출을 최소화한다고 해도 ‘쓰레기를 처리한다’는 이미지가 가장 큰 걸림돌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전국 지방자치단체에서 생활 폐기물과 재활용품을 처리하기 위한 시설의 신증설 계획이 주민 반대로 지연되거나 중단된 곳은 20곳에 달한다. 부지 선정을 완료하고 설계까지 진행하다가도 주민 반대로 전면 백지화된 사례도 적지 않다.

○ 지역 명물로 탈바꿈
비슷한 고민을 했던 다른 나라들은 일찌감치 폐기물처리시설을 지역 명물로 탈바꿈시키는 과정을 거쳤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7년 덴마크 코펜하겐에 세워진 열병합발전소 ‘아마게르 바케’다. 이 소각장은 코펜하겐에서 나오는 폐기물을 하루 1200t씩 태워 지역사회에 전기와 열을 공급한다. 놀랍게도 지붕에 인공 스키장이 마련돼 있다. 멀리 가지 않고도 스키를 탈 수 있고, 주민 고용 효과도 있는 시설이 생긴 것이다. 아마게르 바케의 시작 역시 공모였다. 2011년 기존 소각장을 허물고 새로 지으면서 님비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디자인을 공모한 결과다.

국내에서는 경기 하남시가 2015년 처음으로 폐기물처리시설과 하수처리시설을 지하에 설치했다. 지상에는 잔디광장과 어린이 물놀이시설 등을 조성했고, 105m 높이의 하남유니온타워를 세워 전망대로 활용하고 있다. 인근에는 대형 쇼핑몰도 있어 주말마다 시민 수만 명이 찾는다. 처리 공정은 언제든 견학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번 공모전의 심사위원들은 “안전을 보장하면서도 독창적인 건축물이 만들어진다면 충분히 지역 명소가 될 수 있다”고 의견을 모았다.

이번 공모전 수상작은 향후 폐기물처리시설들의 청사진이 될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는 수상작 사례집을 각 지자체와 관계기관에 배포해 폐기물처리시설 신증설 시 활용하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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