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전쟁은 ‘나라 빚과의 사투’…뚜렷해진 증세 그림자

뉴스1

입력 2020-05-27 07:22 수정 2020-05-27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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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역대 최고 규모의 추경 편성이 추진되는 등 국가채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조세부담 증가와 국제 신용하락 가능성이 짙어지고 있다.

김유찬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은 26일 재정포럼 5월호 특별기고에서 “일정 수준에서 국가채무비율에는 한도가 존재한다고 할 수 있겠다”면서 한국의 경우 국내총생산(GDP) 대비 채무비율을 237~363%포인트(p) 높일 여력이 있다는 2015년자 해외연구를 인용했다.

우리나라의 국가채무 증액 한도를 지난해 1914조원이었던 GDP의 2~3배인 3828조~5742조원 수준으로, 상당히 높게 제시한 것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1·2차 추경 편성 이후 우리나라의 국가채무는 본예산보다 13.8조원 늘어난 819조원이며,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기존 39.8%에서 약 2%p 오르게 됐다.

김 원장은 전반적으로 한국의 재정 여력이 충분해 정부가 추진 중인 강력한 확장재정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면서 이러한 분석을 내놨다.

그는 국채금리에서 명목성장률을 뺀 ‘실효이자비용’ 추이를 기초로 “단기적으로, 그리고 중기적으로 한국의 재정 여력에 문제가 없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증세’ 필요성을 주장했다.

김 원장은 “현재와 같은 시기에는 재정지출과 동일하거나 적은 규모로 증세하는 경우 긍정적인 경제 활성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면서, 규모가 큰 일회성 지원금은 부채로 재원을 조달하고 중기적인 공공투자 등은 증세와 부채로 함께 조달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문 정부 “채무비율 낮다” 잇단 공언…국제사회 시각은?

최근 정부에서는 국채 급증 논란에 대한 옹호론이 동시다발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5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한국 국가채무비율은 2차 추경까지 포함해 41%”라며 “3차 추경까지 해도 110%에 달하는 OECD 평균에 비해 크게 낮다”고 말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국가채무비율 60%까지 국제적으론 건전한 수준이라며, 3차 추경의 대폭적인 증액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당초 나라 살림을 관할하는 재정당국은 3차 추경 규모로 30조원 정도를 잡고 있었다.

여기에 국책 연구기관인 조세연까지 한국의 적정 채무 여부는 당분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진화에 나선 것이다.

국제적으로 한국의 채무 증가를 바라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실제 국제통화기금(IMF) 등은 그간 한국의 확장재정 운용을 “매우 적절하다”고 평가한 바 있다.

그러나 사뭇 다른 시각도 존재한다. 국제 3대 신용평가사인 피치는 “한국의 채무비율이 2023년 46%까지 늘어날 경우 국가신용등급을 떨어뜨리는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난 2월 경고했다.

또 다른 신평사인 무디스는 이달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을 유지한 이유로 “한국의 국가채무는 GDP 대비 45% 선을 지키면서 견조한 재정 여력을 유지할 것”이라는 예상을 들었다.

전반적으로 국가채무비율 45%가 국가 신용도에 부담을 주는 전환점이라는 취지로 읽힌다.

◇청 “현실상 어렵다” 조심조심…학계 “보편증세도 해야 할 것”

학계에서는 급격한 국가채무비율 상승을 방어하기 위한 수단으로 증세를 꼽고 있다.

이번에 김 원장이 내세운 논리는 확장재정과 증세를 함께할 경우 오히려 경제가 더 활성화된다는 것인데, 청와대는 이 같은 명분 제공에도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26일 확장재정에 따른 증세 가능성을 묻는 기자 질문에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단언했다. 코로나19로 급격히 어려워진 경제 상황에서는 증세가 어렵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도 앞서 과감한 확장재정을 주문하며 “증세 문제는 쉽게 결론 내릴 것이 아니고,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말을 아낀 바 있다.

김 원장은 이번 특별 기고에서 정확히 어떤 세목을 증세 대상에 포함시켜야 하는지 논하지 않았다.

다만 “한계소비성향이 낮은 소득상위계층에서 부담한 세금으로 소득하위계층에 이전지출을 제공하거나 정부투자나 정부소비에 사용하는 경우 특히 긍정적인 경기부양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소위 ‘부자증세’를 암시했다.

고소득층 소득세 인상, 재산세 강화 등의 부자증세는 조세저항이 적고 재분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부자증세의 효과는 보편증세의 효과와 비교해 논란이 많은 편이다. 일부 전문가는 이미 고소득층에 소득세·법인세 등 부담이 쏠린 상황에서 추가적인 부자증세로 인한 세수증대가 어렵다고 지적한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부자 증세의 세수증대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결국 정부가 증세를 택한다면 부가가치세율 인상, 소득세 면세자 감축 등 중산층을 포괄하는 보편증세를 건드려야 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보편적 증세로 향하는 논의는 현 상황에서는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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