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머리카락 있다” “오염됐다”…日, 면 마스크 결국 배포 중단
도쿄=박형준 특파원 , 도쿄=김범석 특파원
입력 2020-04-21 16:26 수정 2020-04-21 16:36
일본 정부가 17일부터 순차적으로 배포하고 있는 면 마스크(아래)와 일반 부직포 마스크(위). 한 눈에 봐도 가로 길이가 작은 것을 알 수 있다. 도쿄=김범석 특파원 bsism@donga.com
일본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긴급사태를 발령한 지 2주일이 지났지만 혼란은 점점 거세지고 있다. 사망자 수가 늘어나면서 일선 현장에서는 의료붕괴에 대한 걱정이 커지고 있고,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대책으로 내놓은 면 마스크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이 커지면서 배포가 잠정 중단됐다. NHK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14일부터 임산부용으로 면 마스크를 전국에 50만 장 발송했다. 하지만 ‘벌레나 머리카락이 있다’ ‘오염됐다’ 등과 같은 보고가 잇따라 나왔다.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후생노동상은 21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날 오전까지 143개 기초지자체에서 불량품이 7870장 나왔다”며 “일단 (임산부용) 면 마스크 배포를 중지한다”고 발표했다. 임산부용 면 마스크는 전량 해외에서 생산하는데 후생성은 문제 있는 제품을 회수해 분석하기로 했다.
각 가정에 2장씩 배포하는 면 마스크와 요양시설용 면 마스크에선 불량품 보고가 거의 없다. 하지만 ‘크기가 너무 작다’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면 마스크의 크기는 가로 14㎝, 세로 9.5㎝로 일반 부직포 마스크(가로 18㎝, 세로 10㎝)보다 작다. 각료들도 아베 총리 외에는 면 마스크를 거의 착용하지 않는다.
마이니치신문이 18, 19일 조사한 여론조사에서 면 마스크 지급 정책이 잘못됐다고 평가하는 사람은 68%였다. 신문은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견디고 있는 사람들의 심정을 ‘아베노마스크(아베의 마스크)’가 잘못 건드린 것 같다”고 지적했다.
또 아베 총리가 7일 긴급사태를 발령했지만 의료체계 붕괴가 현실화되면서 사망자 수가 늘고 있다. NHK에 따르면 20일 347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고, 25명이 사망했다. 하루 사망자 수로는 사상 최대다.
NHK 등에 따르면 감염자가 급증하면서 바이러스 검사를 하기로 결정내린 후 실제 검사까지 4, 5일 걸리고,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또다시 최장 1주일 걸린다. 검사를 받기 전이나 집에서 검사 결과를 기다리다가 사망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경찰이 최근 한 달 동안 처리한 변사 사건 중 도쿄도, 가나가와현 등 5개 광역자치단체에서 11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망자였다고 도쿄신문이 21일 전했다.
상황이 심각하자 아베 총리는 20일 “장기전도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긴급사태 발령 기한이 다음달 6일을 넘어 연기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아베 총리는 21일 야스쿠니신사 봄 제사를 맞아 ‘내각총리대신 아베 신조’ 명의로 마사카키(비쭈기나무 화분)라는 공물을 보냈다. 아베 총리는 2013년 12월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해 한국, 중국 등으로부터 강한 비판을 받자 이후 매년 봄, 가을 제사와 제2차 세계대전 패전일(8월 15일)에 공물만 보내고 있다. 다만 야스쿠니신사를 단골로 참배하는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총무상을 비롯한 일본 국회의원들은 코로나19 대책 일환으로 올해 봄 제사 참배를 취소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도쿄=김범석 특파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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