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명이 30명 순식간에 ‘감염’…‘생활방역 전환’ 쉽지 않은 이유
뉴스1
입력 2020-04-17 09:16 수정 2020-04-17 11:28
16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코로나19 국내 총 확진자 수는 이날 0 시 기준 전날보다 22명 증가한 1만613명을 기록했다. © News1
대구지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잠잠해지자마자 경북 예천에서 확진자 수가 급증하고 있다.
이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지 않은 1명이 30여명을 감염시킨 사례로, 현재 방역당국이 추진중인 생활방역 전환에도 제동이 걸리게 됐다. 특히 정부가 예고한 사회적 거리두기 기한이 사흘(19일까지)밖에 남지 않은 시점이어서 방역당국의 고민이 더 깊다.
17일 중앙방역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경북 예천군에서는 지난 9일 경로당 행복도우미인 40대 여성 1명이 확진된 이후 16일까지 8일 사이 총 31명이 확진 판정(예천 방문자 포함)을 받았다. 같은기간 전국 추가 확진자 229명의 약 14%에 달하는 수치다. 이 기간 코로나19 사태로 전국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대구는 총 20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예천의 경우 그야말로 ‘조용한 전파’가 진행되며 지역사회 대규모 감염으로까지 이어졌다. 이는 지난 9일 확진 판정을 받은 40대 여성 A씨의 접촉자를 전수조사하면서 드러났으나 이미 주변으로 확산된 뒤였다.
우선 A씨의 배우자와 아들, 직장동료 등 4명이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고 10일에는 아들의 친구 3명으로 확산, 11일에는 A씨가 다녀간 목욕탕과 아들이 방문한 식당 종업원, 아들 친구의 지인까지 3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후 이들과 접촉한 이들을 통해 현재까지 3, 4차 감염이 발생했다. A씨를 시작으로 감염된 코로나 확진자 수는 예천 전체 36명 중 31명이다.
또 확진자들이 식당이나 마트, 목욕탕, 병원, PC방 등을 이용한 것으로 나타나 어떤 경로에서 확진자가 더 발생할지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예천의 사례는 한순간의 방심이 언제든지 코로나19 방역망에 구멍을 낼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특히 최근 날씨가 따뜻해져 전국적으로 야외활동이 늘고 있는 만큼 비슷한 추가 사례가 더 나올 수 있다는 점도 우려의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김강립 중대본 1총괄조정관은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경북 예천군 등에서 확진자들이 식당, 술집, PC방 등 다중이용시설 여러 곳을 방문했다”며 “이것이 확산돼 지난 9일부터 이날까지 불과 일주일 사이에 30여명의 환자가 발생했다”고 했다.
이어 “사회적 거리두기를 소홀히 했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라며 “한 사람이 30명 남짓한 가족과 이웃을 순식간에 감염시키는 이번 사례가 다른 지역에서의 추가적인 지역사회의 감염을 막는 예방주사가 되기를 바란다”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정부가 추진해온 ‘사회적 거리두기→생활방역’ 지침 하향 계획도 제동이 걸렸다. 그동안 중대본은 생활방역으로의 전환의 전제 조건으로 대규모 지역사회 감염이 없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전날 중대본에서 열린 제2차 생활방역위원회에서도 생활방역 전환에 대한 언급이 있었으나 사회적 거리두기가 급격히 느슨해지고 있어서 대규모 확산이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사실상 단기간 내 생활방역 전환이 어렵다는쪽으로 의견이 모인 것이다.
박능후 보건복지부장관은 “현재 방역상황을 조망해보면, 확진자 수는 하루 30명 이하로 감소했으나, 여전히 감염원을 알 수 없는 환자가 발생하고 있어 방역에 대한 긴장을 늦춰서는 안된다”고 경계의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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