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합의금까지 헌금 내라더라” 신천지 탈퇴자 증언

뉴스1

입력 2020-03-13 10:17 수정 2020-03-13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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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금을 걷기 위해 신천지가 신도들에게 나눠준 건축헌금 작정서© 뉴스1

“알바로 생계를 유지하면서 안 그래도 김밥 한 줄씩 먹으면서 생활하는데 교통사고 합의금까지 헌금으로 내라고 하더라고요.”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에서 4년간 활동하다 탈퇴한 이모씨(28·여)는 신천지의 헌금 요구는 무척 집요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헌금을 하지 않은 사람들은 구역장들에게 정신 교육을 받는다”며 “윗선에 청년회장이라는 분이 있었는데 제 알바비며 용돈이며 돈이 얼마가 들어왔는지를 농담처럼 다 물어봤다”고 몸서리를 쳤다. 이씨는 “헌금을 하지 않으면 이런 수입이 있는 거로 아는데 어디 있냐고 물어보기도 한다”고도 했다.

한때 신천지에 빠졌던 이들은 교인들이 헌금을 낼 수밖에 없도록 분위기를 조성하고 여러 가지 명목으로 헌금을 내도록 압박받았다고 입을 모았다.

13일 뉴스1의 취재에 따르면 신천지 탈퇴자들과 관련 전문가들은 신천지가 강요에 가까울 정도로 신도들에게 헌금을 요구하고 있다고 증언했다.

이들은 교인들이 십일조, 감사헌금, 절기헌금 등의 헌금뿐만 아니라 부서회비, 구역회비 등 부서별 운영비도 따로 납부해야 한다고 전했다.

신천지는 자신들이 ‘생명책’이라고 부르는 교적부에 교인들의 헌금액과 이름을 적어가 신앙적으로도 헌금을 내라고 압박한다고 알려졌다.

역시 신천지에서 3년 동안 활동했던 최모씨(29)는 “신천지에서는 교적부를 생명책이라고 부른다며 원래는 하늘의 기록이라고 보는 게 맞지만, 신천지에는 실제로 종이로 만든 책이 존재한다”며 “내부에서는 헌금생활, 전도생활을 제대로 안 하면 생명책에서 이름이 도말될 수 있다고 가르친다”고 설명했다.

신천지 교인 중 20대 청년의 비중이 높고 이들은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않아 헌금 때문에 고생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신천지 상담소에서 일하는 상담사 A씨는 “청년들은 이것저것 돈을 내다보면 신천지에 한 달에 평균적으로 30만원 정도 낸다고 보면 될 것 같다”며 “용돈 받아서 전도 활동비로 쓰고 차비로 쓰다 보면 청년들이 헌금할 돈이 남아있겠냐”고 꼬집었다.

이씨는 “신천지 청년들이 맨날 김밥 먹고 편의점 폐기(편의점에서 유통기한이 임박해 버리는 음식)를 먹으면서 살 정도로 열악하게 생활하기 때문에 헌금 부담이 크다”며 “헌금을 안 내려고 용돈을 안 받는다고 거짓말하는 청년들도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그는 “제가 신천지에서 어떻게 생활했는지 부모님이 아시고 정말 많이 우셨다”며 “신천지 안에서의 생활이 얼마나 힘든지는 겪어보지 않으면 모른다”고 덧붙였다.

한편 12일 오전 전국신천지피해자연대는 사기죄, 노동력착취유인죄 등으로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을 고소·고발했다. 지난 1월14일 신천지 탈퇴자들이 신천지 서산교회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한 데 힘입어 또 다른 탈퇴자들이 ‘청춘반환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고소인 A씨는 “신천지 교리가 사기인지도 모르고 마이너스 대출로 2000만원을 건축헌금으로 냈다”고 털어놨다.

고소장에 따르면 신천지 부녀회장은 A씨에게 건축헌금으로 5000만원을 낼 것을 요구했고 A씨가 금액이 너무 커 도저히 돈을 낼 수 없다고 하자 2000만원으로 헌금액을 낮춰줬다. 이에 A씨는 결국 빚을 내 건축헌금을 마련했다.

A씨는 ‘불순종은 곧 지옥에 간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혀 이뤄진 헌금이기 때문에 마땅히 돈이 반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천지가 교인들에게 헌금을 내라고 압박한다는 주장에 대해 신천지 측은 “십일조 외에는 의무적으로 내야 하는 헌금은 없고 교인들은 자유 의지에 따라서 헌금을 낸다”고 답변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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