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 넘게 이어온 팝음악과 미술계 밀월

임희윤 기자

입력 2020-02-07 03:00:00 수정 2020-02-07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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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디 워홀 디자인 바나나 표지… 무명 벨벳 언더그라운드 부상 계기
레이디 가가-쿤스 협업도 화제몰이


대중음악과 미술계의 밀월 관계는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반세기 이상 이어졌다.

이른바 ‘바나나 앨범’은 알려진 초기 사례다. 앤디 워홀(1928∼1987)과 미국 록 밴드 ‘벨벳 언더그라운드’가 만나 만든 1967년작 ‘The Velvet Underground & Nico’ 앨범이다. 흰 바탕에 노란 바나나를 그려 넣은 표지로 유명하다.

그룹은 앨범 제작 전, 워홀의 시청각 예술 프로젝트 ‘불가피한 플라스틱 폭발’에 참여 중이었고, 이를 위해 만든 곡을 다듬어 앨범을 완성했다. 워홀은 앨범 제작비를 대고 표지 디자인도 맡았다. 자신이 예술계에서 지닌 위상을 이용해 잠재력 높은 인디 밴드였던 ‘벨벳…’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춰줬다는 해석도 나온다.


지난해 서울에서 기자와 만난 벨벳 언더그라운드 멤버 존 케일은 “백남준과 존 케이지, 플럭서스 운동 등 당시 서로 다른 예술 장르가 넘나들며 상호 작용하는 경향을 1960년대 뉴욕에서 피부로 느낀 것이 음악 제작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닭이 먼저든 달걀이 먼저든, 대중음악과 미술이 직접 살을 맞대며 화학반응을 일으킨 셈이다.

비슷한 시기에 비틀스는 로큰롤 밴드에 대한 고정관념을 넘어서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미술과 접점을 만들었다. 팝아트 작가인 피터 블레이크, 잰 하워스에게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1967년)의 표지 디자인을 맡긴 것.

근래에는 팝스타 레이디 가가와 미술가 제프 쿤스의 교류가 조명을 받았다. 가가는 2003년 앨범 ‘ARTPOP’ 표지를 쿤스에게 맡겼다. 쿤스는 르네상스 화가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을 변형해 독특한 이미지를 만들었다. 수록 곡 ‘Applause’에서 가가는 이런 가사를 노래한다. ‘(과거엔) 대중문화(pop culture)가 예술에 속했지만, 이젠 예술이 대중문화에 속해.’ 뮤직비디오에선 이 대목을 부를 때 가가가 ‘블랙 스완’으로 변신한다.

21세기 들어 힙합 쪽에서도 미술 작품이나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껴안고 있다. ‘내 음악은 이런 작품들에 비견할 정도로 불멸의 명작’이라는 힙합 특유의 뽐냄 문화도 영향을 미쳤다. 미국 래퍼 제이지는 2013년 앨범 ‘Magna Carta Holy Grail’의 표지를 마치 고전 명작처럼 영국 솔즈베리 대성당에 전시했다. 대헌장 옆에 나란히.

래퍼 로직은 2017년 앨범 ‘Everybody’의 표지에서 16세기 이탈리아 화가 파올로 베로네세의 ‘카나의 혼례’를 변형했다. 래퍼 프레디 기브스는 같은 해 낸 ‘You Only Live 2wice’의 표지에서 르네상스 화풍으로 예수의 재림을 패러디했다.

그간 여러 대중음악가와 미술의 협업은 화제를 낳기도, 마케팅 수단에 불과하다는 혹평을 받기도 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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