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경영난에도 11조 들여 신안 해상풍력사업 참여

세종=송충현 기자

입력 2019-12-21 03:00 수정 2019-12-2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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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9년까지 총사업비 48조 소요
민간사업자 투자 참여 꺼리자 한전이 1단계 사업비 절반 부담
일각 “한전 경영난 악화 우려”


한국전력이 2020년부터 약 11조 원을 투자해 전남 신안군에 국내 최대 규모의 해상풍력발전단지 조성에 나선다. 전남형 일자리사업인 해상풍력발전으로 재생에너지 비중과 일자리를 늘리려는 취지이지만 잇단 적자로 경영난을 겪는 한전이 천문학적인 자금을 신규 사업에 투자하는 것이 적절한지 논란이 예상된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전, 전남도는 20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신안지역 대규모 해상풍력 사업개발 협약식을 열고 전남 신안군 임자도 20∼30km 해상에 2029년까지 3단계에 걸쳐 총 8.2GW(기가와트) 규모의 해상풍력단지를 설치키로 했다고 밝혔다.

총사업비는 48조5000억 원으로 한전은 1단계인 3GW 규모 사업에 참여해 해상풍력발전단지와 송·변전 설비를 건설한다. 1단계 사업비 20조 원의 55%(11조 원)를 한전이 부담하는 것이다. 전남과 한전은 사업 참여 의향이 있는 민간사업자와 연내 컨소시엄을 꾸린 뒤 내년에 현장 점검을 거쳐 2023년 착공할 예정이다.

신안 해상풍력단지는 김영록 전남지사의 역점 사업이다. 전남은 8월 노·사·민·지방자치단체 공동으로 대규모 해상풍력단지를 조성하는 전남형 일자리 모델을 공개해 약 11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앞서 7월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대규모 해상풍력발전단지 조성 계획을 담은 블루이코노미 선포식을 열기도 했다.

하지만 민간 사업자들은 사업비에 부담을 느껴 신안 해상풍력단지 사업에 쉽게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 발전용량이 1.4GW인 한국형신형원전(APR1400)의 경우 건설비가 평균 3조 원인 반면 해상풍력은 1.5GW 기준 건설비가 10조 원에 이르기 때문이다. 한전은 송·변전 시설 등 기본 인프라에 투자하고 이를 이용하는 민간 사업자들이 사업비의 일부를 한전에 보전해주는 방식으로 사업이 추진된다.

정부 관계자는 “한전이 사업에 물꼬를 트면 민간 사업자의 초기 사업 부담금이 크게 줄어 사업이 빠르게 진행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한전이 전남의 역점 사업을 위해 11조 원을 투자하면 경영난이 심해질 수 있다고 본다. 한전은 올 상반기(1∼6월) 9000억 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내며 상반기 기준 7년 만에 최대 적자를 나타냈다. 3분기(7∼9월)에는 흑자로 돌아섰지만 영업이익 폭이 2011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보이는 등 수익성 개선에 애를 먹고 있다.

한전 관계자는 “전체 사업비의 80%를 프로젝트파이낸싱으로 조달하고 나머지 20%는 합작 특수목적법인(SPC)이 부담하는 형태로 진행할 것”이라며 “SPC 내 한전 지분이 30% 정도 될 것으로 보여 실투자 부담은 약 7000억 원으로 예상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프로젝트파이낸싱으로 얼마를 조달할지, 누가 보증을 설지, 한전의 SPC 지분을 얼마로 할지 등이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부 관계자는 “한전이 사업성을 검토한 뒤 수익이 날 것을 예상해 투자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세종=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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