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달전 읽은 책 한 구절, 나를 바꿨죠”

이헌재 기자

입력 2019-11-22 03:00:00 수정 2019-11-22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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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골퍼]시즌 최종전 ‘ADT캡스’서 10년 만에 우승한 안송이

안송이가 19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파르나스에서 열린 KLPGA 시상식에서 우아한 드레스 자태를 뽐내고 있다. KLPGA 제공
“골프를 하는 모든 선수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와 희망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신인과 같은 마음으로 더 높은 곳을 향해 열심히 달리겠습니다.”

최근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시상식에 시즌 우승자 자격으로 무대에 오른 안송이(29·KB금융그룹)는 떨리는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안송이는 2010년 투어 데뷔 후 10년 차가 된 올해 생애 첫 우승 트로피에 입을 맞췄다. 이달 초에 열린 시즌 마지막 대회 ADT캡스 챔피언십에서였다. 237번째 대회 출전만의 첫 우승으로 KLPGA투어 사상 최다 출전 첫 우승 기록이었다.

챔피언 퍼트를 넣는 순간 지난 세월이 떠올라 자신도 모르게 눈물샘이 터졌다. 안송이는 “나도 많이 울었지만 많은 후배들이 ‘자기도 울었다’면서 연락해 왔다. 내가 정말 많은 사랑을 받는 사람이었구나 하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안송이에게는 그동안 뒷심 부족이라는 꼬리표가 붙어 있었다. 우승 문턱에만 서면 무너지기 일쑤였다. 올 시즌 전반기를 마치고 그는 “나는 안 되는구나”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 때 후배 이소영의 추천으로 읽게 된 책 한 권이 그의 인생을 바꿨다. 할 엘로드가 쓴 ‘미라클 모닝’이라는 책이었다.

‘나는 스스로 운명을 통제한다. 나는 성공할 자격이 있다. 나는 내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내가 꿈꾸는 삶으로 뛰어들기 위해 오늘도 열심히 노력한다’라는 문구가 마음에 와서 꽂혔다. 그날부터 그는 매일 그 문구를 되뇌었다. 수첩 앞면에 그 문구를 붙여놓고 틈날 때마다 읽었다. 희한하게도 하루하루가 달라졌다. 힘들기만 했던 훈련이 재미있어졌다. 아침에 해가 뜨는 게 기다려졌다. 그는 “별거 아닌 것 같은 문구 하나가 이상하게 큰 힘이 됐다. 하루를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를 알게 된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그 덕분인지 ADT캡스 대회 1, 2라운드에서 간발의 차로 리드해 나갔고, 곧잘 무너지곤 하던 최종 라운드에서도 1타 차 승리를 지켜냈다. 안송이는 “이번 기회마저 놓치면 평생 후회가 될 것 같았다. 떨지 말고 내 플레이만 하자는 주문을 마음속으로 계속 외웠다. 내 인생에서 가장 간절한 외침이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안송이가 10일 천안 우정힐스CC에서 끝난 KLPGA투어 ADT캡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트로피에 입을 맞추고 있다(오른쪽 사진). 왼쪽 사진은 안송이가 아이언샷을 하는 모습. KLPGA 제공
우승 이후 그의 인생은 180도 달라졌다. 사인해 달라는 요청이 쏟아지고 있다. 친구와 친지, 지인들에게 선물한 사인 모자만도 400개가 넘는다. 그는 “항상 조연이었는데 요즘은 뭔가 주인공이 된 것 같다”며 웃었다.

그는 스폰서인 KB금융그룹과 같은 소속 선수들에 대한 고마운 마음도 전했다. 2011년부터 그를 후원한 KB금융그룹은 우승이 없던 그를 9년 동안이나 묵묵히 지원했다. 채윤병 KB금융지주 브랜드전략부 차장은 “언젠가는 우승할 것 같았다. 단지 시기가 좀 미뤄졌던 것뿐이다. 실력도 인성도 훌륭한 선수이기에 믿고 지원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KB금융그룹의 후원을 받고 있는 전인지는 ADT캡스 대회 마지막 날 직접 현장으로 달려와 안송이를 응원한 뒤 기쁨의 포옹을 나누기도 했다. KB금융그룹 소속 박인비도 “너무 잘했다”며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될 듯하면서도 안 되는 내가 안쓰러워서 많이들 응원해 주신 것 같다”고 말한 안송이는 “우승 한 번이 끝이 아니다. 내년엔 목표를 상금왕으로 더 높이 잡았다. 한 번 우승을 해 보니 못 할 것도 없을 것 같다”고 각오를 밝혔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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