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해도 괜찮아… 시작 단계부터 세계시장 겨냥”

텔아비브=조유라 기자

입력 2019-11-05 03:00:00 수정 2019-11-05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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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스타트업 천국’ 텔아비브의 비결

이스라엘 텔아비브 아즈리엘리 사로나 타워 59층에 있는 인공지능 기반 이미지 인식 스타트업 코르티카의 본사. 아즈리엘리 사로나 타워 제공
이스라엘 ‘경제 수도’ 텔아비브는 최근 미국 스타트업 평가 전문회사 스타트업게놈이 발표한 세계 스타트업 도시 순위에서 미국 실리콘밸리와 뉴욕, 영국 런던, 중국 베이징, 미국 보스턴에 이어 6위를 차지했다. 서울은 세계 30위까지 발표되는 이 순위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이 차이는 어디서 왔을까. 지난달 28, 29일 텔아비브에서 열린 ‘스마트 모빌리티 서밋 2019’를 통해 ‘스타트업 강국’ 이스라엘의 비결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었다.


○ 스타트업의 천국

이스라엘에는 “올바른 사람은 7번 넘어져도 7번 모두 일어난다”는 잠언이 있을 정도로 사회 전반에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가 퍼져 있다. 행사장에서 만난 스타트업 엔루트의 아비브 프렌켈 창업자는 방송 기자로 수년간 일하다 올해 초 창업했다. 고객들이 특정 교통수단 안에서 물건을 사면 그만큼의 돈을 교통 바우처로 주는 전자상거래 기업을 운영한다. 그는 “안정적 직장을 버리고 창업을 택했을 때 불안감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실패가 없으면 전진도 없다”고 말했다.

18∼20세 남녀의 의무 복무제도 역시 스타트업 활황에 기여하고 있다. 적대적인 아랍국으로 둘러싸인 지정학적 특성상 이스라엘 군은 첨단 장비 개발을 위해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다양한 4차 산업혁명 기술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실에서 스마트 모빌리티 분야를 담당하고 있는 아나트 본스테인 씨는 “언제 어디서든 죽기 살기로 특정 프로젝트에 달려드는 스타트업의 조직 문화가 군대의 경험과도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인구 870만 명인 작은 내수 시장도 역설적으로 스타트업을 키우는 토양이 됐다. 애초부터 내수로는 한계가 명확하기에 창업 때부터 세계 시장을 노린다. AI에 기반한 차량 위험 경보 체계를 만드는 스타트업 모빌아이는 1999년 창업 때부터 런던과 파리 등을 ‘시험 시장(testbed)’으로 삼았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추기 위해 노력한 결과 2017년 미국 대형 반도체 업체 인텔에 인수됐다.


정부의 적극적 지원도 빼놓을 수 없다. 현재 이스라엘은 국내총생산(GDP)의 4.2%를 연구개발(R&D)에 투자하고 있다. 특히 세계 스마트 모빌리티 산업을 선도하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이 산업을 집중 육성하고 있다. 2017∼2022년에 투자하는 돈만 5500만 달러(약 660억 원)이다. 해외 유명 자동차 기업의 투자도 잇따랐다. 르노와 닛산은 2016년 텔아비브에 ‘르노-닛산 이노베이션 랩’을 설립했다. 도요타와 볼보도 2014년 공동으로 혁신 센터를 열고 현재 7개 스타트업과 공동으로 기술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 앞차와의 안전거리도 실시간 표시

지난달 28, 29일 ‘스마트 모빌리티 서밋 2019’가 열린 텔아비브 인터콘티넨털 데이비드 호텔은 각국에서 온 수천 명의 업계 관계자와 관람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행사장 외부 도로에서는 AI 기반 위험 감지기능 탑재 차량이 관람객들을 태우고 여기저기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지난달 29일 행사 관계자 란 나타존 씨가 운전하는 자율주행차 한 대에 탑승해 시내로 향했다. ‘모빌아이’가 만든 충돌 방지 경고 체계를 탑재한 차량 오른쪽으로 택시 한 대가 접근하자 운전석 옆에 설치된 작은 센서에서 빨간색 불이 켜지면서 경고음이 울렸다. 운전자가 앞차와의 안전거리를 좁히며 급정거하자 초록불이 빨간불로 바뀌며 다시 경고음이 울렸다. 무단 횡단을 하는 한 중년 여성이 다가왔을 때도 빨간불이 켜졌다. 나타존 씨는 “운전석 사각지대의 사람이나 물체를 인식할 때 특히 유용하다”고 말했다.

우디 레메르 모빌아이 홍보 책임자는 “과거 교통수단은 자동차만을 의미했지만 지금은 전동 킥보드, 자율주행차, 공유자동차 등으로 그 대상이 엄청나게 확대됐다”고 했다. 전통적 자동차와 달리 시동을 켜고 끌 때 소리가 나지 않는 자율주행차의 특성을 감안하면 다양한 충돌 방지 경고 체계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텔아비브=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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