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한 조기 진단법이 있는데, 심장병 늦게 발견하는 경우가 많아 안타까워요”

동아일보

입력 2019-10-29 03:00:00 수정 2019-10-29 03:00:00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국내 유일 아시아 심장전문의’ 서울동물심장병원 대표 원장 이승곤 박사

최근 반려동물 병원이 전문화되는 추세다. 2016년 문을 연 서울동물심장병원은 노령 반려견, 반려묘를 돌보는 사람들 사이에서 이미 이름난 곳이다. 서울동물심장병원 대표 원장 이승곤(42) 박사는 국내 유일의 아시아 심장전문의로 반려동물의 심장 질환을 4만 건 이상 진료해왔다.

“우리나라는 소동물 임상 역사가 짧은 편이라서 보완해야 할 부분이 많습니다. 특히 전문 진료 병원, 전문의 제도가 그렇죠. 미국, 유럽 등은 전문의 협회가 있어 공인된 전문의를 양성해왔는데,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는 이런 면이 미흡했어요. 2017년 아시아 수의전문의협회(AiCVIM, Asian College of Veterinary Internal Medicine)가 공식 창립됐고, 여기서 인정한 심장 전문의 자격을 취득했습니다.”

서울동물심장병원의 진료과목은 개, 고양이의 심장질환에 집중돼 있다. 말기 심장병인 경우 신장 질환, 췌장염 등 전신 합병증 관리도 병행한다. 이 박사 외 3명의 수의사는 심장병 진단과 치료법에 관한 연구를 하면서 각 사례에 대해 지속적으로 토론한다. 또한 임상 경험이 더욱 풍부한 해외 심장 전문가에게 난해한 사례와 치료법 등에 대해 주 2∼3회 컨설팅을 받고 있는 것도 눈길을 끈다.


반려견은 주기적인 청진, 반려묘는 심장 초음파나 혈액검사 필요해

이 박사는 “개의 심장병을 조기 발견하기 위해서는 주기적인 청진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선천적인 기형을 알아보기 위해 3∼6개월 됐을 때 청진을 받고, 고령이면 심장병 위험도가 높아지므로 8세 이상일 땐 심장 청진을 연 2회 정도 받으라고 조언한다.

“간단한 심장 청진으로 조기 진단이 가능하죠. 개의 경우 심 잡음이 들리거든요. 심 잡음이 들리면 혈액검사, 심장 초음파 등 추가 검사를 진행해 보다 정확한 진단을 하게 되죠. 안타까운 건, 기침이나 호흡곤란 등 반려견의 아픈 증상을 보호자가 알게 됐을 땐, 이미 심장병이 말기로 진행된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거예요.”

개가 나이 들며 발병하는 심장병은 ‘이첨판 폐쇄부전증’이라는 판막질환이다. 심장판막에 퇴행성 변화가 생겨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병이다.

이 박사는 “고양이는 개에 비해 심장병에 대한 위험도가 더 높다”고 말한다. 그는 “고양이는 유전적인 심장 근육병이 많아 고령이 아니어도 어느 나이에나 심장병이 발생하며, 심 잡음이 들리지 않아 청진의 정확도가 낮다”고 덧붙인다. 때문에 “연령에 관계없이 연 1회 이상 심장 초음파 검사나 혈액 검사(NT-proBNP 키트)를 받을 것”을 권했다.


지속적인 투약, 내원 스트레스 줄이기 위해 세심한 돌봄 필요

반려동물의 심장병 유병률은 높은 편이지만 모두 위험한 상태에 놓이는 건 아니다. 초기로 진단받더라도 더 이상 진행되지 않는 경우가 30∼40%에 이른다. 하지만 심장이 비대해지고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에는 반려동물이 민감해지는 경우가 많으므로 세심한 돌봄이 필요하다. 반드시 저염 사료를 급여해야 하며, 지속적인 투약과 내원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보호자가 영양제 같은 것을 강제 급여해 이미 약을 먹는데 트라우마가 생긴 경우도 적지 않아요. 심장병을 가진 개가 투약 스트레스로 쇼크사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내원 스트레스로 병원에 도착했을 때 고양이가 죽는 경우도 있죠. 반려동물이 힘들어할 경우, 스트레스를 줄이는 방법을 수의사와 상담하셔야 합니다.”


반려동물 1:1 전담 케어, 입원장 앞에 의료진 상기 대기

이 박사는 의료 서비스에 신경을 많이 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완벽하게 하자’는 것이 병원의 가장 중요한 운영 원칙이라고 내세울 정도. 그는 “각종 의약품의 보관과 유통기한 확인, 병원 내 위생관리 등과 같은 기초 업무를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보호자가 없는 곳에서도 반려동물이 안심하고 치료받을 수 있도록 간호사, 수의사가 1:1 전담 케어를 하고, 입원 장 앞에는 반드시 의료진이 상시 앉아 대기하는 것도 서울동물심장병원의 특징이다.

“의료진의 수고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요. 아픈 동물은 병원에 왔을 때 이미 겁을 많이 먹고 긴장하고 있거든요.”

이 박사는 “외적인 성장보다 꾸준한 공부와 연구로 전문성을 더하고, 환자를 더 세심하게 돌보는 병원을 만들고 싶다”고 말한다.

“전문가이자 학자로서 의료 지식을 쌓아가는 의무를 충실히 다하고, 제대로 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임상 수의사의 역할도 잘 해내야죠.”

서울동물심장병원(서울특별시 강남구 언주로 542)


글/계수미 기자 soomee@donga.com, 박별이(생활 칼럼니스트)

사진/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동아일보 골든걸 goldengirl@donga.com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