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올해 성장률 전망 3개월만에 2.4 → 2.0%로 확 낮췄다

세종=송충현 기자 , 이새샘 기자 , 세종=최혜령 기자

입력 2019-10-21 03:00:00 수정 2019-10-21 03:4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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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져가는 성장엔진]
‘성장률 2.0%’ 금융위기후 최저, 수출 10개월째 감소… 기업투자 꺼려
재정 9월까지 이미 78.5% 집행… 성장 지탱 역할 더는 어려워
靑경제수석은 6일전 “경제 선방”


정부가 올해 전망치를 석 달 전 대비 0.4%포인트 낮춰 최저 2.0%로 조정한 것은 경기 상황이 예상보다 빠르게 꺾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정부는 그동안 분배 위주의 현 경제정책이 ‘성공의 길’로 가고 있다며 흔들림 없이 추진한다는 견해였지만 이번 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에서는 이 상태로는 경제를 떠받치기 어렵다는 위기감도 감지된다. 특히 그동안 나왔던 재정 조기 집행과 통화당국의 금리 인하 등이 생산적인 부문으로 돈 흐름을 유도한 게 아니라 부동산 시장만 자극해 경제 자체가 기형화하는 모습만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재정으로 버티는 것도 한계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9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올해 경제성장률을 2.0∼2.1% 수준으로 내다봤다. 정부는 그동안 일본 수출 규제와 미중 무역 갈등으로 올해 목표 성장률 달성이 쉽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지만 구체적인 숫자까지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3분기 경제 실적은 물론이고 4분기 전망도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정부가 성장률 목표치를 현실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9월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11.7% 줄며 지난해 12월 이후 10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수출이 줄자 기업들이 투자를 꺼리면서 설비투자지수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8월까지 줄곧 전년 동월 대비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수출과 투자가 부진한 가운데 올해 상반기 성장을 지탱해 온 정부 재정 집행률은 9월 말 현재 78.5%에 달해 남은 기간 동안 견인차 역할을 기대하기도 힘들어졌다. 시장에선 2% 성장마저 가능할지 의문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우리금융연구소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등 국내외 기관은 이미 올해 성장률이 1%대 후반에 그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을 내놓았다.

이번 성장률 전망치는 두 번째 수정치다. 지난해 말 2.6∼2.7%에 이어 7월 초 2.4∼2.5%로 전망했다가 다시 한 번 낮춰 잡았다. 2.0∼2.1% 성장률이 현실화하면 1970년 이후 역대 4번째로 낮은 수치다.

정부는 글로벌 경기 하강 국면에서 다른 나라와 비교해 성장률 하락 폭이 크지 않다고 설명한다. 경제부총리 발언이 있기 엿새 전인 13일 이호승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은 “(한국은) 소득 3만 달러 이상, 인구 5000만 명 이상 국가 7개 중 지난해와 올해 (미국 제외 상위) 두 번째 정도의 성장률을 보인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 한국보다 경제 규모가 큰 나라와 성장률을 직접 비교하는 게 무리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 수석처럼 성장률 하락을 대외여건 악화 때문으로만 보고 “우리는 선방하고 있다”고 주장할 경우 규제 완화, 노동정책 속도 조절 등 경제 현장에 필요한 대책이 적기를 놓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간 소득주도성장 등 분배정책에 집중하며 혁신성장 분야에서 뚜렷한 성과를 못 내놓은 정부는 재정을 푸는 것 외에 별다른 대안을 찾지 못하는 상황이다.


○ 갈 곳 없는 시중자금은 부동산으로


경제 체력은 떨어지는데 부동산 시장은 과열 상태라는 점이 더 문제다. 한국감정원의 ‘매입자 거주지별 아파트 매매거래 현황’에 따르면 9월 전체 매매거래에서 외지인이 서울 아파트를 매매한 건수는 1463건이었다. 올해 초 300건 수준이었던 것이 지난해 8월(1538건)과 비슷한 수준으로 늘었다. 외지인 거래는 실수요보다는 투자 수요에 가깝다는 점에서 부동산으로 투기성 자금이 몰려드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17일 긴급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대책으로 주택 공급, 건설 투자를 언급했다. 수출 부진에 대응하기 위해 건설 투자로 성장률을 떠받치겠다는 의도지만 그간 집값을 잡겠다고 공언해 온 정부 기조와 엇박자로 읽힐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리도 불안 요인이다. 한국은행은 앞서 16일 경기 둔화에 대응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1.50%에서 1.25%로 낮췄다. 지금처럼 부동산 시장이 이상 과열된 상황에서는 금리 인하 효과가 설비 투자나 소비 등 생산적인 경제 활동으로 이어지기보다 집값을 부추길 재료가 될 수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대외 여건 악화의 단점을 상쇄할 수 있는 근로시간의 경직성 등 기업을 위한 노동정책의 궤도 수정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세종=송충현 balgun@donga.com / 이새샘 / 세종=최혜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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