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안정” vs “생존위기”…게임업계 메카 ‘판교의 두 얼굴’

뉴스1

입력 2019-09-22 07:16 수정 2019-09-22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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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에 이어 국내 중견게임사 스마일게이트 노조도 고용안정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면서 게임업계가 몰려있는 판교에 노사갈등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주52시간제 도입 후 포괄임금제가 폐지되면서 과로사 등 악화일로로 치닫던 게임개발 환경은 크게 개선됐지만 정작 실적이 주춤하면서 인력재편이 늘자 직원들이 고용불안을 호소하며 단체행동에 나선 것이다. 직간접적으로 게임업계에 종사하는 인원만 10만여명으로 추산된다.

◇넥슨 이어 스마일게이트 노조도 “원치 않는 퇴사 없애달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 스마일게이트지회 ‘SG길드’는 지난 20일 판교 일대에서 고용안정 보장 촉구 집회를 열고 “원치 않는 퇴사를 없애달라”며 고용안정을 촉구했다. 게임 개발이 중단되고 ‘자의반타의반’ 회사를 떠나야하는 업계의 현실을 알리기 위해서다.

지회 관계자는 “접힘(개발 중단)의 관행이 받아들여지고 있고 넥슨 사태만큼 주목을 받지 못햇지만 스마일게이트도 지난해까지 6개의 프로젝트가 접혔다”면서 “이 과정에서 150여명의 인력이 접힘을 당했고 이들 중 많은 이들이 원치 않는 퇴사를 해야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나가지 않고 남은 인력의 경우, 경력과 무관한 일을 강요받고 있는 등 고용 불안이 이어지고 있다”며 “회사의 방치로 40대에 업계를 떠나야하는 은퇴자도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실제 지난해 주52시간제 도입을 시작으로 포괄임금제까지 폐지되면서 국내 대형 게임사 일부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게임사들이 개발 중이던 프로젝트를 접거나 타프로젝트와 합치는 ‘슬림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연간 1~2종의 신작을 내는데 그치고 있지만 ‘다작’인 넥슨은 개발중이던 프로젝트 상당수를 중단, 대규모 인력재편을 예고한 상태다. 매년 수십여종의 신작을 쏟아내던 액션스퀘어와 액토즈소프트 등 중견게임사의 구조조정도 잇따르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1위 게임사인 넥슨의 경우, 잦은 조직 해체로 인해 100여명에 달하는 직원이 전환배치를 기다리는 중”이라며 “직원을 톱니바퀴 부속처럼 대하는 게임사 경영진을 더이상 방관해선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관련업계에선 300인 인하 중소기업에도 주52시간제가 적용되는 내년 1월이되면 더 많은 게임개발자가 직장을 잃게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중국 인해전술로 몰려오는데 인건비 부담 커져”…경영진의 항변

고용안정을 외치며 거리로 나선 직원들과 마찬가지로 게임업계 경영진 역시 달라진 노동환경 탓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중국 게임사들의 물량 공세로 매출 유지가 더욱 어려워진 데다 주52시간제·포괄임금제 도입으로 인건비 부담이 커지면서 ‘이중고’ 신세다.

실제 엔씨소프트를 비롯한 일부 대형게임사를 제외하면 국내게임사의 신작이 구글 매출 순위 톱10에 진입하지 못한지 오래다. ‘물량공세’로 유명한 중국게임사는 적은 연봉으로도 철야를 강요해 인건비 측면에서 국내게임사가 이겨낼 방도가 없다.

흥행 확률이 떨어지다보니 철야까지 감내하며 인센티브나 상장 후 주식부여 등 큰 보상을 얻기보다 안정적인 고용환경을 원하는 개발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업계 관계자는 “근무시간이 줄어들면서 중국게임사를 이겨낼 품질을 만드는 것이 어려워진 것도 있지만 요즘은 큰 보상을 기대하며 주인의식을 갖고 일하던 직원들이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달라진 노동환경으로 인해 개인의 선택마저 차단됐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대형게임사에 근무하는 한 30대 개발자는 “일부 게임사는 정해진 근무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업무환경이 종료되는 ‘스위치’라는 시스템으로 인해 추가근무를 하려면 일일이 상급자에게 허락을 받아야한다”면서 “이마저도 눈치가 보여 고과평가를 좋게 받기 위해 결국 집에서 몰래 야근하는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유연한 고용문화 안착이 기업과 근로자 상생의 열쇠라는 분석이 나오지만 문제는 탄력근로제 관련 법안이 반년 넘게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여야가 합의에 이르지 못한 상태가 길어지면서 내년 1월 중소기업까지 주52시간제가 적용되면 큰혼란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중견게임사의 한 고위관계자는 “안정을 최우선으로 택하는 새로운 세대의 진입으로 내홍이 격화되고 있지만 업계의 성장이 정체된 점이 가장 큰 원인”이라며 “대통령이 얼굴 비추는데 급급하지 말고 당면한 게임질병화 시도, 중국 수출차단 등 현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해야한다”고 비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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