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핀테크기업 출자기회 넓어져… 투자 실패해도 면책

조은아 기자

입력 2019-09-05 03:00:00 수정 2019-09-05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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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내달부터 2년한시 시행
AI-빅데이터-사물인터넷 등 디지털 신기술 기업 인수-협업 허용
출자승인 신청땐 30일내 결과 통보… 실패해도 고의 아니면 제재 감경



“리비아 타주라 지역에 있는 이주자 수용센터에서 공습 발생!”

미국 뉴욕타임스 기자들에게 올 7월의 어느 날 밤 트위터로 이런 공지가 갑자기 날아들었다. 야근자들은 즉각 페이스북,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에서 관련 단어를 입력하며 1시간여 만에 정확한 공습 위치는 물론이고 현장의 분위기를 보여주는 사진을 입수할 수 있었다. 기자들에게 1보를 전송한 건 미국 데이터 분석 업체 ‘데이터마이너’였다. 이 업체는 정부나 기업이 공식적으로 사건을 발표하기 전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이용자들의 정보를 분석해 언론사, 금융사, 정보기관 등에 속보를 전해준다.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이미 4년 전 이 업체에 1억3000만 달러(약 1572억 원)를 투자했다. 이 업체가 분석한 데이터와 공지를 신속하게 받아 시장의 움직임을 예측하고 사업에 활용하려는 것이었다.

일본의 미쓰비시도쿄UFJ금융그룹(MUFG)도 2년 전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데이터 분석을 하는 ‘제노데이터랩’에 지분을 투자했다. 이 업체의 빅데이터 분석 결과를 은행의 중소기업 여신심사에 활용하고 있다. 프랑스 은행 소시에테제네랄도 지난해 9월 실시간 결제 및 맞춤형 카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 ‘트리저’를 인수했다. 혁신적인 결제 서비스를 은행에도 접목하려는 목적이다.


이처럼 최근 해외 각국에서 일어나는 금융회사와 핀테크 기업의 이종교배가 국내 금융권에서도 곧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이 다음 달부터 한시적으로 2년간 금융회사가 출자할 수 있는 핀테크 기업 범위를 대폭 확대하고 핀테크 투자에 실패해도 금융회사 임직원의 책임을 덜어주기로 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이러한 내용을 담은 ‘금융회사의 핀테크 투자 가이드라인’을 4일 발표했다. 가이드라인은 금융회사가 우수한 기술과 역량을 가진 핀테크 기업을 쉽게 인수하거나 협업할 수 있게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이다. 기존 금융회사들이 ‘이자 장사’에만 매몰되지 않고 신산업을 적극 발굴하고 키울 수 있게 길을 터준 것이다.

현재는 정부가 금융회사 고유 업무와 밀접한 일부 업종만 명시해 이 외의 업종은 출자를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는 ‘디지털 신기술을 활용해 금융산업과 소비자에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되고 금융위가 인정한 기업’도 허용 대상으로 넣는다.

대표적으로 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금융 분야 데이터산업, 소프트웨어 개발·공급업 등에 출자가 허용된다. 금융당국이 규정하는 혁신금융사업자와 지정대리인도 출자 대상이다.

금융회사의 핀테크 출자 승인도 한층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당국은 금융회사가 당국에 출자 승인 신청 뒤 30일 이내에는 승인 여부를 통지하기로 했다.

금융회사가 부수 업무로 삼을 수 있는 핀테크 업무의 범위도 넓어진다. 기존에는 금융회사 고유 업무와 직접 관련이 있어야 부수 업무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금융회사가 출자 가능한 업종이면 부수 업무로 운영할 수 있다. 또 앞으로 핀테크 투자 담당자가 사업에 실패해도 고의나 중과실이 없으면 제재를 감경하거나 면책할 예정이다. 지금은 가벼운 과실이 있는 임직원도 제재를 받아 규제가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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