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 뽑는 일자리 예산 41% 증액 ‘그만’ …“직업훈련에 돈 써야”

뉴스1

입력 2019-08-30 15:46:00 수정 2019-08-30 15:4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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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서구청에서 열린 꽃장년 맞춤형 취업박람회를 찾은 구직자들이 이력서를 작성하고 있다. 2019.4.24/뉴스1 © News1 주기철 기자

 현 정부 출범 후 2년간 삭감돼왔던 ‘직업 훈련’ 예산이 내년부터 다시 삭감 전 수준으로 회복된다. 직업 훈련은 소위 ‘물고기를 퍼주는’ 직접일자리 정책이 아닌 ‘잡는 법을 알려주는 것’에 비유된다. 단점은 시간이 오래 걸리고 성과를 측정하기도 어렵다는 점이다. 단기간 일자리 성과를 내야 하는 정부도 눈길을 돌렸다.

그러나 직업 훈련은 지속가능성 높은 실업·고용 대책이라는데 이견이 없다. 이에 많은 전문가들이 현 정부의 ‘세금 일자리’ 정책의 대안으로 직업 재교육을 제시해 왔다.

30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20년 예산안을 편성하면서 일자리 정책 기조를 직접 일자리보다 직업교육 비중을 높이는 방향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다만 내년 예산안에서 직접일자리 예산이 41% 증액되는 반면 직업 재교육 예산은 17% 증액되는 데 그쳐 정책 추진력의 한계로 지적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교육 내실화’가 따라줘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2020년 예산안에 따르면 ‘직업훈련’(2019년까지 ‘직업능력개발훈련’으로 표기‘) 예산은 내년 2조2917억원으로 올해보다 3307억원(16.9%) 증액된다.

이는 한동안 직업 재교육 예산을 감액해왔던 문재인 정부의 기조가 반전된 것으로 볼 수 있다. 2017년 2조2460억원이었던 직업훈련 예산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부터 2018년 2조567원(-8.4%), 2019년 1조9610억원(-4.7%)으로 2년 연속 삭감됐다. 그런데 내년도 예산에서는 삭감되기 전 액수를 뛰어넘는 수준으로 회복된다.

이같은 직업 재교육 확대는 앞으로 정부 일자리 정책의 새로운 기조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0년 예산안 브리핑에서 구윤철 기재부 2차관은 “앞으로 직접 일자리보다 (직업) 재교육 훈련 비율을 늘려나가며 점점 (직접 일자리 정책의 비중을 재교육 훈련 정책으로) 전환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 차관은 노인 일자리 문제에 대해서도 “(노인 일자리도) 재교육을 통해 풀어야 할 것”이라며 “노인 일자리가 단순히 풀 뽑는 게 아니라 (아이·노인)돌봄 등 사회서비스로 옮겨가야 하고 그러려면 돌봄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우선 경기가 워낙 어려우니 당분간 이렇게 (직접 일자리를 늘리면서) 그대신 (앞으로) 직업훈련을 늘려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OECD·한국은행도 ’직업 훈련‘정책 권고

기재부의 ’2019년 나라살림 예산개요‘에 따르면 ’직업훈련‘ 예산은 ’실업자와 재직자의 직업능력 개발을 지원‘하는 예산으로 정의된다.

직업훈련 정책은 산업 쇠퇴나 구조조정, 혹은 은퇴를 맞은 실업자들에게 단순히 생활비를 보전하거나 무의미한 단기 일자리를 주는 대신 새로운 산업의 기술을 익혀 제 2의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다. 개인은 더욱 안정적인 직업을 찾을 수 있고 기업은 필요한 기술을 가진 인력을 공급받을 수 있으며 국가는 초기 교육비용만으로 실업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직업훈련·직업재교육 정책은 사실상 ’복지가 주도하는 성장정책‘으로서 과거 스웨덴·독일 등 선진국에서 이 정책을 통해 산업위기와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극복한 사례가 있다. 이같은 북유럽 복지·성장 모델은 이번 예산안 발표에서 정부가 강조한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이 지칭하는 대상이기도 하다.

이전까지 국내외 많은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고용위기 상황을 보며 ’직접 일자리‘ 대신 ’직업훈련‘ 정책을 사용하도록 권고해왔다.

빈센트 코엔 OECD 국가분석실장은 지난 5월9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주최한 ’소득 3만달러 대한민국 평가와 과제‘ 국제 콘퍼런스에 참석해 “한국은 OECD 모범사례인 스웨덴에서 배울 점이 많다”며 “스웨덴뿐 아니라 노르딕(북유럽) 국가는 국민이 새로운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역량을 강화하는 재취업 정책을 펼친다는 점에서 한국과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노르딕 모델은 고용률이 매우 높다. 지금 (한국의) 실업률이 심각하다면 노르딕 모델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권고했다.

한국은행도 지난해 12월 ’고용구조 변화와 정책과제‘ 보고서를 통해 보조금 지급이나 직접고용 창출보다 실직자 고급기술 재교육 정책을 펼칠 것을 제언했다.

앞으로 직접 일자리 정책을 직업 훈련 정책으로 전환해간다는 기재부의 입장은 이같은 논리를 받아들인 것이라 할 수 있다.

◇’소폭 증가‘ 그친 직업 훈련예산…해법은 ‘교육 내실화’

27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금융권 공동채용 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채용정보게시대를 살펴보고 있다. 2019.8.27/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그러나 내년도 예산안에서 직접일자리 예산이 직업 훈련보다 훨씬 크게 증액됐다는 점에서 아직 정책 추진에 한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직업훈련 예산이 올해 1조9610억원에서 내년 2조2917억원으로 16.9% 증가하는 동안 직접일자리 예산은 2조779억원에서 2조9241억원으로 40.7%나 증액된다.

정부는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에 방점을 찍는다지만 실상은 세금일자리 예산이 훨씬 크고 빠르게 증가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책 추진에 아쉬움을 제기하면서도 ’교육 내실화‘가 그 돌파구라고 설명했다. 교육이 부실해 실적이 저조했던 것이 지금까지 예산을 감액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라는 것이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직업훈련 정책은 일반적으로 우파와 좌파 모두에게 선호되는 바람직한 정책으로 여겨지는 경향이 있지만 그럼에도 예산 증액을 소극적으로밖에 할 수 없는 이유가 있다”며 “교육받을 사람 모집하는 것도 쉽지 않고 직업훈련을 내실있게 운영하는 것도 쉽지 않다. 있는 예산도 제대로 못써서 실적이 안 나왔던 게 과거에 직업훈련 예산을 감액했던 이유”라고 말했다.

이어 “직업훈련 인증기관을 제대로 양성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하고 공적 기관과 민간기관의 적절한 역할 조정도 필요하다”며 “매년 반복해서 지적됐던 문제를 극복하지 못하면 지금 예산을 올린다 해도 나중에 또 감액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직접 일자리는 사실상 복지 예산에 가깝다. ’일자리‘에 예산을 쓸 거라면 직업 훈련이나 관련 교육에 쓰는게 나을 것”이라며 “올해는 당장 비중을 올리지 못하더라도 향후 직업훈련 위주로 전환시켜나갈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직업훈련 예산은 필요하고 의미가 있지만 효과적인 교육기관과 연계해서 재정이 적절히 사용되도록 점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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