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田園)과 정원(庭園) 사이… 가장 영국다운 영국

튜크스버리·윈치컴=김동욱 기자

입력 2019-07-13 03:00:00 수정 2019-07-13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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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영국 코츠월드|

가장 영국적인 것은 무엇일까. 영국에서 만난 많은 영국인이 주저 없이 꼽은 것은 ‘전원(田園)’과 ‘정원(庭園)’이었다. 영국식 전원과 정원이야말로 영국적이면서도 영국인들이 가장 가까이에 두고 싶은 것들이라는 것이다. 전통적인 영국식 전원과 정원을 요즘 보기는 쉽지 않지만 영국 남서부, 런던 서쪽에 위치한 ‘코츠월드’는 그나마 영국 특유의 전원과 정원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코츠월드는 도시 이름이 아니다. 6개 주에 걸쳐 구릉지대에 위치한 약 200개의 마을을 가리키는 말이다. 코츠월드는 옛 영어로 ‘언덕에 있는 양들의 울타리’라는 뜻이다.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양들이 많았던 곳. 18세기까지 목양업이 발달했다. 양털을 팔아 큰돈을 번 부유한 동네였다. 하지만 산업혁명 이후 코츠월드의 운명은 달라졌다. 석탄 생산이 전무했던 코츠월드는 쇠락해갔다. 사람들은 런던 등 대도시로 떠나갔다. 코츠월드는 점점 잊혀져갔다. 약 200년간 시간이 멈춘 덕분에 코츠월드의 15∼18세기에 지어진 집들은 개발과 변화의 바람에서 비켜났다. 집들은 낡아갔지만 그대로 남아 있을 수 있었다. 전통적인 영국식 가옥의 모습과 여유로운 전원 풍경을 지닌 코츠월드는 현대에 들어 거주지로서는 물론이고 관광지로 각광받기 시작했다. 전 축구선수인 데이비드 베컴, 찰스 왕세자 등 영국의 많은 유명인이 코츠월드에 살고 있거나 집을 가지고 있다. 영국인들이 은퇴한 뒤 가장 살고 싶어 하는 곳으로도 손꼽힌다.

코츠월드는 간단하게 말해 ‘전원 속 동화 같은 영국집’을 보기 좋게 모아 놓은 곳이라 생각하면 된다. 여기에 잘 가꾸어진 정원과 보고 있으면 한없이 여유로워지는 전원이 배경처럼 펼쳐져 있다. 그냥 산책만 해도 좋은데 아기자기한 가게들과 골동품으로 장식된 레스토랑들이 자꾸만 발걸음을 멈추게 만든다. 바이버리와 버튼온더워터가 코츠월드의 대표적인 관광지다. 이 밖에도 아직은 덜 알려진 마을과 관광지가 많다.

튜크스버리는 랭커스터와 요크가 영국 왕위 계승을 둘러싸고 벌인 장미전쟁(1455∼1485년) 때 전투가 벌어졌던 곳이다. 튜더 왕조(1485∼1603년) 때 번성했던 마을답게 15∼17세기에 지어진 오래된 고풍스러운 건물이 많이 남아 있다. 특히 12세기에 지어진 튜크스버리 수도원은 영국 내에서도 유명한 중세 건축물이다. 5월부터 9월까지 중세시대를 재현한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모어턴인마시와 윈치컴은 아직은 관광객에게 덜 알려진 숨겨진 마을이다. 사람들에게 치이지 않고 여유롭게 마을 안을 걸을 수 있다. 독특하고 유서 깊은 가게도 많아 재미가 쏠쏠하다. 모어턴인마시에서는 매주 화요일 중앙광장에서 음식과 기념품들을 파는 벼룩시장이 열린다.

블레넘 궁전은 전 영국 총리인 윈스턴 처칠의 출생지로 유명하다. 198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외관은 조금은 투박하지만 웅장하고 거대한 규모를 자랑한다. 화려한 궁전 내부를 둘러보는 것은 필수. 시간을 조금 더 들여 궁전 주위의 방대한 규모의 정원과 공원을 거닐어 보는 것도 좋다.

윈치컴에 있는 서들리 성은 다 허물어져 가는 외관만 남아 있는 성이다. 괴팍한 성격의 헨리 8세의 마지막 아내였던 캐서린 파의 고향이 이곳이다. 헨리 8세는 죽을 때까지 6명의 부인을 뒀는데 캐서린 파를 제외하면 부인들은 모두 이혼당하거나 죽임을 당했다. 서들리 성의 진면목은 담장 안에 펼쳐진 정원이다. ‘비밀의 정원’이라고 불리는 서들리 성의 정원은 총 9개로 이뤄져 있다. 각 정원이 다른 형태와 모양을 띠고 있고 허물어진 성의 잔해와 잘 어울린다.

키프츠게이트 정원은 3명의 여성이 3대에 걸쳐 가꾼 정원이다. 1000종이 넘는 다양한 식물과 꽃들이 살고 있고, 2003년 영국 올해의 정원에 뽑혔다. 정원의 규모도 꽤 큰 편이고 동선도 정원을 잘 살펴볼 수 있게 설계됐다. 정원 아래쪽에는 연못이 있는데 앞에는 전원이, 뒤에는 정원이 펼쳐져 있어 가장 영국적인 풍경에 빠져볼 수 있다.

● 여행 정보

가는 법: △코츠월드는 런던에서 자동차로 2시간 정도면 닿을 수 있다. 기차를 타고 코츠월드에서 가장 큰 도시인 글로스터와 옥스퍼드까지는 각각 2시간 30분, 1시간 40분이 걸린다. 런던에서 출발하는 당일치기 또는 1박 2일 코스의 여행상품을 이용하는 것도 좋다. 코츠월드를 조금 더 깊숙하고 천천히 둘러보고 싶으면 렌터카를 추천한다. 하나의 마을 또는 관광지를 둘러보는 데 반나절 또는 1, 2시간 정도면 충분하다. 가장 추천하는 방법은 렌터카로 2박 3일 일정을 잡아 코츠월드에서 가고 싶은 곳을 찾아 둘러보고 마을 호텔에서 묵는 것이다.

관광지 정보: △블레넘 궁전: 옥스퍼드에서 약 12km.궁전 투어에만 1, 2시간 걸린다. 이용 시간은 궁전 오전 10시 30분∼오후 5시 30분, 정원 오전 10시∼오후 6시, 공원 오전 9시∼오후 6시. 오디오 가이드 포함한 티켓 가격은 어른 18.5파운드(약 2만7000원), 어린이 10파운드(약 1만5000원). △서들리 성: 윈치컴에서 5분 거리. 이용 시간 오전 10시∼오후 5시. 어른 16.75파운드(약 2만5000원), 어린이 7.75파운드(약 1만1000원) △키프츠게이트 정원: 런던에서 기차로 모어턴인마시에 내려 택시를 타고 15분이면 갈 수 있다. 간단한 점심과 티 가능. 4∼9월에만 운영하며 7월은 월화수토일 낮 12시∼오후 6시, 8월은 월화수토일 오후 2∼6시, 9월은 월수일 오후 2∼6시 입장 가능. 어른은 9파운드 (약 1만3000원), 16세 이하는 3파운드(약 4400원).

숙소 정보: △스리웨이스하우스: 미클턴에 위치한 호텔로 1871년 지어진 가정집을 개조해 1995년부터 호텔로 쓰고 있다. 고풍스러우면서도 아기자기한 내부에 영국산 목화를 사용한 최상급 수건과 침구류가 인상적이다. 미리 예약을 하면 전통적인 영국식 푸딩도 맛볼 수 있다. 1박 90파운드(약 13만2000원)부터.

감성+ △영화: 해리포터 시리즈(글로스터 대성당), 브리짓 존스의 일기(스노실), 오만과 편견(첼트넘 타운 홀), 브레이브하트(코츠월드 팜파크) 등 영화 일부 장면이 코츠월드에서 촬영됐다. △음악: 작곡가 데릭 부르주아가 코츠월드에서 영감을 받아 6번 교향곡 ‘코츠월드 심포니’를 작곡했다. △책: 소의 비밀스러운 삶(로저먼드 영 지음, 홍한별 옮김) 코츠월드에서 116마리의 소를 키우는 농부인 저자가 저마다 이름이 있는 순수한 소의 세계를 글로 풀었다.

세대 포인트 △연인·신혼부부: 아기자기한 마을 풍경… 사랑이 더욱 솟아날 것만 같다. △중장년층: 영국인들이 은퇴한 뒤 가장 살고 싶어 하는 곳인 만큼 여유 있게 산책하기 좋다. △어린이가 있는 가족: 가게와 벼룩시장, 각종 이벤트를 즐길 수 있다.

튜크스버리·윈치컴=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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