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표 의원 “IT 기업, 금융업에 진출하면 금융혁신 위한 ‘메기’ 될 것”

구자홍 기자

입력 2019-06-29 08:49:00 수정 2019-06-30 13:5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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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벤처에 투자하게 해 창업 독려…차기 총리 물망

[박해윤 기자]
“우리 경제는 수출 대기업 중심의 성장으로는 한계에 와 있습니다. 이제 경제운용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합니다. 대기업에 의존하지 않고 기술혁신형 벤처기업을 키워 새로운 성장 엔진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일자리 해법으로 ‘구직 대신 창직’을 제안한 더불어민주당 김진표 의원의 이 같은 외침이 잔잔한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주요 경제정책이 소득주도성장에서 ‘금융혁신을 통한 기술혁신형 벤처 육성’, 이른바 혁신성장으로 옮아갈 것이란 전망에서다. 주요 언론들은 차기 국무총리로 김 의원이 유력하다는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김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 시절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과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을 역임했으며, 민주당 원내대표 및 최고위원을 맡는 등 정부와 정당에서 풍부한 국정 경험을 쌓았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국정기획자문위원장을 맡아 주요 국정과제를 조율했고, 지난해 가을부터는 더불어민주당 국가경제자문회의 의장으로 활약하고 있다. 6월 26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김 의원을 만났다.

균형과 현실감 있는 재벌정책

김진표 의원은 “분배구조를 개선하는 소득주도성장과 기술혁명 시대에 빠르게 적응하는 중소벤처 창업 활성화는 포용혁신성장을 이끄는 두 축”이라고 강조했다. [박해윤 기자]
후임 총리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습니다. 청와대로부터 연락은 받았습니까.

“전혀 그런 일 없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을 청와대 정책실장에 임명했습니다. 경제정책의 기조를 소득주도성장에서 공정경제로 바꾸겠다는 신호로 볼 수 있을까요.

“김 실장에게 더 큰 임무를 부여했다고 봐야겠죠. 공정거래위원장으로서 현실감 있고 유연하게 균형 잡힌 정책을 폈기에 대통령이 청와대 정책을 총괄하는 자리에 임명한 것 아닐까요.”

김 의원은 김상조 정책실장이 ‘재벌들이 기업형 벤처캐피털을 만드는 데 반대하지 않는다’며 금산분리의 예외를 만들려 노력한 점을 거론했다.

“김 실장이 학자와 참여연대 재벌개혁감시단장으로 활동하면서 재벌개혁을 강하게 주장했기에 공정거래위원장에 임명됐을 때 일각에서는 ‘재벌을 일방적으로 강하게 압박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공정거래위원회를 이끄는 동안 김 실장은 재벌이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게 유도했을 뿐 아니라, 경제활성화를 위해 기여할 수 있도록 균형 잡힌 정책을 폈다는 평가를 받았어요. 국내 30대 대기업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1000조 원 가까운 돈을 금융기관에 위탁해놓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김 실장이 벤처 투자로 자금을 활용할 수 있는 길을 재벌들에게 열어주려 노력한 거죠.”

4월 국회 4차산업혁명특별위원회에서 김상조 당시 공정거래위원장은 “벤처지주회사와 기업형 벤처캐피털(Corporate Venture Capital·CVC)은 둘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하는 대체적 관계가 아니다”라며 “국회 법안심사 중 CVC를 논의할 경우 공정거래위원회는 반대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현행법상 CVC는 산업자본이 금융시장에 진출할 수 없도록 한 금산분리 원칙 때문에 대기업의 지주회사가 운영할 수 없다. 그렇지만 금산분리에 예외를 둘 경우 가능하다. 김 위원장이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그 역할이 확대된 만큼 대기업의 CVC 운용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현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이 효과보다 부작용이 크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큽니다.

“소득주도성장은 경제의 수요 측면을 강조한 정책입니다. 수요 측면에서 경제를 살릴 원동력을 만들어내려면 국민의 실질소득을 높여야 합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늘어난 소득이 소비로 이어지고, 소비가 다시 투자를 이끌어내 최종적으로 일자리까지 늘어나는 선순환을 만들어내려 한 거죠. 그런데 소득 증가가 소비와 투자 확대로 이어지는 데는 최소 2년에서 3년 정도 시간이 필요합니다. 기대했던 효과가 나타나기 전 부분적으로 일자리 감소 현상이 생긴 것을 두고 반대하는 쪽이 정책 실패라며 크게 부각시킨 측면이 있습니다. 지난해 4분기부터 소비심리가 회복돼 소득 증가가 소비 증가로 이어지는 선순환 조짐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제는 기술혁신형 벤처기업 투자와 육성을 통해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노력해야 할 때입니다.”

포용혁신성장 이끄는 두 축

김 의원은 “기술혁신형 벤처기업 활성화는 정부가 추진하는 공급자 중심의 경제정책”이라며 “분배구조를 개선하는 소득주도성장과 기술혁명 시대에 빠르게 적응하는 중소벤처 창업 활성화는 포용혁신성장을 이끄는 두 축”이라고 강조했다.


창업 활성화 주장은 박근혜 정부 시절 창조경제를 연상케 합니다.

“본질적인 차이가 있어요. 박근혜 정부는 17개 시도에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만들어 정부에서 찔끔 지원하고 대부분 대기업 책임 하에 센터를 운용하게 했습니다. 전국에 센터를 고르게 만든다고 혁신이 저절로 되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흩어놓아서는 경쟁력이 생기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금융혁신을 통해 기술혁신형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를 크게 늘려 창업을 독려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우리 금융권은 기업에 대한 투자에 소극적입니다.


“금융은 산업을 움직이는 석유와 같아요. 그런데 우리 금융의 기업대출 규모는 전체 대출의 50%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2008년 금융위기를 겪은 미국도 기업대출을 60%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는데 말이죠. 문제는 기업으로 가지 않은 자금이 대부분 부동산 담보대출로 채워져 집값만 크게 올렸다는 점입니다. 집값 상승은 경제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물가상승과 임금인상을 압박하는 원인이 되고, 근로 의욕을 떨어뜨려 경제와 사회공동체를 망가뜨리는 시한폭탄 구실을 할 수 있거든요.”

김 의원은 “부동산값 상승을 억제해 부동산으로 향했던 자금의 일부가 기술혁신형 벤처기업으로 흘러갈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이 기술의 가치, 혁신의 가치를 알아보고 투자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해요. 우리 금융권 전체가 5000조 규모의 자산을 굴리는데 그 가운데 100분의 1, 약 50조 원이 기술혁신형 벤처기업에 투자될 수 있게 할 필요가 있습니다.”

김 의원은 금융혁신을 위해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다양한 방안을 저서 ‘구직 대신 창직하라’에서 이렇게 적시했다.

‘부동산 담보와 과거 실적 위주의 여신 평가를 개선해 기계, 재고, 매출채권과 같은 동산과 채권, 지적재산권까지 평가하는 일괄담보제도를 정책 금융기관에 먼저 도입하고 민간 금융기관으로 확대해나갈 예정입니다. 금융의 장기적인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세제를 개편하고 코스닥, 코넥스의 상장 기준도 완화하는 등 여러 제도적 지원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또 정부는 중소기업진흥공단을 통해 기술혁신형 벤처기업에 4조4000억 원을 공급하고 스케일업 단계에 있는 중소벤처에는 1000억 원을 지원할 예정입니다.’

IT 기업에 금융 진출 기회 줘야


정부의 정책 자금만으로는 기술혁신형 벤처기업 투자에 한계가 있을 텐데요.

“물론입니다. 궁극적으로는 시장이 적극 나서도록 해야죠.”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

“혁신의 물결을 리드하는 금융기관은 수익률이 높아지지만, 그렇지 않은 금융기관은 쇠퇴하게 만드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겠죠. 그러려면 성공한 정보기술(IT) 기업 등에 금융산업 진출의 문을 열어줘 기술혁신형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를 활성화하는 ‘메기’ 역할을 하게 할 필요가 있습니다. 금융업계에서 투자를 통한 수익경쟁이 일어나야 자연스럽게 기업 금융과 투자 위주로 금융혁신이 이뤄질 테니까요. 미래 가치를 알아보는 금융이 서로 수익경쟁을 벌이면 부동산에 쏠려 있던 시중 여유자금도 자연스럽게 따라 들어오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기술혁신형 벤처기업의 가치를 알아보는 금융이 많아져야 한국 경제에 활력이 생깁니다.”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이 기사는 주간동아 1195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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