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리 웹 장학생 해나 그린, 여자 PGA 챔피언십 새 역사 쓰다
김종건 기자
입력 2019-06-24 16:07 수정 2019-06-24 16:44
해나 그린.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제65회 KPMG 여자 PGA 챔피언십에서 해나 그린(23·호주)이 한국여자선수들의 연속 메이저대회 우승을 막아내며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지난 시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 데뷔해 이번 시즌 12개 대회에서 톱10에 2번 들고 9번 컷을 통과한 것이 전부인 무명선수는 누구도 예상 못 한 결과를 만들었다.
그린은 1998년 박세리, 2011년 청야니(대만)의 뒤를 이어 여자 PGA 챔피언십 통산 3번째로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달성했다. 데뷔 첫 우승을 여자 PGA 챔피언십으로 장식한 9번째 선수이며 메이저대회에서 생애 첫 우승한 37번째 사례다. 메이저대회 통산 2승의 얀 스테픈슨, 통산 7승의 카리 웹에 이어 호주 출신 선수로는 3번째 메이저대회 우승이다. 상금은 57만7500달러(약 6억7000만 원)이다.
3라운드까지 68-69-70타를 기록하며 단독 선두를 달려온 그린은 24일(한국시간) 미국 미네소타주 채스타 헤이즐틴 내셔널골프클럽에서 벌어진 대회 마지막 4라운드에서 3버디, 3보기로 이븐파를 기록하며 우승을 지켜냈다. 침착했다. 2,7번 홀 버디로 전반을 잘 버텨냈고, 1타차 2위 아리야 쭈타누깐(태국)이 먼저 무너진 덕도 봤다.
우승은 그냥 찾아오지 않았다. 11,12번 홀 연속보기를 할 때가 위기였다. 박성현이 1타차까지 추격해 자칫 우승자가 바뀔 뻔했다. 하지만 파4 16번 홀에서 6m 내리막 버디퍼트를 성공시키며 2타 차를 만들고 한숨을 돌렸다. 18번 홀에서도 먼저 게임을 끝낸 박성현이 버디를 성공시키고 자신은 2번째 샷이 그린 옆의 벙커에 빠져 흔들릴 수도 있었지만 침착하게 파로 막아내며 우승을 확정했다.
그린이 챔피언퍼트를 하는 순간 누구보다 긴장한 표정으로 지켜봤고, 우승이 확정되자 기뻐한 사람은 웹이었다. 그린은 호주의 골프 유망주를 위해 만든 ‘카리 웹 장학금’의 수혜자였다. 웹은 2008년부터 호주의 남녀 아마추어 골프 유망주들을 메이저대회에 자비로 초청했다. 그들은 웹과 함께 지내면서 많은 것을 경험했고 귀한 조언도 들었다.
그린은 웹 장학금 덕분에 무럭무럭 성장했다. 2016년 프로로 전향했고 2017년 시메트라 투어에서 상금랭킹 2위를 차지했다. 2018년 LPGA 투어에 데뷔한 뒤 경기 때마다 웹은 그린과 함께 지내며 노하우를 전수해줬다. 이번 대회 때도 함께 숙소에서 지냈다. 웹은 “새벽에 날씨가 좋지 못했는데 그린에게 아침에 ‘잘 잤냐’고 물어보자 ‘천둥번개가 친 것도 모를 정도로 푹 잤다’고 하기에 잘 칠 것이라고 생각했다. 23살에 메이저 챔피언이 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는 아직 모를 것이다. 이제 그의 인생은 달라졌다”고 했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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