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판매 중단” 매출 대신 상생 택한 LG생건

신희철 기자

입력 2019-06-14 03:00 수정 2019-06-14 03:00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온라인 마케팅 사활건 업계서 주목
가맹점주들 대책 마련 요구하자… 마찰 줄이려 ‘매장서만 구매’ 유도
화장품 유통, 면세점 옮겨간 탓도


LG생활건강이 로드숍(길거리 매장) 화장품 브랜드 ‘더페이스샵’과 ‘네이처컬렉션’의 온라인 사업을 중단하기로 했다. 거의 모든 화장품 업체가 온라인 사업을 강화하고 있는 상황인데, 반대 전략을 택한 것이다.

LG생건은 더페이스샵과 네이처컬렉션의 공식 홈페이지 내 제품 판매를 최근에 중단했다고 13일 밝혔다. 제품 정보는 제공하지만 구매는 오프라인 매장에서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LG생건은 지난해 3월 더페이스샵 제품의 오픈마켓 판매도 중단한 바 있다. LG생건 관계자는 “소비자의 가맹점 구매를 유도함으로써 가맹점과 상생하기 위한 조치”라며 “한시적인 조치가 아니라 완전히 중단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온라인 사업을 중단하겠다는 LG생건의 결정은 화장품 업계에 화제다. 로드숍 브랜드 부진에 대응해 대부분의 화장품 업체가 온라인 마케팅에 사활을 걸고 있어서다. 화장품 업계의 한 관계자는 “거의 모든 업체가 오프라인 매장과 제품 수를 줄이고, 국내외 온라인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면서 “온라인 사업 중단은 마케팅 담당자로서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더페이스샵은 K뷰티 신화의 주역으로 2015년 매장 수(직영·가맹 포함) 1204개, 매출은 6291억 원에 달했다. 지난해 매장 수가 804개, 매출은 4873억 원으로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로드숍 업계 1, 2위로 꼽힌다. 네이처컬렉션은 편집숍 인기 트렌드에 맞춰 차석용 부회장이 더페이스샵, 비욘드, CNP 등을 한데 모아 2016년 출범시킨 브랜드다. 지난해 기준 369개의 매장이 있다.

LG생건은 온라인 사업을 중단한 이유로 가맹점과의 마찰을 줄이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일정 부분의 매출을 포기해서라도 가맹점과의 상생에 힘을 쏟겠다는 것이다. 더페이스샵, 네이처컬렉션을 비롯해 타사 브랜드인 이니스프리 네이처리퍼블릭 등의 가맹점주들은 3월 전국화장품가맹점연합회를 발족시켰다. 온라인 시장 확대에 대응해 가맹 본사가 책임 있는 대안을 마련하라는 게 화장품가맹점연합회 측 주장이다. 아모레퍼시픽의 이니스프리는 지난해 말부터 온라인 판매 수익 일부를 가맹점과 나누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네이처리퍼블릭은 온라인 전용 상품을 개발해 오프라인 매장과의 충돌을 피하고 있다.

화장품 유통의 무게중심이 헬스앤드뷰티스토어(H&B)와 면세점으로 옮겨간 상황을 감안한 조치라는 분석도 나온다. 더페이스샵과 네이처컬렉션 공식 홈페이지에서의 매출이 적은 만큼 가맹점과의 마찰은 줄이면서 다른 유통 채널 마케팅에 집중할 것이란 전망이다. 화장품 업체별로 차이가 있지만 공식 홈페이지에서의 상품 매출은 브랜드 전체 매출의 5% 미만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드숍 브랜드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LG생건의 온라인 판매 중단이 다른 화장품 회사에도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거래 정보공개서에 따르면 더페이스샵 이니스프리 등 5개 브랜드 가맹본부의 매출액과 가맹점 연평균 매출액은 2016년 각각 6조1008억 원, 5억4000만 원에서 2017년 5조1653억 원, 4억1000만 원으로 감소했다.

신희철 기자 hcshin@donga.com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