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모컨 놓고 유튜브 켜는 5060세대…제2의 삶을 꿈꾼다
곽도영기자
입력 2019-05-14 17:26 수정 2019-05-14 18:39
와이즈앱 제공
#1.
주부 나모 씨(56·여)는 저녁 설거지를 마치고 나면 예전처럼 TV 일일드라마를 보지 않는다. 대신 소파에 앉아 스마트폰으로 유튜브 애플리케이션(앱)을 켠다. 최근 ‘미나리 다듬는 법’을 검색해서 그런지 반찬거리 만드는 추천 동영상들이 올라와 있다. 한 가지를 다 보고 나면 바로 다음 추천 영상으로 이어져 유튜브만 보다 잘 시간이 되기 일쑤다.
시골에서 농장을 운영하는 안성덕 씨(65)는 누적 1900만 뷰를 기록한 유튜버이기도 하다. 구수한 말투로 ‘옥수수 거름 주는 법’ ‘알 품은 청계닭’ ‘고구마 심는 방법’ 등을 찍은 영상들이 귀농을 꿈꾸는 장년층들 사이에서 인기다.
TV 리모컨 대신 스마트폰을 잡는 5060세대가 늘고 있다. 한국 50대 이상 장년층은 전 연령층에서 유튜브를 가장 많이 보는 세대가 됐다. 이들은 10대처럼 아이돌 영상을 보진 않지만 뉴스 다큐멘터리나 교양정보의 창으로 유튜브를 사용한다. 장년층 문화를 공유하는 ‘실버 유튜버’ 스타들이 탄생하면서 단순 시청자를 넘어 직접 크리에이터의 삶을 꿈꾸는 이들도 생겨나고 있다.
앱 분석업체 와이즈앱은 지난달 기준 국내 사용자들의 유튜브 앱 사용시간을 연령대별로 분석한 결과 50대 이상의 사용시간이 101억 분으로 가장 길었다고 14일 밝혔다. 국내 전체 유튜브 사용시간인 388억 분 가운데 26%를 50대 이상이 차지한 셈이다. 10대(89억분), 20대(81억분), 30대(61억분), 40대(57억분) 순으로 뒤를 이었다.
50대 이상 이용자의 유튜브 사용시간은 작년 같은 기간(51억 분) 대비 두 배로 늘었다. 와이즈앱 측은 “50대 이상의 1인당 평균 유튜브 사용시간은 아직 10대, 20대보다 작지만 이용자 수 자체가 크게 늘면서 총 사용시간이 전 세대 1위를 기록했다”고 분석했다.
장년층이 TV에서 유튜브로 시선을 돌리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TV가 충족해주지 못하는 관심 뉴스와 정보 등에 손쉽게 바로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젊은 층이 주로 엔터테인먼트를 위해 유튜브를 보는 반면 50대 이상은 TV 뉴스와 정보 검색창을 대체할 수 있는 수단으로 유튜브를 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앞서 나스미디어가 올해 3월 발표한 ‘2019 인터넷 이용자 조사’에 따르면 유튜브 동영상을 분야별로 구분했을 때 10~40대 모두 예능 시청 비중이 가장 높았던 반면 50세 이상 세대에서만 유일하게 뉴스·교양·다큐멘터리 영상이 52.0%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50대가 유튜브를 검색채널로 활용하는 비율은 66.6%로 10대(69.6%) 다음으로 높았다.
장년층 유튜브 사용자들이 늘면서 실버 스타 유튜버도 잇따라 탄생하고 있다. 구독자 80만 명을 넘어선 스타 유튜버 박막례 할머니(73)가 대표적이다. 구독자 수 27만 명을 넘은 60대 주부 조성자 씨의 기본 반찬 요리 채널도 인기다. 유튜브 관계자는 “농촌 일상이나 의학 채널 등 장년층을 타깃으로 한 영상의 조회 수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유튜브 크리에이터로 제2의 삶을 꿈꾸는 장년층들도 생겨나고 있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이 LG유플러스와 6월 개설할 예정인 ‘50+유튜버 스쿨’ 과정은 13일 기준 지원자 경쟁률 21대 1을 기록했다. 정동훈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는 “장년층도 정보통신기술(ICT) 서비스의 접근성이 높아진 데다 유튜브가 제공하는 추천 및 바로 재생 서비스가 5060세대가 원하던 편의성과 맞아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곽도영기자 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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