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수사권 ‘특사경’ 놓고… 금융위-금감원 또 밥그릇싸움

장윤정 기자 , 김형민 기자

입력 2019-04-11 03:00:00 수정 2019-04-11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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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르면 이달중 본격 활동 시작


이르면 4월에 자본시장의 불공정거래를 조사하는 금융감독원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의 활동이 시작된다. 특사경은 경찰은 아니지만 경찰과 같은 수사권한을 가진 공무원이다. 특사경으로 지명되면 금감원 직원도 시세조종(주가조작), 미공개 정보 이용 같은 주식 불공정거래 행위를 조사할 때 통신기록 조회, 압수수색 등을 활용한 강제수사를 벌일 수 있다. 그러나 금감원의 특사경 활동이 기관 간 밥그릇 싸움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도 높다.


○ 논란의 특사경, 정치권 요구에 떠밀려 시작

금감원의 특사경 활동은 이미 2015년부터 법으로 허용돼 있었다. 하지만 추천권을 갖고 있는 금융위원장이 이를 수년간 행사하지 않아 해당 규정은 사문화된 상태였다. 하지만 작년부터 정치권에서 금감원의 특사경 활동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쏟아졌고 금융위도 더 이상 특사경 지명을 미룰 수 없게 됐다. 지난해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아예 금융위원장뿐 아니라 금융감독원장도 특사경을 추천할 수 있게 하는 내용으로 관련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의원들은 금융위가 특사경 지명을 서두르지 않으면 박 의원의 개정안을 통과시키겠다고 금융위를 압박해왔다.

여야 의원들은 1일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도 한목소리로 “금융위가 특사경 도입을 머뭇거려서는 안 된다”고 밀어붙였다. 금태섭 민주당 의원은 금융위가 올 6월경 특사경을 출범시키겠다고 한 것에 대해 “그때가 되면 사무공간 분리가 안 된다는 등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또 특사경 지명을 미룰 것 같다”고 따졌다. 김오수 법무부 차관 역시 “금융위가 추천권을 제대로 행사했으면 됐을 텐데 여태까지 특사경이 작동되지 않고 있었던 것을 아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국회 압박에 못 이겨 사실상 떠밀리듯 특사경을 출범시키는 상황에 빠졌다.


○ 금융위-금감원 밥그릇 싸움 재연

금융위는 금감원, 검찰 등 관련기관과 함께 특사경의 조직과 활동 범위 등을 조율하고 있다. 일단 세 기관은 증권선물위원회가 ‘패스트 트랙’으로 지정해 검찰에 이첩한 사건만 특사경에 맡기기로 협의했다. 또 직원은 10명 이내로 구성하기로 했다. 아직 이견이 남아있는 부분은 금감원 내 기존 조사 조직과 특사경 수사조직 간의 정보교류 차단(차이니스 월·Chinese wall)을 하는 문제다. 금감원은 특사경 조직을 서울 여의도 금감원 본원 안에 두되 다른 층에 설치하는 방식으로 보안장치를 마련하면 된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금융위는 특사경 조직을 금감원 건물 밖에 둬야 이 문제를 확실히 해결할 수 있다고 맞서 왔다. 현재로서는 일단 특사경 조직을 금감원 본원 밖에 두되 인근 건물에 설치하는 방안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하지만 금융위는 여전히 불안한 속내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민간 조직인 금감원에 강제수사권을 부여하면 자칫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는 일이 자주 생길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금융위와의 기능 중복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금감원 특사경이 맡을 일이 현재 금융위 자본시장조사단의 역할과 엇비슷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금융위에서는 기존의 권한이 상당 부분 금감원에 넘어가는 것을 불편해하는 의견이 많다. 특사경이 긴급하고 중요한 사건을 맡게 되다 보면 자본시장조사단의 위상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특사경 논의가 자꾸 기관 간 밥그릇 싸움으로 변질되는 것 같다”며 “날고 기는 증권시장 범죄를 어떻게 하면 더 효과적으로 잡아낼 수 있을지가 논의의 핵심이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윤정 yunjung@donga.com·김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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