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리비아 사태가 불지른 유가… WTI-브렌트유 5개월만에 최고

카이로=서동일 특파원

입력 2019-04-10 03:00 수정 2019-04-10 11:37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OPEC 감산 영향 추가상승 우려

국제 유가가 연일 상승세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 및 러시아 등이 감산에 나선 가운데 리비아 및 이란 정세가 요동치고 있는 상황이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8일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5월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1.32달러(2.1%) 오른 64.40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11월 1일(63.69달러) 이후 5개월 만에 최고치다. 이날 영국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 가격도 올 들어 처음 배럴당 70달러를 돌파했다. 브렌트유 역시 지난해 11월 13일 이후 최고치인 배럴당 71.10달러로 마감했다. 브렌트유 가격은 올 들어 현재까지 약 40%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중동의 지정학적 긴장 고조로 세계 원유 공급에 차질이 생길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유가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이란 군 정예부대인 이란혁명수비대(IRGC)를 테러 조직으로 지정했다. IRGC 출신 인사들은 석유 및 에너지 관련 기업들을 직접 관리하며 이란 경제의 약 20%를 장악하고 있다.

북아프리카의 주요 산유국 리비아도 사실상 내전 상황에 돌입했다. 이슬람 원리주의를 신봉하는 리비아 서부 통합정부군(GNA)과 세속주의 성격의 동부 군벌 리비아국민군(LNA)은 4일부터 무력 충돌을 벌였다. 8일 현재 누적 사망자만 50여 명에 달한다.

OPEC 회원국인 리비아의 원유 생산량은 하루 평균 약 130만 배럴. 2011년 민주화시위 ‘아랍의 봄’으로 독재자 무아마르 알 카다피가 축출된 뒤 곳곳에서 군벌이 난립해 ‘아랍의 봄’ 전 하루 160만 배럴이던 원유 생산량은 50만 배럴 이하로 줄었다. 이탈리아 석유업체 에니는 리비아에서 전 직원을 철수하기로 했다. 자국민의 안전을 우려한 미국과 인도 등도 군 병력의 일시 철수를 발표하는 등 불안한 정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아랍 매체 알자지라 등은 8일 유전이 풍부한 동남부 지역을 장악하고 있는 LNA가 정부군 관할인 수도 트리폴리 인근 미티가 공항을 공습한 것은 석유 수출 통로를 다변화하기 위한 의도가 깔린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의 첫 채권 발행에서 주문액이 750억 달러(약 85조5750억 원)에 달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8일 보도했다. 아람코의 목표인 100억 달러를 훌쩍 넘는 규모다. 아람코의 지난해 EBITDA(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 전 이익)는 2240억 달러로 전 세계 기업 중 가장 큰 이익을 냈다.

카이로=서동일 특파원 dong@donga.com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