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민들의 길거리 음식서 ‘여왕의 요리’로 승격된 ‘이것’
동아일보
입력 2019-04-07 14:36 수정 2019-04-07 20:23
미 공군 기지 안에 있는 베트남으로 향하는 폭탄을 실은 폭격기 B52를 비밀리에 구경할 수 있었다. 1966년 베트남 전쟁이 한창일 때 미군은 오키나와를 거점으로 삼고 있었다. 나를 작은 동생이라 부르며 귀여워 해주던 관제탑 사령관이 폭격기를 보여주고 그날 밤 영내 매점(PX)에 데려가 저녁도 사줬다.
당시 내 나이는 17세로 영어를 배우기 위해 나이트클럽에서 알바를 하던 시절이었다. 내가 일하던 나하의 나미노우에 지역은 미군들이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한 바와 나이트클럽으로 타운을 이룰 정도였다.
미군부대를 들어가 본 것도 처음이었지만 피자와 코카콜라를 난생처음 먹은 환상의 날이었다. 먹는 동안 나의 영웅 제임스 딘은 이런 생소한 음식을 먹고 사는가 보다 하는 생각을 했었다.
피자에 대한 추억은 또 있다. 이탈리아에 살면서 전 지역을 여행했지만 폼페이는 가장 기억에 남는 장소다. 서기 79년 베수비우스 화산폭발로 나폴리 근처 4~6m 반경이 화산재로 덮여 당시 로마시대 생활상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가장 흥미로운 점은 흙으로 만든 오븐에 장작을 때워 피자를 만들었음직한 모습이었다.
동그랗게 펼쳐 구운 피자 모양의 빵은 신석기시대부터 시작되며 여러 나라에서 그 흔적들을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피자만을 꼬집어 말하면 나폴리피자가 2017년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됐다.
피자가 세계적으로 알려지기까지는 쉽지 않은 여정을 거쳤다. 18세기 까지만 해도 가난하고 소외된 천민들의 길거리 음식이었다. 반죽 위에 돼지기름을 펴 바르고 마늘을 얹은 다음 소금으로 간을 맞췄다. 혐오음식 중 하나로 당시 요리평론가나 요리사의 어느 레시피에도 피자는 등장하지 않았다. 전신부호를 개발한 미국인 새뮤얼 모스는 피자를 ‘토할 것 같은 케이크’라 서술하고 얇게 슬라이스한 토마토를 깔고 약간의 뱅어와 후추를 뿌린 것으로 ‘쓰레기통에서 금방 주워온 빵’ 같다고도 표현했다.
하지만 1889년 나폴리를 방문한 사보이의 마르게리타 여왕에 의해 피자의 역사는 새롭게 탄생한다. 세 끼 프랑스 식단을 지겨워한 여왕을 위해 라파엘 에스포시토는 토마토, 바질, 모짜렐라 세 가지 재료를 얹어 구워낸 피자를 만들었다. 여왕은 피자 사랑에 빠지게 된다. 색이 마치 빨강, 초록, 흰색의 이탈리아 국기를 상징하는 듯 한 색상의 피자로 여왕의 이름을 따 ‘피자 마르게리타’로 불리게 됐다. 피자는 갑작스럽게 왕실 요리로 승격하며 전 국민이 열광하는 음식이 됐다.
요리사 에스포시토의 식당은 그대로 명성을 유지하며 운영 중이다. ‘피제리아 디 브란디’로 이름이 바뀌었지만 당시 왕실에서 보낸 문서가 전시중이다.
파스타나 피자 같은 이태리 서민 음식을 재해석해 만든 요리로 세계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레스토랑 ‘오스테리아 프란체스카나’의 주방장 마시모 보투라는 집에서 내려오는 할머니 레시피를 응용해 만든다고 말하고 있다.
요나구니 스스무 일본 출신·‘오 키친’ 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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