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아시아나 회장 사퇴… 항공업계 양날개 총수 공백

변종국 기자 , 김형민 기자 , 김현수 기자

입력 2019-03-29 03:00 수정 2019-03-29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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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보고서 관련 책임 통감”… 그룹 경영에서 완전히 손 떼
27일 산은회장에 경영권포기 밝혀… 채권단, 재무개선 MOU 연장할듯
금호아시아나, 비상경영 체제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사진)이 아시아나항공의 감사보고서 사태에 대해 책임을 지고 그룹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뗀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대한항공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 데 이어 항공업계 주요 기업들이 총수 공백 사태를 맞게 됐다.

28일 금호아시아나는 “박 회장이 아시아나항공의 감사보고서와 관련해 금융시장에 혼란을 초래한 것에 대해 책임을 지고 그룹 회장직 및 아시아나항공, 금호산업 등 2개 계열사의 대표이사직과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2009년에도 동생인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다가 그룹 회장에서 사임한 뒤 2010년 복귀한 바 있다.

박 회장은 이날 임직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주주와 채권자에 대한 책임을 다하기 위해 사퇴한다. 아시아나항공의 감사보고서로 그룹이 어려움에 처하게 된 책임을 통감한다”고 했다.

박 회장은 전날 오후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과 만나 경영권 포기 의사를 전달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지난해 맺은 재무구조 개선 관련 업무협약(MOU)의 연장을 요청했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과 금호아시아나는 지난해 4월 대출금의 만기 연장을 조건으로 MOU를 맺었다. MOU에는 △자산 매각 △MOU 이행실적 보고 △미이행 시 신규 여신 중단 및 차입금 회수 등의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다음 달 6일로 예정된 MOU의 연장 논의를 앞두고 회계 문제가 불거지자 채권단은 시장 신뢰를 회복할 만한 수준의 강도 높은 자구책을 주문했다. 사실상 자진 사퇴를 종용한 셈이다. 다만 박 회장은 한 인터뷰에서 “산업은행에서 그만두라고 한 게 절대 아니다. 내가 먼저 (물러나겠다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박 회장이 ‘경영권 포기’ 카드를 꺼내 든 만큼 채권단도 MOU를 연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회계 문제가 불거지긴 했지만 당장 금호아시아나의 재무건전성이 위험한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다.

한편 금호아시아나는 이날 이원태, 김성산 상근고문을 그룹 부회장으로 임명하고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그룹비상경영위원회 체제를 운영하기로 했다.

변종국 bjk@donga.com·김형민·김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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