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기대하는 실물경제와 금융의 만남

동아일보

입력 2019-03-25 03:00 수정 2019-03-2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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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 유정열 산업통상자원부 산업정책실장

유정열 산업통상자원부 산업정책실장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와 라파엘로. 르네상스 시대 위대한 예술작품을 인류에게 남긴 이 천재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자신의 재능을 알아봐주고, 재능을 펼칠 수 있도록 후원해 준 메디치 가문을 만났다는 점이다. 모든 만남은 중요하지만, 앞서 천재들의 예처럼 재능과 자금이 만났을 때 누군가의 인생이 바뀌고, 인류의 미래가 바뀌는 역사에 남을 만한 결과물이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다.

오늘날도 마찬가지다. 창의적인 사업 아이템과 대규모 자금이 만나 전설 속에 나오는 유니콘과 같은 기업이 만들어지고 있다. 유니콘 기업은 주식시장에 상장하지 않고, 기업가치가 1조 원이 넘는 기업을 일컫는 말이다. 이 기업들은 급속도로 성장하기 때문에 국가 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이들에게 투자하는 자본은 대부분 미국, 중국, 일본에서 형성된 것으로 1개 기업에 많게는 수조 원까지 자금을 투자한다. 우리나라에도 6개의 유니콘 기업이 있는데, 90% 이상의 자금을 해외자본으로부터 조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 돈이 없는 것은 아니다. 국내에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현금으로 보유하거나 6개월 미만 초단기 금융상품에 넣어둔 자금이 1000조 원을 넘는다. 올 한 해 우리나라 전체 예산이 470조 원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어마어마한 자금이 대기 상태에 있는 것이다. 혹자들은 이러한 상황을 혈액이 원활하게 순환하지 못하는 동맥경화에 빗대어 ‘돈맥경화’라고 표현한다.

우리 경제에 돈이 흐르는 건강한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제조, 서비스 등 실물경제 기업과 금융이 만나야 한다. 우리나라에도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춘 기업들이 많다. 첨단 기술과 특허를 보유한 IT 기업, 해외 박람회에서 좋은 반응을 얻은 제조 기업 등 훌륭한 기업들과 금융투자사들이 만날 수 있는 자리가 필요하다. 더 자주, 더 빨리, 더 긴밀하게 만나서 서로를 알아갈수록 성공신화에 더욱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투자자들은 우리 기업을 보다 전향적인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기업의 어제보다는 내일을, 이미 가진 것보다는 앞으로 가질 것을, 보이는 것보다는 안 보이는 것에 투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기업들이 원활히 자본을 공급받아 더 큰 성장을 이루고, 투자자들도 큰 수익을 올리게 될 것이다.

여유자금을 가진 경제주체가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투자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자금이 생산적인 분야로 투입되어 국가 전체의 파이도 키워 나가고, 투자자도 수익을 올릴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모두가 바라는 일이 아니겠는가. 산업통상자원부는 각 기업이 안정적인 투자처가 될 수 있도록 소임을 다하고, 나아가 업종별 유망 기업을 발굴하고 금융과 연결될 수 있도록 적극 나서겠다. 우리 기업의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기술이 금융과 만나 르네상스 시대의 예술품처럼 위대한 기업이 탄생되기를 기대해본다.

유정열 산업통상자원부 산업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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