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와?' 착각에서 시작된 마네키네코의 전설
노트펫
입력 2019-02-11 17:09 수정 2019-02-11 17:11
[노트펫] 일본에 여행을 가면 귀여운 고양이 모양의 장식물을 흔히 볼 수 있다. 이 장식물은 고양이가 앞발로 지나가는 행인들을 향해 마치 부르는 것 같은 모습을 하고 있어서 초대하는 고양이라는 뜻을 가진 ‘마네키네코’(招き猫, まねきねこ)다.
그래서 일본 상인들은 마네키네코를 손님을 불러 모으는 상징으로 간주해서 자신의 상점 앞에 둔다. 중국 상인들이 재운(財運)을 상징하는 관우상(關羽像)을 상점의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두는 것과 비슷한 의미다.
그런데 고양이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 전혀 다른 의미로 앞발을 사용한다.
사람이 손을 들어 다른 사람에게 마네키네코처럼 흔든다면 이는 초대의 의미를 담은 몸짓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고양이가 그렇게 하면 이는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진 것이다. 공격의 신호라고 볼 수 있다. 그럴 경우, 그 고양이 앞에 가급적 가까이 가지 않는 게 좋다. 호의로 착각하면 안 된다.
마네키네코의 기원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전해진다. 널리 알려진 것은 고토쿠사(豪?寺)라는 사찰과 관련 있는 이야기다. 이 얘기는 2012년 일본여행을 갔을 때, 당시 현지가이드가 들려준 것을 기반으로 한 것인데, 일부 내용은 살을 좀 덧붙였다.
임진왜란의 원흉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 사후, 당시 일본의 2인자였던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는 숨겨 놓은 자신의 발톱을 드러내고 히데요시의 아들 히데요리(秀?)의 세력을 물리치고 도쿠가와 막부(?川幕府)를 연다.
당시 중앙정부 역할을 하였던 막부의 수장은 도쿠가와 집안에서 대대로 세습하는 쇼군(將軍)이었다. 막부의 울타리 역할을 하고 준 국가적인 성격을 지녔던 번(藩)은 당시 지방정부 역할을 하였는데, 번의 수장인 번주(藩主)도 쇼군처럼 대대로 세습을 하였다.
지금의 시가현(滋賀?)에 기반을 두었던 히코네번(彦根藩)의 번주는 이이 가문(井伊氏)에서 배출되었다. 제 2대 번주인 이이 나오타카(井伊直孝)는 평소 매사냥을 즐긴 것으로 전해지는데, 어느 날 매사냥을 마치고 귀가하던 중 고토쿠사(豪?寺)라는 절 앞을 지나게 되었다.
그런데 절에서 키우던 고양이가 번주를 향해 마치 앞발을 흔들면서, 잠시 절 안으로 들어오라는 몸짓을 했다. 그 모습을 본 번주는 고양이가 자신을 절로 초청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절에 들렀다.
그런데 그는 잠시 후, 놀라운 광경을 경험하게 된다. 조금 전까지 멀쩡하던 하늘에서 천둥소리가 요란하게 울리더니 장대비가 쏟아졌기 때문이다. 번주는 어쩔 수 없이 비가 그칠 때까지 절에서 쉬게 되었다. 비가 그친 후 안전하게 귀가한 그는 고양이의 행동에 탄복하고 이후 고토쿠사를 위해 많은 재물을 기부했다고 한다.
이이 나오타카가 방문하기 전까지 고토쿠사는 몰락의 길을 걷던 쇠퇴한 절이었지만, 그의 방문과 기부 후 절은 다시 일어서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그 후, 사람들은 영주를 절 안으로 불러들여 절을 일으킨 고양이의 모습을 기리면서 마네키네코를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전설 같은 이야기다. 그러니 진지하게 진위를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다. 하지만 고양이의 앞발을 드는 자세는 초청의 의미가 아닌 공격의 의미라는 점은 간과된 이야기다.
이강원 동물 칼럼니스트(
powerranger7@hanmail.net)
* 본 기사의 내용은 동아닷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비즈N 탑기사
- ‘투머치 토커’의 모자…민희진 폭주에 박찬호 소환 왜
- 백일 아기 비행기 좌석 테이블에 재워…“꿀팁” vs “위험”
- 최저임금 2만원 넘자 나타난 현상…‘원격 알바’ 등장
- “배우자에게 돈 보냈어요” 중고거래로 명품백 먹튀한 40대 벌금형
- 이렇게 63억 건물주 됐나…김지원, 명품 아닌 ‘꾀죄죄한’ 에코백 들어
- 상하이 100년간 3m 침식, 中도시 절반이 가라앉고 있다
- 김지훈, 할리우드 진출한다…아마존 ‘버터플라이’ 주연 합류
- “도박자금 마련하려고”…시험장 화장실서 답안 건넨 전직 토익 강사
- 몸 속에 거즈 5개월 방치…괄약근 수술 의사 입건
- 일본 여행시 섭취 주의…이 제품 먹고 26명 입원
- 한국에 8800억 투자 獨머크 “시장 주도 기업들 많아 매력적”
- 직장인 1000만명 이달 월급 확 준다…건보료 ‘20만원 폭탄’
- 1인 가구 공공임대 ‘면적 축소’ 논란…국토부 “면적 기준 폐지 등 전면 재검토”
- “만원으로 밥 먹기 어렵다”…평균 점심값 1만원 첫 돌파
- 고금리-경기침체에… 개인회생 두달새 2만2167건 역대 최다
- 美-중동 석유공룡도 뛰어든 플라스틱… 역대급 공급과잉 우려[딥다이브]
- 카드사 고위험업무 5년 초과 근무 못한다…여전업권 ‘내부통제 모범규준’ 시행
- 작년 서울 주택 인허가, 목표치 33% 그쳐… 2, 3년뒤 공급난 우려
- 은행연체율 4년9개월만에 최고… 새마을금고 ‘비상등’
- 작년 4대그룹 영업이익 24.5조, 66% 감소…현대차그룹만 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