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설익은’ 알뜰폰 살리기 정책…오히려 독?

뉴스1

입력 2018-12-11 16:12 수정 2018-12-11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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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에서 판매중인 알뜰폰 유심요금제. (자료사진) © News1

SKT 저가요금제 도매제공에 “무슨 의미있나” 회의적

정부의 설익은 알뜰폰 살리기 방안이 오히려 시장활성화를 저해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자생력을 키우는데 중점을 두기보다 ‘밑빠진 독’에 물만 붓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어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1일 가입자 감소에 시달리고 있는 알뜰폰 시장을 되살리기 위해 SK텔레콤의 3만원대 ‘T플랜 스몰’ 요금제를 알뜰폰 사업자에게 도매로 제공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SK텔레콤 망을 임대하는 알뜰폰 사업자는 ‘T플랜 스몰’ 요금제를 재판매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요금제를 언제부터 가입할 수 있고, SK텔레콤과 알뜰폰 사업자간의 수익배분은 어떤 비율로 할 것인지 등 구체적으로 정해진 내용이 하나도 없다. 이에 대해 과기정통부는 “앞으로 논의해가며 구체적인 것들을 정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과기정통부는 KT망과 LG유플러스 망을 임대한 알뜰폰 사업자들도 두 이통사의 저가 요금제를 재판매할 수 있도록 후속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알뜰폰 가입자는 올 10월말 기준 796만명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752만명보다 44만명이나 줄어든 규모다.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월 2만원대(25%선택약정할인시) 데이터요금제를 내놓은 이후 가입자가 계속 줄고 있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의 지난 11월 이동통신시장 번호이동 건수에 따르면 알뜰폰 사업자는 지난 7월부터 5개월 연속 이동통신3사에 가입자를 빼앗겼다. 지난 11월에만 3만968명의 알뜰폰 가입자가 이동통신3사로 이동했다.

이에 정부는 이통사의 저가요금제로 인해 알뜰폰 가입자가 이탈한다고 판단해 이통사들의 저가요금제를 알뜰폰 업체들이 재판매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재 알뜰폰 업체들은 이통사들의 저가요금제보다 가성비가 우수한 요금상품을 갖고 있다. U+알뜰모바일은 월 1만5000원에 5기가바이트(GB)의 데이터와 음성 200분, 문자 100건을 제공하는 ‘GS25요금제’가 있다. 이 요금상품은 입소문이 나면서 가입자가 너무 몰려 출시 3개월만에 중단하기도 했다.

CJ헬로의 헬로모바일도 월 1만9800원에 데이터 10GB, 음성 100분, 문자 100건을 제공하는 ‘보편 유심 10GB-eBay’ 요금제를 출시했다. 데이터 중심 이동통신 시대에 데이터 10GB를 월 2만원 이하로 쓸 수 있는 것은 분명한 경쟁력이다. 월 3만3000원에 1.2GB 데이터를 제공하는 SK텔레콤의 ‘T플랜 스몰’보다 훨씬 낫다.

이통사의 저가요금제는 월2만원대 보편요금제를 가름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정부는 보편요금제 출시를 법제화하면서 강행했고, 이에 알뜰폰업계는 “보편요금제가 출시되면 알뜰폰 시장이 고사한다”며 강력반대했던 입장이다. 알뜰폰업계의 우려대로 보편요금제와 엇비슷한 2만~3만원대 저가요금제가 나오면서 알뜰폰은 위기에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알뜰폰 활성화 대책으로 정부가 목표하는 것이 어느 정도 수익을 보장해주는 것인데 SK텔레콤의 저가 요금제를 제공한다고 해서 과연 가입자가 늘지, 늘어난다면 얼마나 늘어날지 생각하면 답은 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북유럽 알뜰폰 시장을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았다. 초기에는 알뜰폰 시장이 두각을 드러내지 않다가 어느 순간 차별화된 전략을 내건 사업자가 생존했다는 것이다.

스웨덴의 ‘메인게이트’의 경우, 임대망을 이용해 수도와 가스 사업자와 사업계약을 체결, 계량기 모니터링 서비스를 제공해 20만 가입자를 확보하며 새 시장을 창출했다. 덴마크의 ‘텔모어’는 음악과 텔레비전, 영화 등 특화 서비스를 포함한 12가지 프리미엄 콘텐츠 패키지를 출시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해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언제까지 정부가 퍼주기식, 땜질식 지원책으로 알뜰폰 시장을 살릴 수는 없는 일”이라며 “알뜰폰업계가 차별화된 상품으로 틈새를 파고들 수 있도록 정부가 가이드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통사 요금상품을 무조건 가져다 판매하도록 하는 게 정부의 역할은 아니다”고 일침을 가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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