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도 ‘입는’ 채식주의자?…유통업계, 비건 패션 열풍
뉴시스
입력 2018-11-29 09:27 수정 2018-11-29 09:29
육식을 포기하긴 힘들지만 입는 것에 있어서만큼은 당신도 ‘비건’(Vegan)이 될 수 있다. 동물의 털로 만든 모피나 패딩 대신 합성소재를 사용한 옷을 입는다면 말이다.
본래 비건은 채식주의자 중에서도 계란, 우유 같은 동물성 식재료까지 완전히 배재하는엄격한 채식주의자를 일컫는다. 그런데 동물윤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동물성 원료나 동물 실험을 거친 제품을 사용하지 않는 생활양식까지 포괄하게 됐다.
사회적으로 동물윤리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면서 유통업계도 인조 퍼, 인조 가죽소재 관련 상품들을 한 곳에 모아 행사를 진행하는 등 ‘에코 패션’ 마케팅이 한창이다.
29일 유통·패션업계에 따르면 최근 버버리와 코치 등 패션 브랜드는 동물의 가죽과 털로 의류를 만들지 않겠다며 ‘비건 패션’을 선언했다.
살아있는 동물의 털이나 가죽을 벗겨 옷을 만드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패션업계에서는 동물학대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모피코트는 과거 ‘부의 상징’으로 여겨지며 선망의 대상이었지만 최근 젊은 층에선 오히려 잔인하거나 징그러운 이미지가 함께 연상된다며 큰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있고, 자연히 업계에서 외면받는 추세다.
이에 따라 인조 퍼나 인조 가죽 소재의 상품들이 각광을 받게 됐다. 유행에 민감한 백화점 업계를 보면 이런 트렌드를 잘 알 수 있다.
갤러리아명품관은 내달 6일까지 ‘에코 프랜들리 위크’를 열어 여성복 매장 한 층 전체를 친환경 콘셉트로 꾸민다. 인조 퍼로 만든 무스탕과 코트, 인조 가죽 원피스와 바지 등 친환경 패션 상품들을 전면에 내세운다.
친환경 브랜드의 팝업 스토어도 대폭 늘렸다. 참여 업체로는 기성복을 해체해 조합하는 방식으로 옷을 디자인하는 업-사이클링 브랜드 ‘래코드’(Re;code)와 인조 퍼 전문 브랜드 ‘레몬플랫’ ‘원더스타일’ 등이 있다.
갤러리아 관계자는 “백화점 취급 상품 중 인조 퍼와 인조 가죽 등 친환경 소재로 만든 품목의 수가 전년 대비 20% 늘었다”며 “에코 패션을 즐기는 고객들의 관심이 뜨겁다는 뜻”이라고 전했다.
신세계백화점도 지난 25일까지 친환경 패션 브랜드만 한데 모은 대규모 패션 행사를 벌였다. 친환경 소재를 사용한 의류나 생활 소품, 업사이클링 패션 상품, 동물 친화적인 에코 퍼 관련 상품이 대거 소개됐다.
자연에 가까운 면과 린넨 소재만 사용해 모든 제품을 핸드메이드로 제작하는 ‘젠니클로젯’, 비동물성 소재만을 사용하고 수익금 일부는 동물과 환경을 위한 캠페인에 환원하는 ‘비건타이거’ 등이 행사에 참여했다.
동물윤리를 지켜 생산한 의류에 대해서도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윤리적 방법으로 채취한 다운 제품에 부여하는 ‘RDS’(Responsible Down Standard Certified) 인증 제품들이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이다.
살아있는 조류의 깃털을 강제로 채취하는 비윤리적 학대행위를 하지 않고, 사육이나 도축 등 깃털의 생산부터 완제품이 생산되기까지의 모든 단계가 윤리적으로 정당하다는 인증을 완료해야만 받을 수 있는 글로벌 인증이다.
GS샵에서 판매하는 ‘아디다스골프 구스다운 벤치코트’와 ‘리복 헤비구스다운 롱패딩’ 등 RDS 인증 롱패딩들은 매 방송마다 주요 색상이나 사이즈가 매진되며 높은 매출을 달성하고 있다.
거위나 오리의 털을 아예 쓰지 않는 비건 롱패딩의 판매도 크게 늘고 있다. ‘푸마 남녀공용 롱패딩’과 ‘리복 남녀공용 올웨이즈 롱 벤치코트’는 독일 프로이덴베르그사의 ‘피버볼패딩 WB200’을 충전재로 사용한다. 다운과 유사한 터치와 우수한 볼륨 및 보온성 등이 특징이다. 이러한 신소재 제품들은 기존 롱패딩과 비교해 가격도 저렴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GS샵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동물윤리 관련 의식이 높아지고 섬유 기술의 발달로 인조 충전재들도 계속 업그레이드 되고 있다”며 “착한 패딩의 인기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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