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오페라단의 ‘루치아 디 람메르무어’…사랑이 미쳤다
동아일보
입력 2018-11-09 10:51 수정 2018-11-09 16:44
사진제공 ㅣ 솔오페라단
기울어져 가는 가세를 일으키기 위해 오빠는 여동생과 권력자 집안의 아들을 정략결혼 시키려는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이미 여동생에게는 사랑하는 남자가 있었다. 그것도 집안 대대로 원수지간인 집안의 아들.
오빠는 둘 사이를 이간질시키기 위해 편지를 조작하고, 여동생은 오빠의 강요에 못 이겨 권력자의 아들과 결혼하기로 한다. 결혼 피로연이 무르익어갈 무렵. 피로 뒤덮인 잠옷을 입은 여동생이 등장해 절규하듯 아리아를 부르기 시작하는데 ….
도니제티의 오페라 ‘루치아 디 람메르무어’에서는 짙고 비릿한 피 냄새가 난다. 극의 막판에 이르러 루치아가 부르는 ‘광란의 아리아’는 심장을 얼어붙게 만들 정도다. 이 아리아는 초연 이래로 당대 최고의 소프라노들에게만 감히 부를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해 왔다.
공기를 찢는 고음과 성량, 테크닉을 지녀야 하는 것은 물론 이 모든 것을 장장 20분간 쉬지 않고 쏟아 부을 수 있는 집중력과 체력까지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루치아 디 람메르무어’가 모처럼 무대에 올려진다. 솔오페라단 주최로 11월 23~25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다.
가장 궁금한 것은 역시 루치아를 어떤 가수가 맡았느냐다. 유럽 전역에서 루치아 역할로 각광받고 있는 질다 피우메와 역시 뛰어난 소프라노 나탈리아 로만이 캐스팅됐다.
베이스인 카를로 콜롬바라 또한 눈여겨볼 만하다. 성악의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국제오페라어워즈에서 ‘최고 베이스상’을 받은 인물이다. 우주호, 박준혁, 전병호 등 국내 정상급 성악가들도 함께 무대에 선다.
연출은 이탈리아의 안젤로 베르티니가 맡는다. 2016년 예술의전당에서 공연했던 오페라 ‘투란도트’의 연출로 익숙한 연출가다. 당시 연출, 무대디자인, 의상디자인을 맡아 이 해 예술의전당 예술대상에서 최다관객상을 받았다.
지휘는 역시 이탈리아의 발터 아타나시. 현재 이탈리아의 움브리아 음악페스티벌과 움브리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을 맡고 있다. 프라임오케스트라와 위너오페라합창단이 발터 아타나시의 섬세한 지휘에 응할 예정이다.
음악만큼 무대도 기대감을 끓게 한다. 무대 디자이너 쟈코모 안드리코와 비주얼 아티스트 레안드로 숨모의 영상은 어떤 혁신적인 무대를 선사할 수 있을까. “모던 클래식으로 제작된 1800년대 스코틀랜드의 웅장한 레벤스우드가 성을 배경으로 마법같은 영상이 펼쳐질 것”이라는 데까지만 알려지고 있다. 더 이상은 쉿!
‘스코틀랜드 버전의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불리는 ‘루치아 디 람메르무어’는 1835년 9월 26일 이탈리아 나폴리 산 카를로 극장에서 초연됐다. 공연장을 찾기 전에 조수미와 신영옥 버전의 ‘광란의 아리아’를 먼저 들어볼 것을 권하고 싶다. 오페라는 확실히 아는 만큼 보이고 들린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사진제공 ㅣ 솔오페라단비즈N 탑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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