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단 안정” vs “적폐 청산”… 둘로 갈라진 조계종
동아일보
입력 2018-08-27 03:00
교권수호대회-승려대회 ‘맞불’

대한불교조계종 총본산이 아수라장이 됐다. 서울 종로구 우정국로 조계사는 26일 분열된 조계종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줬다. 전국승려결의대회 참가자들이 경찰을 사이에 두고 조계사 일주문을 향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26일 한국 불교를 대표하는 대한불교조계종이 양분되며 ‘부끄러운 민낯’을 그대로 드러냈다. 설정 스님의 총무원장 퇴진 이후 갈등 관계였던 조계종 중앙종회, 본사주지협의회 등 제도권 세력과 전국선원수좌회, 불교계 시민단체 등이 중심이 된 개혁그룹은 이날 서울 종로구 우정국로에서 열린 맞불집회로 정면충돌했다.
○ 전국승려결의대회 vs 교권수호결의대회
양측은 조계종 총본산인 조계사 앞 도로를 사이에 두고 첨예하게 대립했다.
승려대회는 당초 오후 2시 조계사에서 열릴 예정이었지만, 낮 12시 같은 장소에서 교권수호결의대회가 먼저 열리는 바람에 조계사 앞 도로에서 진행됐다. 이들은 결의문을 통해 “금권 선거 및 부패 카르텔의 뿌리가 되는 총무원장 간선제를 폐지해야 한다”며 총무원장 직선제, 중앙종회 해산과 비상종단개혁위원회 구성, 재가 불자의 종단 운영 참여를 골자로 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41일간 단식했던 설조 스님은 “자승 전 총무원장 세력이 종정 진제 스님의 교시를 왜곡하고 있다”며 “종단에서 은처승과 도박사 등을 축출해 파사현정(破邪顯正·사악함을 부수고 바른 것을 드러냄)을 이루는 게 종정 스님의 뜻”이라고 말했다.
앞서 열리기 시작한 교권수호대회에서 중앙종회 의장인 원행 스님은 “종법 질서를 지키자는 종도들의 뜻을 외면한 집회가 진행되고 있다”라며 “시비가 있고 저마다의 주장이 있지만 종도 모두는 (종정) 교시에 따라 화합 상생 안정의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봉은사 주지 원명 스님은 수호대회에서 “MBC가 공영방송의 책무를 망각한 채 한국 불교를 음해했다”며 MBC 시청 거부 운동을 촉구했다. 총무원장 권한대행인 진우 스님도 “우리는 종단이 처한 위중함이 우리 공동체 안에 있음에도 내부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라며 “하루속히 안정과 화합의 제자리를 찾도록 노력하겠다”라고 했다.
○ 조계종의 부끄러운 민낯
승려대회는 출가자 200여 명을 비롯해 약 1000명, 조계사와 봉은사 등 큰 사찰이 중심이 된 교권수호대회에는 약 4000명이 참석한 것으로 추산됐다. 경찰은 조계사 주변에 12개 중대 2000여 명을 배치하고 6차선 도로 중간에 차단막을 설치했다.
우려했던 양측의 물리적 충돌은 없었지만, 두 대회가 열린 현장은 조계종의 부끄러운 민낯을 그대로 보여줬다. 집회가 진행된 4∼5시간 동안 조계사 주변은 원색적인 구호와 주장, 찬불가, 경전 독송 등이 뒤섞인 아수라장이었다.
휴일 조계사를 찾은 적지 않은 외국인 관광객들도 발길을 돌렸다. 프랑스에서 온 비레스 쉰 씨는 “한국 불교를 배우려고 조계사에 왔지만 헛걸음만 했다”며 “불교가 평화의 종교인 줄 알았는데 이 상황이 매우 놀랍다”라고 했다. 경찰에 따르면 귀가 따가울 정도로 큰 스피커 음향 탓에 소음 신고도 이어졌다.
두 대회를 통해 드러난 조계종의 갈등은 쉽게 봉합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제도권 세력은 분수령으로 여긴 승려대회를 봉쇄한 만큼 차기 총무원장 선거로 국면을 빠르게 바꿀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조계종 선거관리위원회는 다음 달 28일 선거인단 321명에 의해 간선제로 뽑는 차기 총무원장 선거 일정을 이미 발표했다.
반면 승려대회 측은 “동원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참여한 승려대회가 불교계 적폐 청산을 열망하는 민심을 보여줬다”라며 “총무원장 직선제를 관철시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김갑식 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대한불교조계종 총본산이 아수라장이 됐다. 서울 종로구 우정국로 조계사는 26일 분열된 조계종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줬다. 전국승려결의대회 참가자들이 경찰을 사이에 두고 조계사 일주문을 향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 전국승려결의대회 vs 교권수호결의대회
양측은 조계종 총본산인 조계사 앞 도로를 사이에 두고 첨예하게 대립했다.
승려대회는 당초 오후 2시 조계사에서 열릴 예정이었지만, 낮 12시 같은 장소에서 교권수호결의대회가 먼저 열리는 바람에 조계사 앞 도로에서 진행됐다. 이들은 결의문을 통해 “금권 선거 및 부패 카르텔의 뿌리가 되는 총무원장 간선제를 폐지해야 한다”며 총무원장 직선제, 중앙종회 해산과 비상종단개혁위원회 구성, 재가 불자의 종단 운영 참여를 골자로 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41일간 단식했던 설조 스님은 “자승 전 총무원장 세력이 종정 진제 스님의 교시를 왜곡하고 있다”며 “종단에서 은처승과 도박사 등을 축출해 파사현정(破邪顯正·사악함을 부수고 바른 것을 드러냄)을 이루는 게 종정 스님의 뜻”이라고 말했다.
앞서 열리기 시작한 교권수호대회에서 중앙종회 의장인 원행 스님은 “종법 질서를 지키자는 종도들의 뜻을 외면한 집회가 진행되고 있다”라며 “시비가 있고 저마다의 주장이 있지만 종도 모두는 (종정) 교시에 따라 화합 상생 안정의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봉은사 주지 원명 스님은 수호대회에서 “MBC가 공영방송의 책무를 망각한 채 한국 불교를 음해했다”며 MBC 시청 거부 운동을 촉구했다. 총무원장 권한대행인 진우 스님도 “우리는 종단이 처한 위중함이 우리 공동체 안에 있음에도 내부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라며 “하루속히 안정과 화합의 제자리를 찾도록 노력하겠다”라고 했다.
○ 조계종의 부끄러운 민낯
승려대회는 출가자 200여 명을 비롯해 약 1000명, 조계사와 봉은사 등 큰 사찰이 중심이 된 교권수호대회에는 약 4000명이 참석한 것으로 추산됐다. 경찰은 조계사 주변에 12개 중대 2000여 명을 배치하고 6차선 도로 중간에 차단막을 설치했다.
우려했던 양측의 물리적 충돌은 없었지만, 두 대회가 열린 현장은 조계종의 부끄러운 민낯을 그대로 보여줬다. 집회가 진행된 4∼5시간 동안 조계사 주변은 원색적인 구호와 주장, 찬불가, 경전 독송 등이 뒤섞인 아수라장이었다.
휴일 조계사를 찾은 적지 않은 외국인 관광객들도 발길을 돌렸다. 프랑스에서 온 비레스 쉰 씨는 “한국 불교를 배우려고 조계사에 왔지만 헛걸음만 했다”며 “불교가 평화의 종교인 줄 알았는데 이 상황이 매우 놀랍다”라고 했다. 경찰에 따르면 귀가 따가울 정도로 큰 스피커 음향 탓에 소음 신고도 이어졌다.
두 대회를 통해 드러난 조계종의 갈등은 쉽게 봉합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제도권 세력은 분수령으로 여긴 승려대회를 봉쇄한 만큼 차기 총무원장 선거로 국면을 빠르게 바꿀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조계종 선거관리위원회는 다음 달 28일 선거인단 321명에 의해 간선제로 뽑는 차기 총무원장 선거 일정을 이미 발표했다.
반면 승려대회 측은 “동원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참여한 승려대회가 불교계 적폐 청산을 열망하는 민심을 보여줬다”라며 “총무원장 직선제를 관철시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김갑식 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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