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좀 한다’는 시골소녀, 타지역 친구들에 충격받고 서울대 간 사연

수원=김지현 기자

입력 2018-07-29 17:06 수정 2018-07-29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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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구례군 구례읍 작은 시골마을에 살던 고새봄 씨(20·여)는 15살이 되던 2012년 겨울, 처음으로 집을 떠나봤다. 말로만 듣던 서울, 그것도 서울대에서 열린다는 ‘삼성 드림클래스’ 겨울방학 캠프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저도 구례에선 나름 ‘(공부) 잘 한다’는 소리만 듣고 컸어요. 그런데 처음으로 다른 지역에서 온 친구들을 만나 공부하다 보니 제가 한참 부족하다는 걸 알게 됐죠.”

적잖은 충격을 받은 고 씨는 마음을 다잡았다. 동네 고등학교에 가겠다는 생각을 접고 욕심을 내 집에서 멀리 떨어진 기숙형 고등학교에 진학해 수석으로 졸업했다. 고 씨는 “드림클래스를 계기로 더 큰 꿈을 꾸게 됐다”고 했다.

삼성 드림클래스는 교육 여건이 부족한 중학생에게 영어와 수학을 가르쳐주고, 강사로 참여하는 대학생에게는 장학금을 지원하는 삼성의 교육 사회공헌 사업이다. ‘개천에서도 용이 나올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한다’는 이건희 회장 지시로 2012년 3월 시작됐다. 주중과 주말 뿐 아니라 방학 때는 고 씨처럼 이동이 쉽지 않은 읍·면·도서 지역 학생들을 전국 대학 캠퍼스에 모아 21일간 수업을 진행해왔다.

삼성전자는 27일 성균관대 수원캠퍼스 등 전국 6개 대학에서 올해 여름캠프를 시작했다. 전국 798개 중학교에서 1641명이 참가한다. 이들은 9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뽑힌 대학생 강사들과 합숙하며 150시간 동안 영어와 수학을 집중 공부한다. 대학 전공 박람회와 진로 특강, 국립발레단 공연 등 평소 접하기 어려운 다양한 체험도 한다.

드림클래스 7주년을 기념해 성균관대 수원캠퍼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는 6년 만에 학생에서 드림클래스 강사로 돌아온 고 씨도 참석했다. 서울대 생명과학부 2학년인 고 씨는 올해 1월 겨울캠프에 이어 벌써 두 번째 강사로 활동 중이다. 그는 “도움 받은 만큼 돌려주고 싶어 강사에 지원했다”며 “나를 보며 꿈을 찾았다는 학생, 그리고 나를 심지어 ‘롤 모델’이라고 말해주는 학생들 덕에 내가 얻어가는 게 더 많다”고 했다.

고 씨처럼 ‘꿈의 선순환’에 나선 삼성 드림클래스 출신 대학생 강사는 올해만 47명. 2013년 중학교 2학년 때 드림클래스 방학캠프에 참가했다가 현재 한국과학기술원 2학년에 재학 중인 조은석 씨는 “캠프가 끝나고도 꾸준히 연락하며 진로와 진학에 도움을 줬던 선생님들처럼 이번엔 내가 중학생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고 했다.

드림클래스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큰 관심을 두고 있는 사업이기도 하다. 2015년 여름캠프와 2016년 겨울캠프 때는 현장을 깜짝 방문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부회장이 출소 이후 국내에서의 공식 행보는 자제하고 있지만 드림클래스 캠프만큼은 직접 방문할 수도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삼성전자 인사팀장 출신으로 이날 성균관대 개막 행사에 참석한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은 “이 부회장은 사회적으로 관심이 필요하지만 소홀한 분야에 대해 기업이나 본인 스스로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삼성의 모든 관계사들도 이런 맥락에서 사회공헌 관련 새로운 사업을 준비하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삼성 드림클래스에는 지금까지 중학생 7만3000여 명, 대학생 2만 여명이 참가했다. 원 사장은 “7만 명이 큰 숫자는 아니지만 이런 경험이 쌓여 청년의 미래를 밝히고 조금이라도 국가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수원=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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