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모의 공소남닷컴] 발칙한 대사들, 배우 김민교가 썼다고?

양형모 기자

입력 2018-06-01 05:45 수정 2018-06-01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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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칙한 로맨스’는 15년 만에 만난 첫사랑 연인의 이야기를 다룬 로맨틱 코미디 연극이다. 할리우드에서 성공한 영화감독 구봉필의 어린 시절을 연기하고 있는 김민교(오른쪽). 사진제공|집컴퍼니

■ 김민교의 연극 ‘발칙한 로맨스’

작 연출부터 출연까지 ‘자식 같은 작품’
웃픈 로맨스…‘김민교표 재치’ 넘쳐나


‘발칙한 로맨스’는 제 기억에 남아있던 연극작품입니다. 2011년 초연 이후 대학로에서 심심치 않게 무대에 올려지는 스테디셀러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빵빵 터지면서도 ‘코미디의 품격’을 지닌 작품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발칙한 로맨스’는 SNL코리아의 크루로 대중에게 친숙한 배우 김민교의 자식 같은 작품이죠. 사실 이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김민교는 이번 공연에서 연출을 맡았습니다. 5년 만이죠. 배우로도 출연합니다. 할리우드 유명감독 대니얼(구봉필)이 묵고 있는 호텔의 직원 김필상 역입니다. 대니얼 감독의 눈에 들어 할리우드 배우가 되는 것이 꿈인 배우지망생이죠. 일인다역을 맡는 일명 ‘멀티맨’ 역할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발칙한 로맨스’가 김민교의 눈(굉장히 크죠)에 넣어도 안 아픈 자식인 이유는 하나가 더 있습니다. 이 작품의 대본을 쓴 작가가 바로 김민교라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김민교가 ‘한 웃음’한다는 능력자들이 우글대는 SNL코리아의 정글 속에서 어떻게 대박 감초 크루로 돋보일 수 있었는지는 이 작품 속에 답이 있습니다.

연극 ‘발칙한 로맨스’의 한 장면. 사진제공|집컴퍼니

웃프면서도 아름다운 로맨스. 할리우드에 가서 개고생 끝에 영화감독으로 성공한 구봉필과 그가 묵고 있는 고급호텔 펜트하우스에 나타난 첫사랑 공수지. 다른 사람들을 대할 땐 차갑고 무례하기만 한 구봉필이 공수지 앞에서는 땀을 뻘뻘 흘리며 몸을 꼽니다. 공수지는 “할리우드에서 맨날 예쁜 여배우들만 볼 텐데, 내가 비교나 되냐”고 하지만 시선을 돌리며 빙긋 웃습니다.

그런데 극이 진행되면서 두 사람의 진짜 사는 이야기들이 속살을 드러냅니다. 미국에서 성공하기까지 인종차별, 배신, 극심한 정신적 압박에 시달려야 했던 구봉필. 남편과 사별한 뒤 두 아이를 키우며 목포에서 힘들게 살고 있는 공수지. 극의 호흡을 골라야 할 타이밍이 되면 어김없이 멀티맨과 멀티녀가 투입됩니다.

‘배우’ 김민교는 무대를 완벽하게 장악합니다. 그는 이 작품에 관한 한 신보다 더 많이 알고 있는 인물일 것입니다. 하지만 그의 장악은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그가 등장하지 않는 장면에서도 관객들은 그의 존재를 흐린 그림자처럼 느낄 뿐입니다. ‘발칙한 로맨스’는 김민교가 나오지만, 김민교가 없는 작품입니다.

서신우(구봉필)와 임샛별(공수지)의 케미도 관객의 마음을 울렁이게 합니다. 김민교와 호흡을 맞춘 멀티 역 김달님(한병자)의 개그감각도 좋더군요. 대학로 JTN아트홀 1관에서 관객보다 배우들이 더 신나게 공연 중입니다. 정말 발칙할 정도로 재밌는 작품입니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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