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 면허 없는 분양대행 금지에 무더기 분양 연기…“누구를 위한 법이냐”

동아닷컴 이은정 기자

입력 2018-05-10 12:07 수정 2018-05-10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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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건설업 등록을 하지 않은 분양대행업체의 대행업무를 금지하자 당장 이달 중순 분양 예정이었던 단지들 중 상당수가 비상이 걸렸다. 분양을 미루고 건설업 등록을 준비하거나 건설사가 분양대행사와의 계약을 인력대행으로 바꾸는 등 혼란이 커지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26일 건설업 면허가 없는 업체가 분양대행을 하지 않도록 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서울시 등 전국 지방자치단체와 한국주택협회 등에 보냈다. 이를 바로잡지 않을 경우 위반 횟수에 따라 1차 경고, 2차 3개월 영업정지, 3차 6개월 영업정지 등의 처분을 내리겠다고 경고한 것이다. 국토부는 새로운 규제가 아니고 2007년부터 있었던 규정이라고 설명했다.


○“마른 하늘에 날벼락” 건설업 등록 서두르는 분양대행업체

분양대행사들은 “분양 상담과 같은 분양대행사 업무는 건설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데 왜 건설업 등록을 하라는건지 모르겠다”면서 집단 반발하고 있다. 건설사들이 분양상담, 주택청약신청 접수, 분양광고 등 분양대행사에 광범위한 업무를 맡기고 있는 상황에서 분양대행사에 건설업 면허를 의무적으로 보유하도록 강제할 경우 일을 맡을 수 있는 업체는 소수에 그치기 때문이다.

50인 이하 규모의 분양대행업체 A사 관계자는 “당장 내일 오픈할 예정이었던 사업장의 분양이 밀리게 됐다”며 “11일 오픈으로 이미 전단과 현수막, 모델하우스 내부 작업까지 됐는데 분양이 밀려 한숨이 나온다”고 말했다. 그는 “분양 업무에 도대체 건설기술자가 왜 필요한건지, 누구를 위한 법인지 모르겠다“면서 “건설업 등록을 하려고 회사 차원에서 백방으로 알아보고 있는데 등록 절차와 과정이 복잡하고 까다로워서 이번달에 분양을 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실제 건설업 등록증을 구비하고 있는 분양대행사는 MDM과 신영 등 시행업을 겸업하는 대형업체밖에 없다. 건설업 등록을 위해서는 자본금 5억 원, 5인 이상(중급 2명, 초급 3명) 기술자 고용 등의 조건을 갖춰야 한다. 당장 건설업 등록에 나서더라도 승인까지는 통상 3~4주 정도 걸려 분양 업무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5월 분양 예정단지 줄줄이 일정 연기

부동산114에 따르면 이달 전국에서 총 74개 단지, 6만2258가구가 분양될 예정이다. 이는 전년 동기대비 약 2.6배 많은 물량이다. 6월 지방선거 전 분양을 서두르는 건설업체들이 물량을 5월에 쏟아내기 때문이다. 분양대행업체들이 건설업 등록을 서둘러 마친다고 가정하면 5월 분양은 25일 이후로 대거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 의왕시 오전동 ‘의왕 더샵캐슬’은 11일 본보기집을 열 예정이었으나 18일로 연기됐다. 서대문구 홍제동 ‘홍제역 효성해링턴플레스’도 건설업 등록이 안 된 분양대행업체와 계약을 맺었다는 이유로 분양 일정을 25일로 미루려는 상황이다. 이달 말 분양 예정이었던 ‘청량리 롯데캐슬’ 역시 분양대행사의 건설업 등록 문제로 인해 6월로 분양 시기가 연기됐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국토부의 취지는 건설사가 직접 분양하라는 것인데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일”이라며 “시공사인 건설사의 관리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하는데 애꿎은 분양대행사들만 잡는 격”이라고 꼬집었다.

동아닷컴 이은정 기자 e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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