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목소리’에 귀기울이는 AI 업체들

신동진 기자

입력 2018-05-01 03:00 수정 2018-05-0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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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탑재 키즈폰 출시 잇따라
질문 자주하고 감성대화 많아… AI 성능 높이는 ‘데이터의 보고’
어른과 다른 억양 알아듣고 대답도 또래아이처럼 말해줘


SK텔레콤은 인공지능(AI) ‘누구’를 탑재한 어린이 전용 스마트폰 ‘미니폰’을 출시했다. 학부모 고객의 의견을 반영해 어린이 위치를 부모 휴대전화로 자동 전송하는 기능을 추가했다. SK텔레콤 제공
서울에 사는 직장인 김모 씨(36)는 인공지능(AI) 스피커를 신줏단지 모시듯 한다. 다섯 살짜리 딸이 AI 스피커 안에 ‘팅커벨(피터팬에 나오는 요정 이름)’이 산다며 함부로 만지지 못하게 하기 때문이다. 김 씨가 SK텔레콤 AI인 누구의 호출어를 팅커벨로 설정해 놓았기 때문이다. 사람이 말하는 대로 TV를 켜거나 음악을 들려주니 아이 입장에선 요정(실제로는 AI)이 스피커 안에 산다고 생각할 법도 했다. 육아 사이트엔 아이가 엄마, 아빠란 말보다 ‘아리야(누구의 또 다른 호출어)’나 ‘지니야(KT 기가지니 호출어)’를 먼저 배웠다는 얘기도 올라온다.

AI가 ‘아이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다. 호기심 많은 어린이들은 AI 스피커 등에 시도 때도 없이 질문하고 특별한 목적 없이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감성대화를 많이 하기 때문에 AI 성능을 높이는 ‘데이터 보고(寶庫)’로 평가받고 있다.

SK텔레콤은 어린이 전용 스마트폰 ‘미니폰’에 자사 음성인식 AI 누구를 탑재한다고 30일 밝혔다. 어린이들이 이용하기 편하게 홈 화면을 쓸어 올리기만 하면 음성인식 모드로 진입할 수 있게 하는 등 사용자경험(UX)을 개선했다. 백과사전(위키피디아) 검색 결과와 알람 및 일정 체크도 터치 한 번과 음성 명령으로 해결할 수 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10월 어린이용 스마트워치 ‘쿠키즈워치 준3’에 누구를 탑재한 이후 어린이 음성 관련 데이터를 모으기 시작했다. 현재까지 모은 1200만 건의 데이터를 토대로 지난해 10월 이전보다 어린이 음성인식률을 1.5배로 끌어올렸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아이들은 아직 구강 구조가 완성되지 않아 발음이 부정확해서 AI를 별도로 학습시키고 있다. AI를 ‘인격적으로’ 대하는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질문과 답변 데이터베이스(DB)를 보강 중”이라고 말했다. ‘세상에서 키가 가장 큰 사람’이나 속담의 뜻, ‘나 똥 마려’ ‘나 몇 살이게’ 등 어린이가 자주 묻는 신상에 관한 질문을 계속 업데이트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3월 출시한 ‘카카오프렌즈 키즈워치’에서 업계 최초로 아이 목소리를 AI에 접목시켰다. AI가 아이와 비슷한 연령대의 목소리로 답변하는 식이다. LG유플러스는 아이들이 자주 쓰는 단어나 억양, 문장 패턴 등을 학습해 목소리 인식률을 높였다. 음성이 제대로 인식되지 않은 경우에도 성인 말투로 “잘못 들었습니다. 다시 말씀해주세요”가 아닌 아이처럼 “안 들려! 마이크를 눌러 줘”라며 실제 대화하듯 꾸몄다.

KT는 인터넷TV(IPTV)와 교육용 키즈 콘텐츠를 중심으로 어린이 고객과의 접점을 늘리고 있다. 올 2월 기가지니를 적용한 ‘무민 키즈폰’에 영어노래 등을 지원하며 콘텐츠 차별화에 힘쓰고 있다. KT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어린이 대상 핑크퐁 영어 말하기와 번역하기를 선보이는 등 기가지니를 통해 자연스럽게 영어를 배울 수 있도록 서비스 영역을 넓히고 있다”고 말했다. AI가 영어 학습도구로 주목되는 만큼 한글뿐 아니라 영어 음성인식률을 높여 어린이와 학부모 등 가정 고객을 끌어 모을 계획이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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