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증된 구관’ 선택… 두 정권 걸친 ‘韓銀수장 임명’ 처음

김준일기자

입력 2018-03-03 03:00 수정 2018-03-03 03:00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이주열 총재 연임된 배경은

“우리 경제가 처한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데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생각뿐입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2일 차기 총재 후보로 지명된 직후 서울 중구 남대문로 한은 본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여건이 워낙 엄중해 기쁨보다는 책임감을 절감하고 있다”며 소감을 밝혔다.

이 총재가 청문회를 거쳐 차기 한은 총재가 되면, 한은 총재가 금융통화위원회 의장을 맡아 한은 독립 출발선으로 평가받는 1998년 이후 연임은 처음이다. 과거에도 김유택 총재(1951∼1956년)와 김성환 총재(1970∼1978년) 등 한은 총재가 2차례 연임했지만, 당시에는 한은이 ‘재무부 남대문 출장소’로 불릴 만큼 독립성을 인정받지 못했다. 이 총재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임기가 보장된 기관장이 연임하는 첫 사례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이 전 정권에서 임명된 이 총재를 이례적으로 연임한 것은 통화정책을 안정적으로 운용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내외 변수로 한국 경제에 경고등이 켜진 상황에서 ‘검증된 구관(舊官)’을 택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일찌감치 한은 총재 유임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후문이다. 문 대통령은 이 후보자 임기(31일) 만료를 앞두고 열린 내부 회의에서 “외국은 중앙은행 총재가 오래 연임하면서 안정적으로 통화 정책을 펼치는데, 외국의 사례를 살펴보고 우리도 적용 가능한지 검토해 보라”고 지시했다.

정부 안팎에서 이 총재가 통화정책 전문가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세월호 참사, 메르스 사태를 비롯한 위기 상황에서 기준금리 인하 등을 통해 경기 회복을 지원했고, 지난해 미국 기준금리 인상에 맞춰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현 정부 출범 이후에는 중국과 통화스와프를 연장하고 캐나다와 상설 통화스와프를 체결하는 데 성공해 금융 안전판을 다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 총재는 거시경제와 금융시장에 대한 풍부한 경험과 식견을 지니고 있는 데다 국제금융 감각과 역량을 갖췄다”며 “조직 내부 신망이 높아 한국은행을 안정적으로 이끌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 총재가 현 경제팀과 호흡이 좋다는 것도 강점으로 통한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는 김 부총리 취임 이후 8개월 동안 5차례 만나 경제 현안을 논의했다. 동향(강원 강릉시)인 최종구 금융위원장과는 기숙사 ‘강원학사’에서 함께 지낸 인연이 있다.

경제계에서는 이 총재가 미국의 금리 인상은 물론이고 1450조 원에 이르는 가계부채와 미흡한 경기회복세 등 산적한 현안에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하고 있다.

세종=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