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onomy&]세계가 반한 에너지 신기술… ‘전력품질 개선’서 길 찾다

황효진 기자

입력 2018-01-23 03:00 수정 2018-01-2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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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스에스콤, 전력 절감시스템 ‘ESS’ 개발
에너지 효율 향상, 재해 예방까지 획기적 신기술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등 130여 곳서 도입


게티이미지뱅크

세계 각국에서 화석연료 ‘0(제로)’를 향한 도전이 거세지면서 에너지 투자의 주역이 바뀌고 있다. 석유·석탄 기업에 대한 자금 이탈이 현실화되고 있으며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전력절감 신기술과 신재생에너지, 대체에너지 투자 등 탈(脫)화석연료를 향한 국제사회의 움직임이 가속화하고 있다. 실제로 2016년 세계 에너지 분야에서 전기 관련 투자 규모가 석유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우리 정부도 최근 원전과 석탄화력 발전소를 줄이고 에너지 절약 운동을 확산하는 구체적 방안을 마련했다. 에너지를 획기적으로 절약하고 필수적인 에너지는 스스로 만들어내는 자립구조를 만들어 미래에너지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고효율 에너지 신기술이 차세대 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대형 기업들이 진출하지 못한 니치마켓을 공략해 국가적 전력위기 감소에 크게 기여하는 알짜 회사가 있다.

일감이 부족하고 수익성이 땅에 떨어진 탓에 중소기업 전체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한번 연을 맺은 국내외 발주처로부터 함께 일하자는 제안이 잇따른다.

서울 서초구에 본사를 둔 전력신기술 제1호 유망 중소벤처기업 ㈜이에스에스콤(회장 이장헌) 이야기다.


‘에디슨의 전기’ 이은 제2의 혁신 자부심


이에스에스콤은 전력 신기술 분야에서 은둔의 강자로 통한다. 대형 건축물과 공공기관, 주택의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일을 업으로 하는 회사지만 알고 보면 소리 없이 강한 에너자이저다.

일반인에겐 낯설지만 전력품질 및 전기절감 분야에서 확실한 솔루션을 구축하고 4차 산업혁명의 롤 모델이 될 정도로 내실 있는 회사다. ‘에너지 위기 시대에 새로운 기술로 희망이 되겠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20년이 넘게 전기절약 시스템 한 우물을 파왔다.

이에스에스콤은 기술개발이 가장 어렵다는 전력절감 분야에서 세상에 없던 신기술을 개발해 정부 공공기관의 객관적이고 엄격한 검증을 거쳤다. 1997년 ‘대한민국 전력신기술 제1호’로 인증받은 ‘ESS(Electric Saving & Safety·전기에너지 절감)’ 시스템이 그것이다.

ESS는 쉽게 말해 전기 기기가 건물 내에서 동일한 내용의 작업을 수행하면서 사용되는 전기에너지의 양을 줄여주는 장비를 말한다. 신기술은 전기안전 향상과 전력효율 향상을 통해 전기에너지를 근원적으로 절감할 수 있는 획기적 시도로 평가받고 있다. 전력의 효율적인 이용(Electric Saving)은 물론 전기재해를 사전에 차단하며 안전(Electric Safety)까지 보장하는 일석삼조의 기술이다.

새로운 전력기술을 이용해 전기를 절약하고 사고예방 및 공공의 안전 확보에 이바지하는 이 신기술은 신재생에너지 산업에서 꼭 필요한 유망 사업으로 손꼽히고 있다. 이에스에스콤은 이러한 기술력과 성장 잠재력을 인정받아 지난해 12월 대한민국 중소, 중견기업 기술혁신 대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상을 받기도 했다. 이 회사 구성원들은 ‘인류 문명 최대 발명품인 에디슨의 전기 발명에 이은 제2의 혁신적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는 자부심이 대단하다.

이장헌 회장
에너지 생존게임 서막… ‘전기절감’ 파격 주도

전기는 1차 에너지원(유류)을 소모해 생산되는 최종, 최고급 2차 에너지원이지만 특성상 위험과 편리성을 동시에 수반하고 있다. 전기에너지 없는 사회는 상상하기도 어렵다. 단 하루, 아니 몇 시간 만에 사회 전역에 큰 패닉과 재앙이 발생할 수 있다. 전기는 문명 발전을 위한 인류 최대의 발명품이지만 세계 각국은 지금 에너지원의 고갈과 경제개발로 인해 전력난 부족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

이에스에스콤은 일찍이 이 ‘에너지 문제’에 주목했다. 인류가 화석연료를 남용한 탓에 지구 환경이 온난화됐고, 이로 인해 기후변화가 가속화되면서 ‘에너지 생존게임’의 서막이 올랐기 때문이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인 IPCC의 보고서에 따르면 “인류의 온실가스 배출로 초래된 기후변화는 수 세기가 지나도 ‘돌이킬 수 없는(Irreversible)’ 특성을 지녔고, 이대로 가면 2100년 지구 평균 기온은 최대 4.8도 상승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전력효율 향상 시스템인 ESS는 이런 비극적 상황을 타개할 대안으로 주목받는다. ESS 시스템의 핵심은 독자적인 ‘뉴 소프트 스위칭(New Soft Switching)’ 기술에 있다.

소프트 스위칭 기술은 전력을 저장해뒀다 필요할 때 사용하는 기존의 에너지 저장장치(Energy Storage System)와 다른 개념이다. 독자적으로 개발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결합해 불필요한 전력 사용을 근원적으로 줄이는 전기절감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기존 시스템과 가장 차별화되는 특징은 전력 사용에 따른 가장 큰 부산물인 역률 저하, 서지와 고조파 발생 및 노이즈를 극소화하거나 제거해 최적의 상태에서 무리와 손실이 없도록 한 것이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등으로 전력제어가 가능하고 블랙아웃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


전력 10.53% 절감, 광 효율도 11.29% 향상


ESS는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전력신기술 1호’로 인증받아 공신력을 얻었다. 이 밖에 한국전력공사와 대한전기협회, 한국전기안전공사, 한국전기공사협회, 한국전기기술인협회 등 5개 전문기관의 기술 검증을 통과했다.

2010년 7월에는 에너지관리공단에서 에너지절약 효율을 인정받았다. 엄격한 검증 결과 최대 10.53%의 전력 절감 효과와 11.29%의 광 효율 향상 효과가 확인됐다.

내로라하는 글로벌 기업들도 ESS의 진가를 알아봤다. 삼성전자, SK, LG를 비롯해 공공기관인 인천국제공항공사, SH에너지공사, 군 공항 등 주요 시설물에 ESS가 설치됐다. 삼성전자 우면 R&D센터와 동탄공장, SK C&C IT, LG CNS 데이터센터, CJ R&D센터, 마곡 롯데중앙연구소,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마곡 열병합발전소, 사천비행장, 의정부 민자역사, 국민건강보험공단, 대구경북과학기술원, EBS 등 공공 및 민간 부문 130여 곳에 이 회사의 전력절감 신기술이 적용돼 있다.

또한 마곡지구를 비롯해 이대목동병원, 광명 오피스텔, 부산 엘시티, 신내 3지구 지식산업센터 등 신축 건축물에 에너지사용계획서 적용품목으로 지정, 설계에 반영돼 있다.

이달 초에는 신내 3지구 지식산업센터 780가구, 별내지구 지식산업센터 645가구에 가정용 제품 및 산업용 제품을 납품하는 물품공급약정서를 체결했다. 또 태안 해뜨는 집 아파트 462가구, 동대문 럭스 패션몰&오피스텔 330실에 ESS 시스템 물품공급계약을 체결하여 올해 안에 설치될 예정이다.

활동 무대도 국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중국과 일본 등 동남아시아를 비롯해 남미 아르헨티나, 남아시아 파키스탄 등 오대양 육대주를 넘나든다. 최근에는 미국에서도 발명특허를 획득함으로써 세계화의 발판을 확고히 마련했다.

ESS 기술은 과거 200년 넘게 산업화를 끌고 온 화석에너지 과점 시대를 무너뜨릴 수 있는 획기적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른바 에너지 전환시대, ESS 신기술은 향후 에너지산업의 판을 크게 뒤흔들 것으로 보인다.

‘전력품질 개선으로 인한 에너지 효율 향상’ 한 가지 기술에 집중해 국내외 시장의 강자가 된 강소기업. 이에스에스콤은 성공을 위해서는 한 우물을 파서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야 한다는 교훈을 알려주고 있다.

황효진 기자 herald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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