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없는 고소득 맞벌이, 아이 잘 안낳는다

최혜령 기자

입력 2017-12-29 03:00 수정 2017-12-2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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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부부 통계… 10쌍중 4쌍 무자녀
맞벌이 42%-고소득 44% 아이없고 집 있을땐 무자녀 비율 32% 그쳐
집값 높을수록 첫 자녀 빨리 낳아
무자녀 신혼, 서울 43%로 가장 많고 출산부부 최다 지역은 전남 70%


신혼부부 10쌍 중 4쌍은 아이를 낳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맞벌이를 하는 부부와 상대적으로 고소득층인 부부의 무자녀 비율이 더 높았다. 일과 출산·양육을 함께하기 어려운 탓으로 보인다. 반면 집이 없는 신혼부부보다 집을 가진 신혼부부의 출산이 많아 소득보다는 주택 소유 여부가 자녀 출산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통계청이 28일 발표한 ‘2016년 기준 신혼부부통계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1일 기준으로 5년 이내에 혼인 신고한 신혼부부(115만1000쌍) 중 36.3%는 자녀가 없었다. 신혼부부 10쌍 중 4쌍은 자녀가 없는 셈이다.

신혼부부 중에서도 부부가 외벌이인 경우 평균 출생아 수가 많았다. 맞벌이 부부 중 자녀가 없는 이들은 42.2%로 외벌이 부부(30.9%)보다 많았다. 평균 출생아 수도 맞벌이 부부(0.71명)가 외벌이 부부(0.88명)보다 적었다.

초혼인 신혼부부는 소득이 높을수록 아이를 낳지 않는 비율이 높아졌다. 부부 합산소득이 1억 원 이상인 부부의 무자녀 비율(44.5%)이 전 소득구간 중에서 가장 높았다. 무자녀 비율이 가장 낮은 소득구간은 1000만 원 미만(30.2%)이었다. 박진우 통계청 행정통계과장은 “고용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이들은 고임금 노동시장에서 벗어났을 때 발생하는 기회비용이 커 출산에 소극적인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주택 소유 여부도 자녀 출산에 영향을 미쳤다. 집이 없는 신혼부부 중 자녀가 없는 비율은 39.5%로 집이 있는 신혼부부 중 자녀가 없는 비율(32.2%)보다 높았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과거에는 소득이 높을수록 부동산을 소유해 자녀를 낳는 사람이 많았다면 최근에는 소득과 부동산 소유 여부가 꼭 일치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배호중 성균관대 교수와 한창근 성균관대 교수는 지난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간한 ‘보건사회연구’에 게재한 논문 ‘신혼부부의 주택자산과 출산’에서 “자가주택자가 상대적으로 빨리 자녀를 출산하고 전반적으로 주택가격이 높을수록 첫 자녀를 빨리 낳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단칸방에서 시작해 살림을 늘려갔던 과거와는 다른 세태를 보여주는 것이다.

지역별로 자녀 없는 신혼부부가 가장 많은 곳은 서울(43.5%)이었고 경기(36.9%), 인천(36.7%)의 순으로 뒤를 이었다. 자녀 있는 신혼부부가 가장 많은 곳은 전남(70.8%)이었다. 전체 신혼부부 수는 143만6948쌍이었으며 신혼부부가 가장 많이 거주하는 곳은 경기도(26.7%)였고 서울(19.4%), 경남(6.5%)의 순으로 나타났다.

올해 신혼부부 수는 지난해보다 더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27일 발표된 인구동향에 따르면 올 1∼10월 누적 혼인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8% 감소했다. 이 추세대로라면 올해 혼인건수는 1974년(25만9604건) 이후 43년 만에 최저치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

세종=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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