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연극 메카’ 세실극장, 2018년 1월 8일 문닫는다

김정은 기자 , 정양환 기자

입력 2017-12-29 03:00 수정 2017-12-29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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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난 끝내 못이겨… 42년만에
365일 공연해도 月1000만원 적자
‘삼일로극장’ 등 최근 잇달아 폐관


내년 1월 8일 개관 42년 만에 폐관되는 세실극장 전경. 서울 덕수궁 돌담길 인근에 위치한 세실극장은 한국 창작극의 산실로 평가받는 극장이다. 세실극장 제공
1970, 80년대 연극의 메카이자 창작극의 산실이던 세실극장이 경영난으로 내년 1월 8일 개관 42년 만에 문을 닫는다.

건축가 김중업의 작품 중 하나인 세실극장은 1976년 320석 규모로 개관해 이듬해부터 연극협회가 연극인회관으로 사용하며 1∼5회 대한민국 연극제를 개최한 유서 깊은 곳이다. 2013년 서울 미래유산으로 지정됐다.

김민섭 세실극장 극장장은 28일 “극장을 운영하며 월세 1300만 원을 포함해 매달 2400만 원의 운영비가 들었다”며 “1년에 10여 편씩 365일 공연을 올려도 매달 1000만 원의 적자를 메우기 어려웠고, 결국 내년 1월 7일 신체 연극 ‘안네 프랑크’ 공연을 끝으로 문을 닫기로 했다”고 밝혔다.

세실극장 측이 경영난으로 폐관 위기에 처하자 서울연극협회와 아시테지 한국본부가 나섰다. 지난달 서울연극협회 방지영 부회장과 아시테지 한국본부 김숙희 이사장이 세실극장 건물주인 대한성공회 측을 찾아 극장 운영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월세 금액을 놓고 성공회 측과 팽팽한 줄다리기를 벌이다 27일 성공회 측으로부터 ‘세실극장 공간을 성공회 사무실로 활용하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방 부회장은 “세실극장이 한국 연극사에서 지닌 의미와 상징성을 고려해 서울연극협회와 아시테지 한국본부가 세실극장 공동 운영에 나서기로 뜻을 모았다”며 “서울연극협회와 아시테지 한국본부는 성공회 측에 월 1300만 원인 월세를 1000만 원으로 조정해 달라고 요구했고, 성공회는 운영위원회를 연 뒤 이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대한성공회 측은 “성공회 역시 세실극장의 역사나 의미를 가치 있게 여기고 있다”며 “성공회가 세실극장을 폐관하려는 게 아니다. 현재 임대차 계약을 맺고 공연장을 운영하는 분이 경영이 어려워 더 이상 계약을 연장하지 못하겠다고 통보해왔다”고 밝혔다.

세실극장의 경영난은 과거에도 있었다. 1981년부터 1997년까지 제작그룹 마당이 인수해 한국 창착극의 산실로 자리 잡았던 세실극장은 외환위기가 닥친 1998년 1년간 휴관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건물주인 성공회 측이 사무실로 개축하려던 것을 우여곡절 끝에 1999년 4월 연출가 하상길과 극단 로뎀이 인수해 운영했다. 당시 국내 최초로 네이밍 스폰서십을 도입해 제일화재해상보험의 후원을 받아 극장 이름이 제일화재 세실극장으로 바뀌었고 2010년 한화손해보험이 제일화재를 인수해 한화손보 세실극장이 됐다. 2012년 4월 기업 후원마저도 끊기며 다시 세실극장으로 명칭을 바꿔 홀로서기에 나섰지만, 결국 경영난을 이겨내지 못하고 폐관하게 됐다.

유서 깊은 연극 공연장의 폐관은 최근 몇 년 새 두드러진다. 특히 2015년은 연극인들에게 ‘상실의 시대’로 통한다. 2015년 국내 최초의 민간 소극장인 ‘삼일로창고극장’이 경영난을 이유로 폐관했다. 이후 서울시가 삼일로창고극장이 세 들어 있던 건물을 임차해 재개관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내년 재개관을 목표로 리모델링 공사가 한창이다.

2015년 4월 28년간 대학로를 지켜온 ‘대학로극장’이 폐관한 데 이어 ‘품바’로 유명한 상상아트홀(1990년 개관)과 김동수 플레이하우스(2000년)도 폐관됐다.

김정은 kimje@donga.com·정양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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