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日기업인들 면전서 “미국산 車 日수출 사실상 없어”

서영아특파원 , 이건혁기자 , 한기재기자

입력 2017-11-07 03:00 수정 2018-01-06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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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7일 방한]미일정상회담… 노골적 통상압박

6일 오후 도쿄(東京) 모토아카사카(元赤坂) 영빈관에서 열린 미국과 일본의 정상회담 뒤 공동기자회견장.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에 이은 모두발언이 끝나고 양국 기자들의 질의가 시작되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기다렸다는 듯 세일즈 외교에 나섰다. 일본의 환대는 환대고, 무기 판매와 무역 질서 개선을 통해 대일 무역적자를 줄이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선 “아베 총리가 미국으로부터 많은 양의 군사장비 구매를 마치게 되면 북한에서 날아오는 미사일을 요격할 것이다. 아주 손쉽게 하늘에서 맞힐 수 있을 것”이라며 노골적으로 대일 무기 판매 의사를 드러냈다. 그간 북한을 이유로 첨단 장비 구매를 늘려왔던 아베 총리는 북한 미사일 요격 의사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우리는 요격할 필요가 있다면 요격한다. 다만 어떤 경우든 미일이 긴밀한 협의하에 하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앞서 이날 오전 도쿄 미나토(港)구의 주일 미국대사관에서 열린 미일 기업 경영자 대상 간담회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에 경제 압박을 가했다. 푸른 넥타이에 미국 국기 배지를 단 트럼프 대통령은 대사관 내 회의실에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등 미일 재계 인사들에게 “일본과의 무역은 공평하지도, 열려 있지도 않다. 하지만 곧 그렇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재계 인사들의 표정이 굳어졌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자동차’를 특정하며 “실질적으로 미국에서 대일본 자동차 수출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6일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일본은 미국을 상대로 올해 1∼9월 511억3430만 달러의 무역흑자를 달성했다. 같은 기간 중국, 독일에 이어 3번째로 큰 규모다.

다만 트럼프는 기자회견 내내 일본을 극찬하고 아베 총리에게 친근감을 표시했다. 일본에 대해서는 “믿기 어려운 역사와 문화를 지닌 놀라운 나라”라며 “장엄한 나라(majestic country)”라는 표현까지 썼다. 이어 “일본은 번영하고 있고, 도시는 활기가 넘친다.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경제국가 중 하나다. (아베를 바라보며 속삭이듯) 우리 경제만큼 좋은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당신(일본)이 두 번째는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대통령으로서 인도 태평양 지역을 찾는 것은 처음이다. 그 첫발이 나의 굉장한 친구와 함께여서 기쁘다”며 아베 총리가 제안한 ‘인도 태평양’이란 용어를 사용해 중국 견제를 중시하는 일본을 지지하겠다는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북한 핵·미사일 개발 대응 방안에 대해서는 양국의 의견이 일치했다. 아베 총리는 “양국은 중국 러시아 등의 협력을 얻어 북한에 대한 압력을 최대화해야 한다는 데 100% 의견 일치를 봤다”고 소개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내일 방문할 한국과 일본, 미국 3개국의 협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재확인했다”고 강조했다. 일본의 대북 독자 제재 대상을 확대해 35개 개인과 단체에 대한 자산 동결을 내일 결정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전략적 인내의 시대는 끝났다”며 “북한이 체제로부터의 위협을 계속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각에서는 나의 어조(rhetoric)가 강하다고 하지만 약한 어조로 지난 25년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보라”고 강조했다. 또 “북한은 위험한 체제다. 억압적인 정권 밑에서 살아가고 있는 위대한 사람들이 있다”고 김정은 정권을 비난했다.

이날 기자회견 직전 북한에 의한 납치 피해자 가족들을 만난 것과 관련해서는 “정말 슬픈 일”이라며 “혹 김정은이 이들을 돌려보내 준다면 특별한 무언가가 시작될 수도 있다”고 말해 북한이 성의를 보일 경우 모종의 대가가 있을 것임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통상과 관련해 언제든 작심 발언을 내놓을 가능성이 확인된 만큼 한국 통상당국도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통상교섭본부 관계자는 “10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을 위한 공청회도 예정된 만큼 한국의 상황을 제대로 알리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 세종=이건혁 / 한기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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